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리뷰
저는 무엇을 느꼈을까요.
괴인을 미화한 걸까요. 예술인의 숙명을 이야기한 걸까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하게 읽을 수 없었습니다. 작품의 서사는 이해했다 말할 수 있겠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윤리와 예술의 충돌, 뒤따른 파동에 저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스트릭랜드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인물을 묘사한 관찰자나, 주변인들조차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보는 독자도, 역겹게 보는 독자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말하려는 자-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삶을 지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조금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 자신은 이렇게 살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살고 싶은 것은 아닌가, 하는 위험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를 둘러싼 환경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 괴롭고 고통스럽더군요. 참으로 유약한 인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종종 어둠의 저편-이라고 부르는 이드(id)에 마력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이것을 어둠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요. 캄캄한 것으로 볼 자격이나 있는 존재일까요. 오히려 어둠이 아니라 비상탈출구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를 두물머리에 옮겨다 놓은 책이었습니다. 어느 쪽으로 거슬러 올라갈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기보다는, 중력의 힘에 자연스럽게 바다로 제 몸을 흘려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결국 내가 받은 인상이란 정신의 어떤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안간힘이 거기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를 그처럼 당황하게 만든 원인도 바로 그러한 면에 있는 것 같았다.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사실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그림들에 혼란과 당혹감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뚜렷이 드러나 있는 정서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스트릭랜드에게 꿈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억누를 수 없는 어떤 공간이었다.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미움받는 예술인 >
예술인이 종종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인의 차원에서 보아, 아주 냉하게 말하자면,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는 고사하고,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기에 그들을 좋게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또한 사회적 틀에 묶인, 자신이 별종이라 생각하기 싫은 인간들은 그들의 삶의 양식에 의문을 갖는, 때론 일반인의 삶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별종이란 딱지가 붙은 그들은 경계의 대상이 되며 혹여 그들이 법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경우 이것을 확대해석한 일반인이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는 근거로 삼기도 하지요.
예술인은 미추를 보는 눈을 가졌습니다. 각성된 시선은 오로지 자신의 미추를 가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곤 하지만, 사실 예술가의 반열에 오른 예술인들은 사회적인 도움과 혜택을 받아왔기에 이를 무시하고 마이웨이만을 고집하기는 힘들지요. 그 자체로 고통입니다. 타인의 영향을 받아왔지만 홀로 스스로 서고 싶어 하는 존재는 괴리로 인한 고통에 허우적댑니다. 타인의 관심과 타인의 긍정적인 기억을 내치기는 쉽지 않죠. 예술인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흑연을 쓰고, 인식되는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필요합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는 예술인으로서의 한 인간을 판단하기보다는 세계에 던져진 한 '인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가 추구하는 인생의 방향은 제각각이잖아요. 예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세계를 향한 외침의 형태가 일.반.적 이지 않다는 것 때문에 이물질로 취급하는, 그런 태도를 버려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글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