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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당탕탕수타트업 Sep 19. 2015

요시다료(吉田寮)에서 (@Kyoto, Japan)

교토대학 기숙사 복도를 걸으며...


난잡 


딱 이 두 단어가 떠오르는 이 공간. 교토대 기숙사 요시다료다. 


'학생자치' 오로지 학생들에 의해서 운영된다는 곧 쓰러질 것 같은 건물. 이곳이 현재 진짜 교토대 학생들이 쓰고있는 공간라는 걸 믿을 수 있었던 건 복도에 아스라이 널려있는 amazon.jp 택배 상자를 보고나서였다.

훗. 택배 상자가 널려있는 건 어느 기숙사를 가나 똑같군.

 


뒷마당에선 염소를 기르고, 그 옆에서는 수탉을 기르는. 이방인은 '헐'을 금치 못하는데 이 난잡한 공간에서 사는 학생들은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닌다. 누구든 붙잡고 여기에 왜 사느냐고, 이곳은 네게 무슨 의미냐고 묻고 싶었다. 그렇게 언어가 자유치 않음을 통탄하고 있을 때즈음 복도에서 백만 년은 닦지 않은 것 같은 까만 기름 때 범벅의 가스레인지를 보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자유


여기 사는 학생들의 자신감은 이 공간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자유의 공간이라는데에서 비롯하는 게 아닐까. 가스레인지가 까맣게 그을려도 누구도 뭐라할 수 없는. 마당에 수탉을 기르든 염소를 기르든 총장도 뭐라할 수 없는 기숙사. 우리가 만드는 자유로운 공간. 그게 이 기숙사를 사는 학생들의 자부심이고 자존심일테다..

저 난잡한 기숙사의 복도를 들어갈 때 느꼈던 황당함은 부러움으로 바뀌었고 복도의 끝에 다 달았을 땐 열등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기숙사를 나온 이후에도 내내 나는 침묵했다. 그건 학생자치라는 단어 따위는 관심조차 가질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내 안일한 대학생활에 대한 일종의 묵념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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