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엔 칭따오
요즘 10대 청소년들은 점심엔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는 탕후루를 먹는단다.
20대인 내 동생도 중국당면을 넣은 마라탕을 좋아하고, 심지어 내게 탕후루를 소개한 장본인이다.
30대인 나 역시 가끔씩은 마라샹궈로 마라수혈(?)을 해줘야 하고,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되면 추천 메뉴 중 하나는 꼭 양꼬치이다. '양꼬치엔 칭따오' 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너무 강하게 내 뇌리에 박힌 탓일까. 양꼬치를 먹는 날이면 평소에는 카스나 테라를 즐기던 내가 꼭 칭따오를 먹는다.
이렇게나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 음식을 즐겨 먹는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북한 다음으로 중국을 가장 '경계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쉽게 말하면 한국인들은 북한 다음으로 중국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유명 외교 미디어 매체 중 하나인 The Diplomat의 보도만 보아도 그렇다.
56개의 대상국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중국'이었으며, 반중감정은 약 81%에 달했다. 이는 2015년의 결과와는 매우 다른데, 2015년 당시 한국인의 반중감정이 37%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몇년 간 한국인의 반중감정은 '폭등'한 셈이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중국은 그렇게도 싫어하면서 동시에 중국 음식을 좋아한다니 말이다.
이러한 현상을 나만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의 언론사 중 하나인 데일리신조(Daily Shincho)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인의 대부분이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다른 것 같다. 한국의 번화가에는 여러가지 빛깔의 '탕후루'를 먹으며 걷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Made in China'.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의미하지만, 한국인에겐 부정적인 의미 역시 포함된다.
촌스러운 것, 값싼 디자인, 열악한 품질 등등 부정적인 것들이 연상된다. 게다가 한국인들의 급발진 버튼은 바로 중국산 김치이다. 최근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으니 '칭다오 맥주 공장 사건'이다. 언론은 칭다오시에 위치한 맥주 공장에서 한 남성이 맥주 원료 위로 소변을 보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술을 가지고 장난치는 건 선을 넘었다 싶었다). 이후 칭다오의 국내 편의점 매출은 최대 65.4%가 감소하였다는 후속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마라탕이나 탕후루, 양꼬치는 칭다오와 같은 중국 음식이면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탕후루야 한국산 과일과 한국산 설탕을 쓴다고 쳐도, 양꼬치를 시키면 같이 나오는 간단한 반찬이나 찍어먹는 소스도 다 중국산이다.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는 어떤가? 중국 당면과 중국산 푸주에 열광한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대외적으로 싫어하면서, 그 나라의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일본은 어떠한가? 비록 지금에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가 중국이지만, 중국 이전에는 일본이 있었다.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나, 역사적 망언 사건이 발생할 때나, 위안부 할머님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국인들은 거의 죽자고 덤빈다.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불매 운동은 잠잠해질 때쯤 꼭 다시 등장한다.
그런데 요즘, 번화가를 걷다 보면 일본어로 된 간판을 하고 있는 이자카야 가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간판만 일본어냐, 메뉴판도 일본어다. 게다가 가격은 '원(₩)'이 아니라 '엔(¥)'으로 표기되어 있다. 어느 날 대구에 놀러갔다가 교동이라는 동네를 방문했다. 그곳은 너무나도 놀라웠던 게 길거리의 대부분이 일본어로 채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NO JAPAN'을 외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내 눈을 의심했다.
물론 이런 현상들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어떻게 마음 한 켠으로는 그렇게도 싫어하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궁금증이 드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의 '애증'과는 너무나도 다르겠지만 그러한 모순적인 느낌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튜브 피식대학에서 정재형이라는 코미디언은 다음과 같은 개그를 구사한다.
"널 사랑해. 그러나! 널 미워해. However! 널 갖고 싶어. But! 널 증오해. Nevertheless! 너와 함께 하고싶어......"
다음 글에서는 해당 이슈와 관련하여 정치심리학적 이론들을 소개하며 문제들을 고찰하고자 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