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군 위안부

by 김로운

1977년 6월 12일, 군산의 아메리카 타운 안 기지촌 여성들의 벌집 안에서 복순이가 죽었다. 방에 불이나 목과 팔은 온통 새카맣게 그을리고 머리는 산발인 채,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목에 졸린 자국이 있었다. 옆방에 사는 정숙이가 화투를 치다가 화장실에 간다고 나왔는데 복순이의 방에서 연기가 나오고 미군 스티븐이 뛰쳐나왔다. 정숙이 들어가 보니 복순의 목에는 분명히 안테나 줄이 휘감겨 있었다.


곧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김연자는 그 안에 타려고 했으나 스티븐이 그녀를 밀어냈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서 보니 복순의 목에는 안테나 줄은 없고 졸린 자국이 남은 채 복순은 옅은 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김연자가 녹음기를 들이대며 복수해 줄 테니 누가 그랬냐고 물었지만 3부 5도 화상에 산소 호흡기를 쓴 복순은 말을 하지 못했다. 김연자가 몇 날 며칠을 녹음기를 들이대며 말하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보름 만에 복순은 죽어 버렸다. 김연자는 억울했다.

한 달 후 7월 13일, 스물여덟 살 영순이 또 죽었다. 발가벗겨진 영순이는 칼에 찔려 유방 사이아 푹 파이고 불두덩이에 칼자국 투성이가 된 채 배꼽도 칼에 찔려 있었다. 입에는 휴지가 한 무더기 박혀 있었고 열 손가락 꼭 쥔 주먹 안에 체모가 한 움큼 잡혀 있었다.

이렇게 김연자의 자전적 에세이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 분 전까지 악을 쓰다’에 나와 있다. 1992년 윤금희 살해보다도 더 비참한 죽음이다.


군산 아메리카 타운은 1970년대 동두천의 미 육군 주둔지, 그리고 송탄의 공군 주둔지와는 많이 다른 기지촌이었다. 둘러싸인 담 안에서만 생활했고, 안에는 미군들을 위한 온갖 위락 시설이 있었다. 행정 구역을 나타내는 지도에서마저 그곳을 빨간 줄로 테두리를 쳐 놓고 ‘적색지대’라고 구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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