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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읏 Jun 11. 2021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냐고 묻는다면

당신의 여행 동기는 무엇인가요?

겁없이 케이프형 코트를 입고 갔던 인터라켄이다. 현지인들은 스키복을 단단히 입고 기차가 멈추면 그 높은 산을 스키를 타고 내려갔다. 세상에 문화충격!


여행의 동기, 시작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여행을 기록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키워드는 여행의 동기였다. 여행의 동기를 복기하며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만은 여행이 어려워진 이 시점이 아니고서야 언제 이런 화두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얘기를 해보겠는가.  이 글을 읽기 전에 여러분도 여러분의 여행의 동기, 원동력에 대해서 한번쯤은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 자, 이제 내 얘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나의 여행의 동기는 충격이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냐고 묻는다면 첫 유럽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충격적이 어서였다. '좋은'도 아니고 '충격적'이라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충격'이라는 말 말고 뭐라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의 첫 유럽 여행은 벌써 십 년도 더 된 일로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생이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필수적으로 하는 경험은 아니었다. 당시 난 4학년 진학을 앞두고 휴학 한번 없이 스트레이트로 다가온 졸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졸전이라기보단 졸전을 마치고 난 뒤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있는 초조함을 온 몸으로 느꼈다. 대학이 끝나면 나는 어쩌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 더 바빠지기 전에 내 인생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변화를 느껴보고 싶었다. 무엇이 좋을까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신선한 큰 경험을 겪고 싶은 절친과 마음이 맞아 갑자기 유럽 여행을 알아보게 되었다. 고민할 시간도 아까워 후보군을 빠르게 정해 절친의 사촌언니도 합류해서 셋의 시간이 맞는 1월에 겁도 없이 서유럽 배낭여행 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뭘 알고 갔었더라면 1월에 유럽을 그것도 코트만 챙겨서 가진 않았을 텐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 겨울에 스위스를 가면서 코트 두벌에 반스 어센틱, 컨버스 하이탑을 가지고 떠났다.



숙소에서 보이는 회색빛 런던. 다 비슷한 높이의 주택이 도미노처럼 서있는 것이 이미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다.


 내 인생에 그렇게 오랫동안 비행기를 탄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자다 깨서 영화보고 밥 먹고, 간식도 챙겨 먹고 라면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까지 챙겨먹고 다시 잠들어도 도착하지 않다니. 먼 줄은 알고 있었지만 유럽은 정말 머나먼 땅이었다. 제일 먼저 밟은 땅이 런던이었고 새벽에 비행기를 타 밤이 되어서야 땅에 발을 붙일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히 먹을 것을 사기 위해 근처 테스코에 걸어가며 본 그때의 그 축축하고 반짝거리던 런던의 밤을 잊을수가 없다. 이 먼 땅으로 여행을 오다니. 대학에 진학하며 서울로 이사오며 이것보다 쇼킹한 경험이 또 있을까 했었는데 그것에 버금가는 쇼킹함이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낯선 느낌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것이 보호자가 없는 외국이란 사실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쓰고 있는 말도 사용하는 제품, 하늘의 색깔마저 달랐다. 내 의지로 이 먼 땅까지 날아왔으면서 낯선 상황에 던져졌다고 충격적이라니, 누가 들으면 웃을수도 있는 얘기겠지만 누군가는 내 얘기에 공감할 것이다. 전혀 다른 세상에 발을 딛는다는 생소한 감각, 그게 나의 첫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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