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츠메 소세키> 리뷰
나는 인간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관찰하면 할수록 그들은 제 멋대로 행세한다고 단언할 수밖에 없게끔 되었다.
<1. 인간이란 족속과의 첫 대면>
어쩌면 이 사회는 모두 미치광이들이 모여 사는 곳인지도 모른다. 미치광이들이 모여 아웅다웅 물어뜯고 으르렁대고 욕설을 퍼붓고 빼앗는 사회, 다소 이치를 알고 분별이 있는 놈은 모두 정신 병원에 처넣고 못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닐까?
<9. 세상은 미치광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리뷰 >
따분한 책이다. 초리얼리즘으로 상상의 여백이 없다. 나츠메 소세키, 그럼에도 일본문학을 즐긴다면 반드시 만나게 될 이름이다.
당시의 풍속을 보여주는 서술, 기승전결이 없는 잔잔한 일화, 시점의 특이성이 이 작품의 매력인 듯싶다.
고양이는 관조자 역할을 맡기에 적합한 동물이다. 이 집 저 집 드나드는데 용이하고, 도망은 어찌나 빠른지. 그 눈을 들여다보며 독심 하기 참 어려운 생물이다. 세상을 차갑게 볼 수 있는 존재인 양 여겨진다. 그렇기에 고양이를 주된 시점으로 채택한 방식이 신선했고, 또한 탁월했다. 동물이 인간을 보았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인간이 인간을 본다면 동종을 옹호할 여지가 생길 수 있으니까. 생물의 눈에 담긴 서사이기에 주관성 또한 가질 수 있었다. 회색지대에서의 시점이 인상 깊다.
옮긴 글이지만 의외로 괜찮은 문장이 많았다. 주섬주섬 담았다.
속세인과 달관자의 대립구도에서 사회를 풍자하고자 했다. 폭소와 쓴웃음을 자아내는 일이 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라곤 하지만, 읽으며 웃은 적은 잘 없다. 요새 역설과 아이러니에 너무 진지해져 버린 건 아닐까.
자문자답 >
Q. 동물도 감정을 느낄까? 인간과 같은 정서를 지닐까? 같지 않고 비슷할 뿐일까?
우리 집 막내는 오늘도 저녁상 밑에서 기웃거렸다. 혹여 떨어지는 음식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우리 조심스럽다. 강아지는 강아지만의 먹거리가 있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단다. 턱에 구멍이 있는 나는, 바닥에 식사를 흘린다. 아주 조금이지만 맛을 보는 걸로 만족하나 보다. 막내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아쉬운 모양이다.
막내와 장난을 하다 손을 물린다. 아프게 물진 않는다. 나름 힘 조절을 하는 모양새가 아주 귀엽다. 경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면 눈동자가 최대로 커진다. 아아 선을 넘으면 안 되지. 장난감 오리를 손에서 놓는다. 손가락에 피를 본 기억은 없지만 그럼에도 적당히 치고 빠지는 편이다. 서로 염려하는 셈이다.
감정이란 무엇인가-를 논하기엔, 사유가 너무 깊어질 것 같아 얕은 대답을 해보고자 한다. 내가 아는 한, 막내는 두려움, 미안함, 신남, 반가움을 주로 표현한다. 집에 홀로 있어야 함을 눈치채고 두려워하거나, 누군가 집안에 들어오면 반가워하고, 손을 물려 아프다 내밀면 미안함을 표현하며, 가끔 함께 새로운 장소를 가면 신이 난 듯하다. 오직 내 눈으로 볼뿐인 아주 표면적인 모습이지만 인간의 감정과 아주 흡사하다. 인간도 정서와 느낌, 감정 따위를 정확하게 표현해내지 못하는데, 어찌 제 마음대로 동물은 감정이 있다 없다 말할 수 있을까. 그도 분명, 말로 표현 못할 뿐이지만 인간과 동일한 감정 결 위에 있는 듯싶다. 결코 다르지 않다.
한국인과 미국인, 둘 모두 인간이지만 각기 다른 언어 위에 있다. 미안함은 소리, 슬픔은 쌔드, 즐거움은 플레져. 이렇듯 표현은 각기 개인의 언어 틀 안에서 해석되기 마련이다. 그 모습 그대로, 인식되는 표현은 언어를 배제한 상황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감정을 다루는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극단으로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과 교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우리는 동물과 다르다-라 꾸준히 배워온 인간은 결국 둔감해졌다. ‘우리 종만이 언어소통이 가능하다’는 오만함이 생겨났다. 인간으로서 우월감에 빠지는 것도 좋고 이를 피할 수 없단 걸 알지만, 우리가 사는 배경은 ‘언어가 배제된 세상’ 임을 가끔씩이나마 느낄 필요가 있다. 감정은 비언어를 통해 완성된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을 추구하며, 욕망을 해소하는 모든 존재 행위는 언제나 언어가 부재한 세상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