스물하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by HOON

내가 언제부터 글을 썼을까. 나는 표현이 서툴다. 경상도 남자 그러한 것을 제쳐두고, 평생 표현을 안 하다 막상 하려니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입을 열까 말까 고민될 땐 닫자는 나름의 신념 따위를 밀어붙이며 살아왔다. 원인이 어떠하든, 나는 말하는 기술이 참 부족하다.


그래서, 난 글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글로 표현하면 단어와 표현, 심지어 어투까지 내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퇴고를 거듭할 수 있어 좋았다. 휘발성인 말과는 다르게 기록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여기까지도 남이 읽으라고 글을 쓰진 않았다. 그저 내가 하고픈 표현들을 적어보고 혼자 여러 번 곱씹던 수준이었다.


그러던 내가 남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한 누나의 눈물이었다.


그 당시 나는 여행을 하면서 짧막한 일기를 적고 있었다. 옆의 대학생 누나가 잠깐 읽어봐도 되냐고 물어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건넸다. 그다지 많지 않은 글자 수였는데, 누나는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러곤 한 구절을 읊으며 이 표현이 자신의 마음을 흔든다고 말해주었다. 일기를 조금 더 바라보던 누나는 글썽이던 눈물을 떨어뜨렸다.


놀랐다. 난 감성이 부족하다 못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보던, 영화를 보던 울어본 적이 없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나의 글자로 다른 사람을 공감시켰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두드리고 건드릴 수 있다면 그게 또 다른 아름다운 감성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날의 사건 이후로 나의 글에는 독자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글감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로 휴대폰에는 ‘SINCE 2016’ 으로 시작하는 메모가 있다.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기간에도 뇌리를 스쳐가는 문장이나 짦막한 문구를 기록했다. 그렇게 남겨놓고자 했던 이유도 기록해놓았다. (지금 메모장을 돌이켜보니 그 때의 내가 기록해놓았다.)


10대의 느낌과 20대의 느낌은 세상 다를 것이기에.
10대의 느낌은 곧 지나면 불가능한 전제가 되어버리기에.
지금 10대의 느낌을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여유가 조금 생길 때 쯤. 멋지게 정리를 해보려고.


시간이 지나면서 메모가 쌓이다 보니 이를 돌아보면 일기장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시절이 꽤 오롯이 담겨있다. 그런데, 글감 메모를 쭉 읽다 보면 꽤 긴 시간의 공백기가 존재한다.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겨놓고, 나는 한동안 글쓰기는 고사하고 글감을 적는 행위조차 하지 않았다.


글이 쓰이지 않는다.
예전의 나와 분명 달라졌다.
취미로, 즐겁게, 차분히 생각한 후 나의 생각을 곰곰이 써 내려간 글을 기회삼아 공모전에 출품했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오늘의 글은 공모전을 위해 문장을 짜내고 있다.
같은 소재, 같은 생각으로 다른 글을 쓰려하다 보니 억측 같은 문장을 적어놓은 채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나에게 실망한다.

오늘 내가 쓴 글은 이전의 글과 분명 다르다.

글을 쓰는 나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다시 글감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열아홉, 고3 시절이다. 그러나 난 여전히 글을 쓰지 못했다. 공모전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내신에 치여,

수능에 치여,

입시에 치여,

재수를 겪으며.

그렇게 절필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스물 하나가 얼마 남지 않은 날이다.


오늘, 새로운 글 하나를 쓴다.

오늘의 글은. 나의 반성과 회고록 그 사이 어느 정도.


#스물하나의글감 #21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