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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Mar 26. 2024

원 포인트 레슨 07: 미니 컨셉 잡는 가장 쉬운 법

하이컨셉을 이용해서 컨셉잡기

 나름 '당선 청부사'가 되기로 맘 먹고 미니 공모 클래스를 하나 만들어서 운용 중입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만나서 수업을 하는데, 작가로서 선생으로서 그 시간이 정말 기다려집니다. 교학상장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말 그대로 배우고 가르치며 성장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는 남을 가르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아시다시피 실제로 잘 가르치기도 합니다. 실력이 쑥쑥 느는 망생이들을 보며 보람도 느끼지만, 문득문득 제 스스로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고 희열을 느끼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수업 시간이 저에게는 리프레시의 시간이고 힐링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에는 매주 디벨롭을 하는 단막 과외를 했는데, 문득 미니라는 관문에 들어서지 못하면 말짱 꽝인데 백날 단막을 가르치면 뭐하나 싶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미니 시리즈를 제대로 가르쳐 봐야겠다 하고 6명의 수강생을 모아 야심차게 클래스를 시작했습니다(정원 8명이며 얼룩소에서 2명 충원 예정입니다. 곧 공지 올리겠습니다). 


수강생들에게 제일 먼저 한 게 뭐냐면, 미니 시리즈를 쓸 아이디어를 찾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을 줬는데, 결과물을 보니 가관이더라구요. 단막만 하면서 미니를 막연하게 뒤로 미뤄두다 보니, 미니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들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미니 클래스를 만들길 정말 잘했다 싶었습니다. 기초부터, 그리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 바닥 선수, 또는 고수들이 아이디어 컨셉을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해오라 시켰습니다. 그 방법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하이컨셉을 변주하기. 


네, 그렇습니다. 


제가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초기에 올렸던 그 하이컨셉 말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그 하이컨셉을 다시 공부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부하는 김에 로그라인과 주제도 다시 공부해 주세요. 단막은 아이디어 하나로 쓸 수 있지만, 미니는 아이디어의 확장 개념인 컨셉까지 있어야 합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미니를 할 수 있는 컨셉이 되려면, 로그라인과 주제와 하이컨셉의 3총사가 제대로 세팅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이런 숙제를 내줬습니다. 


자신의 인생 드라마, 소설, 영화 등을 망라해서 베스트 10을 뽑고, 그것을 변주하여 하이컨셉을 만들어 올 것. 단, A4 용지 두 장을 넘지 말 것. 


하이컨셉은 A가 B를 만났을 때잖아요. 좀더 자세하게 말하면, A라는 작품(주제)이 B라는 소재를 만났을 때이구요.  


가령, 데이비드 쇼어는 셜록 홈즈(작품)를 너무나 좋아했던 나머지 셜록 홈즈를 메디컬(소재)로 가져와 <하우스>를 만들었잖아요. 앤디 위어는 로빈슨 크로소우를 무인도가 아닌 화성으로 보내 <마션>을 만들었구요. 하하하. 


최근 엠비씨 사극 <연인>은, 제가 보지 않아서 확신할 순 없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조선시대(소재) 판이라 하더라구요.


그외에 하이컨셉 변주에 해당하는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프라하의 연인>은 로마의 휴일(공주와 기자)의 프라하판(대통령 딸과 형사)이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굿닥터의 법정판이며, 탈옥하는 장면이 들어간 모든 복수극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또 다른 변주인 것입니다. 


때문에 자신의 인생 작품 10개를 뽑아서 하이컨셉 변주를 해보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아이템 찾기 방식인 것이죠.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집필했던 <하얀 거탑>을 법정물로 변주해 보는 겁니다. 이른 바, <하얀 거탑> 법정판. 


제목까지 정해 볼까요? <하얀 검탑> 하하하. 


원래 하얀 거탑의 스토리는 외과 과장이 되는 것이 목표였던 천재 의사 장준혁이 자신이 충성했던 외과과장이 후계자를 자신의 동문 후배로 데리고 오자 빡쳐서 음모와 배신의 게임에 뛰어드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하얀 검탑의 스토리는 어떻게 될까요?


검찰총장이 되는 것이 목표였던, 비록 서울대 법대는 못 나왔지만, 사시 수석에 연수원 수석인 주인공은 자신이 충성했던 상관이 자신을 지방 한직으로 발령을 내리자 빡쳐서 음모와 배신의 게임에 뛰어드는데... 


그럴 듯하죠?


근데 표절 아니냐구요? 절대 아닙니다. 


작법의 신 로버트 맥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는 플롯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플롯을 전개하는데서 나온다구요.


플롯은 음악으로 말하면, 코드 진행인 것이고, 캐논 변주곡의 코드 진행으로 우리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발라드가 만들어졌습니다. 


스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좋아했던 작품은, 한편으론 자기가 쓰고 싶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얀 검탑>에 로그라인까지 한 줄 적어놓으면, 작품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검찰의 성골 라인에 반기를 든 주인공은 과연 검찰총장이 될 수 있을까?


주제도 한 번 적어보죠. 아시죠? A는 B보다 낫다.


부당한 대우에 순응하느니, 죽더라도 조직에 대항해 대차게 싸우는 게 낫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쓰고 싶은 미니의 아이템을 기획해 보는 겁니다. 무려 10개의 하이컨셉이 만들어지는데, 그 중 한두 개는 정말 좋은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까요?


네, 나옵니다. 


하지만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훈련 부족입니다. 자꾸 해보면 늘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인생 작품 10편에서 멋진 하이컨셉 변주가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다음엔 인생 캐릭터를 조져야지요. 


내가 좋아했던 캐릭터를 새로운 세상에 던져놓고, 어떻게 놀지를 추측해 보는 겁니다. 


하얀거탑의 장준혁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도 맘에 쏙 드는 하이컨셉이 안 나온다면 어떡하죠?


그 다음에는 최근 5년간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나 영화 등을 가지고 하이컨셉을 변주해 보는 겁니다. 


그래도 안 나오면?


다시 인생 작품 10편으로 되돌아 가는 겁니다. 아마 새로운 것이 보일 겁니다. 


이것이 미니 시리즈의 컨셉 아이디어를 찾는 가장 쉽고도 강력한 방법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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