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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Aug 03. 2023

module 1: Shell We Dance?

대화는 함께 추는 댄스다

 혹시 대화를 할 때 순간순간 사용하고 싶어지는 단어가 있는가.


 나에게는 "그런데..."가 있다.


 상대방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그 말 꺼낼 타이밍을 은근히 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때마다 나는 그 단어가 뇌에서 목을 타고 넘어오지 못하게 하느라 애를 쓴다. 그 말 뒤로는 대개 동의나 공감보다는 내 의견을 밝히거나 화제를 슬며시 바꾸고자 하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으로서는 그리 달가운 말은 아닐 거다.

따라서 이는 속 깊은 대화를 하기에 그리 좋은 습관은 아니다. 왈츠가 막 절정에 이를 때 파트너의 발을 밟거나 내민 손을 놓치는 것과 같다.



 

 대화는 함께 추는 댄스다. 어느 한 사람만 잘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어느 한 사람이 아무리 화려하고 완벽한 동작을 한다 해도 상대와 합이 맞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대화에서는 상대 말을 잘 받아넘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대화를 댄스보다는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강력한 논거나 화법을 무기로 상대보다 우위에 서려 애쓴다. 심지어 상대 약점을 공략해 점수를 따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마치 상대를 디스함으로써 더 주목을 받으려 하는 배틀 댄서처럼 말이다.




 모든 것에는 기본이 있듯 대화에도 기본이 있다. 

 상대와 함께 시작하는 게 대화의 기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 말의 내용보다는 관계에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대 감정 상태에 나의 반응을 맞춰 감정적 유대를 쌓으라는 말이다.


 긴 한숨과 함께 "자식 키우기 참 쉽지가 않네.."라는 말을 하는 친구에게는 "그렇지 요즘 애들 키우기 쉽지 않지"나 "나도 그래" 같은 화답이 제격이다. 속 썩이는 자녀로 인해 소진된 사람에게는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의 감정 상태는 '좌절'일 가능성이 높고, 그에 어울리는 소재로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그것이 소통의 달인이 되는 비결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데 말이야”라는 말과 함께 최신 양육지식을 담은 책 이야기부터 꺼내며 자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건 상대를 더욱 지치게 만들 뿐이다. 그건 마치 앞 주자가 내미는 바통을 쳐내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무조건 상대를 의식해 듣기 좋은 말만 하라는 건 아니다. 상대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기도 전에 섣불리 대화를 시작하지 말라는 말이다. 상대의 감정상태를 확인하고 의도를 파악한 뒤 내 의견을 피력해도 늦지 않다.




 라포(Rapport)는 다른 게 아니다. 상대가 호감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상대를 장악하거나 조정할 의사가 없음을 상대가 느끼도록 하는 게 더 크다. 상대와 같은 높이에서 같은 방향으로 손을 내미는 것이다. 그럴 때 진정한 양방향 대화가 이루어지고 대화는 깊어진다.


 Shell we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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