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중국도 아니면 누가?
갑진년 새해를 축하할 겨를도 없이, 국제사회는 수 많은 위기에 봉착해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 조차 보이지 않는다.
'설마 또 전쟁이 발발하겠어?'
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만큼 중동에서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만만치가 않다.
전쟁 당사국 국내에서는 수 많은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전쟁으로 인한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전쟁뿐만이겠느냐.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전 세계의 기후위기 역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소위 'Sinking Cities'라고 불리는 도시들은(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미국의 뉴욕과 휴스턴, 버지니아,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태국의 방콕, 이탈리아의 베니스 등이 이에 속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여름에는 기록적인 호우에, 겨울에는 기습 폭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알만한 사람들이라면 2022년 여름, 서울 서초구 한복판에 폭우로 인해 침수됐던 차량 위에 앉아있던 남성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사진은 수 많은 밈(meme)들을 양산하며 많은 이들의 웃픔(?)을 자아냈다.
여기서 끝나는 위기가 아니다.
국제적인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은 전쟁과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AI의 위험성(Ungoverned AI),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이란과 같은 악의 축 국가들의 연대 강화(Axis of rouges), 중국 경제의 부진(No China Recovery)등을 2024년이 마주하고 있는 위기 관리 과제들로 내놓았다.
특히 유라시아 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바로 올해 11월로 예정되어 있는 '미국 대선(The United States vs. Itself)'이다. 현재 미국의 정치는 양극단으로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으며, 정치 기관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 역시 역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인 CBS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들 중 70%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있다'는 선택을 할만큼 불안정하다.
'그렇다면 왜?'
왜 미국 대선이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인가?
이는 미국 그 자체로 답이 가능하다. 미국의 변화는 전 세계의 동시다발적인 변화를 수반한다.
흔히 '연준'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은 전 세계 금리에 영향을 미치며,
미국의 국방력 확대는 전 세계의 군비경쟁, 나아가 안보 불안을 야기한다.
과거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설립되었던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이 결국에는 미국의 불참으로 인해 실패하게 된 사례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역시 미국의 주도로 설립되어 현존하고 있는 국제연합(United Nations)도 미국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즉, 미국의 결정 하나 하나는 결국 전 세계 약 80억명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과거 찰스 킨들버거(Charles Kindleberger)라는 학자는 '강대국의 리더십'에 관한 이론을 내놓은 바 있다.
그의 이론은 '패권안정론(Hegemonic Stability Theory)'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며, '193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대공황이 왜 그토록 심각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킨들버거가 분석하길 경제대공황이 발생한 이유는 강대국의 리더십, 즉 패권국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대공황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영국이라고 하는 패권국이 전 세계의 '관리자' 역할을 자처하였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쇠퇴로 인해 관리자의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 되었다. 결국 세계 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즉 패권국이 없어 경제 위기의 규모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킨들버거의 이론은 현재 국제질서에 많은 함의를 제공한다.
중국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초강대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은 더이상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의 소극적인 태도, 반도체와 같은 경제규제등은 이제 미국이 과거에 지향했던 '국제주의(internationalism)'에서 벗어나 '고립주의(isolationism)'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중국은 가능할까? 글쎄. 중국 역시 미국과의 갈등, 국내 경제 부진 등으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Joe Biden)과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대통령직을 건 대결은 더욱 암울하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의 고립주의는 더욱 강화되어(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전 세계의 분열을 야기할 것이고, 설사 바이든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2021년 1월 6일에 발생했던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태가 또 다시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국제질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역할은 누가 할 수 있고, 또 누가 하게 될 것인가?
현재 국제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불안정하며, 어느 한 나라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각국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은 국제 질서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보다 책임감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킨들버거의 패권안정론이 강조하는 바와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세계의 안정과 평화는 강대국의 리더십과 국제 공동체의 협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2023년보다는 더 나은 2024년을 기대하며 다음과 같은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