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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and the Beast

난 얼굴 보고 뽑아

by hyyenn

총선이 49일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빨간 날에는 쉬어야지!' 하고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옵션 중 하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선거철, 날아드는 후보별 공약물들을 보고 있자면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투표날만 되면 고민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정치학은 '좋은 유권자' 또는 '합리적인 유권자'가 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1)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그들의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여 중요한 정치 현안별로 후보 간 견해 차이를 정리한 일종의 대차대조표를 만들고,

2) 그 내용과 유권자 본인의 입장을 비교해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ChatGPT 4를 이용해 만든 대차대조표


그런데 본인을 포함한 유권자들이 저 귀찮은 걸 할까?


물론 정치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유권자' 즉, 'Rational Voter'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개개인들의 투표가 모여 한 사회의 리더십, 법률 및 정책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국민들은 하루하루 살기도 바빠서 이상적인 대차대조표를 만들고, 또다시 그것을 내 입장과 비교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하는가? 그들의 투표 결정 요인은 무엇인가?


유권자의 투표 결정 요인은 참으로 다양하다. 보수냐, 진보냐와 같은 이념적 성향이 될 수도 있고, 거주 지역 또는 고향, 성별이나 연령대, 교육 수준이나 생활 수준에 따라서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더. 후보자의 외모도 중요하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후보자의 얼굴도 유권자의 투표 결정 요인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국가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자신감 있어 보이는 후보자와 자신 없어 보이는 후보자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누구라도 전자를 고를 것이다.


단순히 외모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처한 환경도 외모에 따른 후보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Lausten과 Petersen의 연구(2016)에 따르면, 국가적으로 위기 상황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 상황인지에 따라서도 요구되는 외모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Laustsen, L., & Petersen, M. B. (2016)


왼쪽 인물의 외모와 오른쪽 인물의 외모를 비교해 봤을 때, 왼쪽은 다소 차분해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고, 오른쪽은 결연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만약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속한 국가가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면, 왼쪽에 있는 인물과 오른쪽에 있는 인물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외모 이외 다른 조건들은 모두 동일하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오른쪽 인물을 선택했다. 응답자가 처한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오른쪽 인물의 결단력 있는 외모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단순히 외모만으로 혹은 단순히 정치이념,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로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국가의 미래를 위한 길인가라고 되물어 보게 된다. 사실상 대의를 위해서라면 앞선 '합리적인 유권자'의 조건을 따라야 하는데 결코 쉽지가 않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곧 있으면 정당별로 공천을 통해 후보자도 결정될 것이고, 적극적인 선거 유세도 시작될 터인데 유권자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후보별 공약을 바탕으로 대차대조표를 만들긴 커녕, 잠을 잘 시간도 부족하다. 언론에선 하루가 멀다하고휙휙 바뀌는 정치 현실을 보여주는데, 없던 정치혐오도 생길 지경이다.


업무와 고된 삶에 치이는 바쁜 유권자들을 위해 이제는 언론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을 대신해 공정하고 투명한 대차대조표를 제시하고, 거짓 또는 허위보도나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지양함으로써 유권자들이 객관적이고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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