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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읏 Jun 13. 2021

여행을 하면서 질투란 감정을 느끼다니

내게 '충격'이란 여행의 동기를 줬던 여행의 기록




빨리 가지 않으면 분수 쪽에서 까치발하고 봐야 하는 교대식. 꼭 봐야 한다고 여행책에 나와있어서 보긴 했는데 영국 왕실에 관심이 없어서 금방 흥미를 잃었다.



 내게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서 이 여행에 룰을 하나 만들었다. 미술을 배우는 미술학도로서 어떤 나라를 가든 가능하다면 그곳에서 갈 수 있는 미술관을 꼭 가자. 그동안 내가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했던 그것들을 눈에 직접 담아보자. 그래서 영국에서 나의 목표는 내셔널 갤러리가 되었다. 그곳이 얼마나 큰 줄 모르고 크면 얼마나 크겠어? 안일하게 버킹엄 궁전에서 있는 교대식을 본 후에 거기서부터 걸어서 내셔널 갤러리를 갔다가 바로 옆 초상화 미술관도 보고 옥스퍼드 스트릿에 가서 쇼핑을 하자고 했다. 미술관 하나만 돌아도 얼마나 바쁜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걸 다 걸을 생각을 했는지. 초행길을 2g 폰에 종이지도를 보며 이동하면서 말이다. 정말 무지하니까 용감했다. 



내셔널 갤러리 앞에 있는 이 트라팔가 광장엔 영국에서 키우던 작가들의 조형물들이 설치되기도 했다. 지금도 하는진 모르겠지만


 공원부터 걸어 교대식을 보고 내셔널 갤러리에 걸어서 도착했을 때 우리는 이미 지쳐있었다.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고 맥도널드에 가서 버거만 시켜서 먹어서 힘이 하나도 나지 않았는데도 건물을 보자마자 입이 벌어졌다. 유명한 그림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미술관인데 크면 얼마나 크겠냐고 후딱 보자 했는데.. 대충 봐도 엄청 큰 건물 안에 그렇게 많은 방이, 그리고 그렇게 많은 작품들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고흐, 드가, 다빈치 같은 유명한 작가부터 전공서에서나 보며 달달 외우던 마사치오부터 반 아이크 그림 등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이걸 언제든지 와서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이 도둑놈들. 그게 내 두 번째 충격이었다. 


 내가 경험한 미술은 정말 사랑하고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벽을 하나 두고 있는 옆집의 아름다운 꽃나무 같았다. 우리의 곁에 있긴 하지만 가깝지는 않은. 그런데 이렇게 쉽게 아무 때나 우리는 화집을 사야지만 고화질로 보던 그림들을 볼 수 있다니. 그때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들어와 아무 바닥에나 앉아 우리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림을 보며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감상하라고 둔 소파에 앉아 원화를 보며 그림을 모작하고 있었다. 책에서나 읽었던 아카데미 회원의 공부 방식처럼 그림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 방에 쇼크를 받은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환경이었다. 이게 내 세 번째 충격이었다. 우리는 이걸 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지불했는데. 그마저도 시간이 없어 뒤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뛰어서 개수만 확인하다 나왔는데. 잠에 들기 전 나는 내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가슴이 활활 타는 것처럼 질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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