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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Apr 07. 2024

미니 공모 클래스 모집과 온오프 블록 강의를 합니다

바야흐로 미니를 시작할 때. 

작년에 우연한 기회로 어느 작가의 작품을 디벨롭해줄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저는 매주 토요일 초딩 딸래미가 다니는 수학학원 옆 카페로 작가를 불렀습니다. 딸내미 셔틀하고, 기다리는 2시간 가량을 저는 카페에서 저는 글도 쓰고, 책도 보고, 넷플도 보고 그랬거든요. 매주 한 번 작가를 그리로 오게 해서 씬 바이 씬으로 작품을 클리닉하고 디벨롭해 주었습니다. 


한 달 정도 성공적인 디벨롭을 마치고 저는 다시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맥북을 켜고, 애플 티비로 들어가 <슬로 호시스>를 보려는데, 어느 학부형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저기요. 드라마 작가님이시죠?"

"네?"

"제가 학생을 개인지도하시는 걸 봤는데요. 저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혹시, 저 아세요?"

"아뇨. 모르는데, 가르치시는 걸 들어보니까 보통 분이 아니신 거 같더라구요."


저는 여기서 고사성어 하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낭중지추. 주머니 속 송곳은 튀어 나오기 마련인 거죠. 


사연인 즉슨, 방송작가 교육원 전문반을 마친 뒤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됐는데, 우연히 제가 작품을 디벨롭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제 인생에서 다시는 강의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때였습니다. 


동기부여가 안 됐기 때문이거든요. 


그거 아시죠? 


각종 작법 강좌에서 그런 거 내세우잖아요. 여기서 작가가 지난 해 몇 명 당선됐다. 선생들도 말합니다. 그 당선자 내가 가르쳤다. 


근데 저는 그 당선자들을 그 강좌 때문에 당선된 게 아니라, 단지 당선될 때가 되어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당선자들은 당선될 때까지 여러 강좌들을 옮겨다니면서 강의를 들으며 습작을 합니다. 그래서 그 강좌를 과거에 수강했던 이력만 가지고, 그 강좌에서 배출했다고 말하는 건 좀 뻥카같단 생각입니다. 강좌들에서 공고하는 당선자들 수를 모두 합치면 실제 당선자들의 몇 배가 되는 것이 그걸을 말해줍니다. 


선생도 똑 같습니다. 당선자들은 당선되기까지 여러 선생을 거쳐가는데, 그 여러 선생들이 죄다 자기가 가르쳤다고 숟가락을 얹습니다. 그 중에는 당선자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 줬는데도, 제자의 당선 사실을 선생 자신의 치적으로 올리는 경우도 당연히 있습니다. 그 제자는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선생을 만나지만 않았다면, 나는 더 빨리 당선될 수 있었어!


암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중간 간이역 역할만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고, 이렇다할 보람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강의에 흥미를 잃었던 것이었습니다.


근데, 어느 작가의 작품을 디벨롭하면서 내가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가르쳐서 성과를 내는 것에 대한 희열을 느꼈는데, 마침 그때 초딩 수학학원 수강생의 학부모가 제게 제안을 해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럼, 과외 형태로 해보시죠. 친구 한 분 더 데려오세요. 저도 두 명 만들어 올테니."


이렇게 해서 네 명의 학생을 매주 한 번씩 만나, 소재를 발굴해서 완고를 만드는 데까지 몇 개월 동안 매주 클리닉을 하고 디벨롭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처음 제안을 주신 분은 끝까지 작품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완성 원고를 만들었던 두 명이 공모전에 작품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 둘의 대본은 매우 수준급이었고 당선이 될만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당선이 될 수 있을 지는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막의 당선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합니다. 심사위원의 성향도 중요하고, 그외 완성도를 볼 것이냐, 주제의식을 볼 것이냐, 새로운 시도를 볼 것이냐 하는 심사방침 같은 것들도 변수가 됩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 극본들이 거의 영상화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당선자들은 다시 미니 시리즈를 공부해야 합니다. 단막이 미니 시리즈로 가는 관문인가요? 아니잖아요. 근데, 왜 굳이 단막을 하고 미니를 해야하는 걸까요?


대다수의 아카데미에서는 단막을 쓸 줄 알아야 미니도 쓸 수 있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과연 그럴까요? 소설을 예로 들어 볼까요? 단편 소설을 잘 써야만 장편 소설도 잘 쓸 수 있는 건가요? 


아니죠. 단편 하나도 없이 장편 소설을 잘만 쓰는 작가들이 수두룩합니다. 게다가 단편을 쓰다가 장편으로 넘어가면, 구조를 짜서 스토리를 배분하거나, 인물을 구성해서 세팅하는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단막을 잘 쓸 수 있어야 미니 시리즈를 잘 쓸 수 있다는 말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단막을 잘 쓰면 미니 시리즈를 쓰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처음부터 미니 시리즈를 시작하는 게 훨씬 빠르고 더 잘 쓸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미니 시리즈 공모 클래스를 만들었습니다. 


https://alook.so/posts/6MtOrv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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