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애증의 늪 탈출기
이 이야기는 피에 관한 이야기다.
“싫어. 난 앞으로 아무 일도 안 할 거야. 이제 집에 오면 좀 쉬어야겠어. 쉬는 게 어떤 건지 아나? 바로 이런 거라구. 등나무 평상에 누워서 두 다리를 의자에 걸치고 있는 거지. 내가 왜 이러는지 알고 싶어? 바로 당신을 벌주기 위해서야. 당신이 저지른 잘못 말이야. 당신은 나를 배신하고 그 후레자식이랑 잠을 자서는 일락이까지 낳고……. 그 생각을 하니 또 열받네. 그런데도 나더러 쌀을 사오라구? 꿈 깨시지.”
-허삼관 매혈기- 중
그의 행동에서 연대감의 두 얼굴이 보인다.
“내가 공장에서 누에고치 나르면서 땀 흘려 번 돈을 일락이한테 쓰는 건 나도 바라는 바지만, 피 팔아 번 돈을 그 애한테 쓰는 건 왠지 좀 그렇다구.” — 허삼관 매혈기
이날도 일락이는 제외다.
그런데, 불이 꺼져 있다.
“자. 업혀라. 이 쪼그만 자식, 개 같은 자식, 밥통 같은 자식……. 오늘 완전히 날 미쳐 죽게 만들어 놓고…… 가고 싶으면 가. 이 자식아 사람들이 보면. 내가 널 업신여기고, 만날 욕하고, 두들겨 패고 그런 줄 알 거 아냐... 내세에는 죽어도 네 아비 노릇은 안 할란다... 너 꼭 기다려라. 내세에는 내가 널 죽을 때까지 고생시킬 테니...”
-허삼관 매혈기-중
“아버지, 우리 지금 국수 먹으러 가는 거예요?”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