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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joou Feb 10. 2023

직업인으로서 나만의 정글짐 만들기

스타트업 커리어

사람들은 저마다 ‘일’에서 얻고자 하는 것과 ‘일’로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일을 통해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는 4명이 모여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영향력에 대해서도 각각 다르게 정의하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 세 글자가 유명해지기를 바라고 누군가는 나보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대다수가 사용하길 바라며 누군가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성장을 도움으로써 영향력을 끼치기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보면 각자의 정의에 따라 커리어의 방향성과 그 길이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들 ‘커리어를 쌓는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표현을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그보다 ‘직업인으로 나의 여정을 그린다’라는 말이 요새는 더 와닿는다. 이건 아마도 내가 사회 초년생 시절 ‘셰릴 샌드버그’의 HBS(Harvard Business School) 졸업 연사를 듣고 깊은 영감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해당 연사문에서 ‘커리어는 정글짐 같다’라는 표현이 ‘직업인’에 대해 가장 잘 정의하고 묘사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직업인으로서 내가 그리고 싶은 여정의 모습이었다.


-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커다란 임팩트를 내면 커리어는 알아서 크는 거예요. 그 자리가 어딘지는 묻지 말아요. 그냥 타요.
- 커리어는 정글짐과 같습니다. 기회를 찾으세요. 성장을 찾으세요. 임팩트를 찾으세요. 미션을 찾으세요. 옆으로 움직이고, 내려가기도 하고, 시작하기도 하고, 그만두기도 하세요. 이력을 쌓지 말고 직무 능력을 쌓으세요.
-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준 직함을 평가하지 말고, 여러분이 뭘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세요.
- 진짜 일을 하세요.

- 셰릴 샌드버그 HBS 졸업 연사 중-


처음 이 연설을 들었을 때, 가슴이 매우 두근거렸다. 감정의 폭이 크거나 좀처럼 호들갑 떨지 않는 나지만 그땐 정말 무언가가 가슴을 내려친 것 같았다. 이후 위 문장들은 자연스럽게 내 커리어 패스(Career Path)의 길잡이가 되었고, 실행을 위해 아래와 같이 나에게 맞게 치환했다.


1. 늘 기회를 찾자

2. 그냥 나를 던지자

3. 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하자

4. 이왕이면 회사의 핵심 부서에서 일하자

5. 내가 일하는 목적을 잊지 말자


새로운 기회와 고민이 생길 때마다 이 다섯 가지의 문장이 나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막연했지만 이에 맞춰 실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말처럼 정글짐을 타듯 옆으로 아래로 그리고 또 새로운 시작점으로 움직이며 직업인으로서 나의 여정을 그려나갔다.


큐레이터학을 전공했지만 예능 작가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 이후 온라인 마케터로 경력을 쌓다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 상품 기획이라는 일을 시작해 같은 회사에서 BD로 도전.


솔직히 지금이야 쉽게 말하지만 지난날의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나는 늘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했고 불안했다. 한때는 그 불안함이 내가 일하는 동기와 원동력일 때도 있었다.


20대에는 주로 ‘어떤 스페셜리티를 가져야 할까?’, ‘내가 이대로 계속 경력을 쌓는다면 나의 정점은 어디이고 어떤 모습일까? 그 정점에서 난 정말 행복할까?‘ 등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 이후 30대가 되자 이런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조직 밖에서 조직의 이름과 도움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질문과 고민 그리고 걱정을 떨칠 수 없다면 직접 부딪혀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그 굴레를 벗어나는 길이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클래스101을 나와 프리에이전트의 삶을 실험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더자람컴퍼니를 공동창업하며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와 같은 확신이 생겼다.


더 이상 커리어라는 단어는 중요하지 않다.
더 이상 직위, 직무, 직군은 중요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여
목표를 달성하고 얼마의 성과를 낼 수 있는가’이다.


‘자기경영노트’에서 피터 드러커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성과 향상 능력을 높이는 행동과 의사결정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을 지식노동자이자 경영자’라고 정의했다. 즉, 우리 모두는 조직 내/외부에서 직위와 직무에 상관없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영자가 되어야 하고 나는 이것이 ‘직업인’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특히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더 가속화되는 기술 발전으로 나의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이 시대에 임팩트를 찾아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발전시키는 것은 어쩌면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다사다난했던 나의 여정을 돌이켜보면 재미있는 점이 한 가지 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나의 이력을 보고 왜 이렇게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이직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히 열의 여덟은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꼬리질문이 길게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나의 선택과 방향이 맞는 것인가 불안했다. 하지만 내가 정한 다섯 가지의 기준에 맞춰 나만의 여정을 그리며 살다 보니 어느새 이것이 능력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나의 이력을 보고 열의 아홉이 ‘능력이 좋아서’라고 이야기한다. 불과 5년도 안된 사이에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 것이다.


그러니 어느 때보다 사회적 인식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자기중심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알아주든 아니든 나의 본진에서 꾸준히 나의 것을 발전시켜도 좋고, 더 적극적으로 복수의 N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성장이 있는 곳에 나를 내던지고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냐에 집중하다 보면 생존을 넘어 나만의 여정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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