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조용히 무너지는 사람들

『소레나 루밸라: 정서복원소』

by heyna

감정 폭발 / 무심한 말 / 도망 / 회피 / 혼란 / 감정 처음 도착지



“아, 너 그거 또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야?”
“넌 왜 그렇게 생각이 많아?”
“그 정도는 그냥 넘겨.”


그냥… 넘기라고?

그 말이,
가장 넘기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아무 일도 아닌 듯 보이는 대화에서
나는 무너졌다.
티도 안 나게, 조용히.

머릿속은 텅 빈 것처럼 멍했는데,
가슴 한가운데는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왜 이렇게 욱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서 더 혼란스러웠다.

한마디만 더 들으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가방을 들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건 분명 도망이었다.
남아 있을 자신이 없었으니까.

걷는다는 느낌도 없이 걸었다.
발은 앞을 향해 나아갔지만
나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멈춰선 골목 어귀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표지판도, 간판도 없었다.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 장소.
그런데도,
마음은 이미 그 문 너머를 알고 있었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도 묻지 않았는데,
나는 ‘루미’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그는 내 표정을 묻지 않았고,
내 감정을 설명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종이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루미의 감정 카드

여긴, 감정이 쏟아져도 되는 곳이에요.


▽오늘의 마법 장치

얇은 카드 한 장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그 문장 하나가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혔다.


그건 마치 ‘허락’ 같았다.
이곳에서는 감정을 내도 괜찮다는,
첫 번째 허락.


▽당신에게 묻습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질 때,
당신은 어떻게 감정을 정리하나요?



사람은 종종, 너무 늦게 무너진다.
괜찮은 척하다가,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감정이 폭발한다.

그건 약함이 아니라,
충분히 버틴 사람에게 오는 신호다.
당신은 지금, 도착한 것이다.



NOTE by H.na...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일수록,
무너짐은 조용하고 깊습니다.
그 감정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에요.


정서복원소 / 루미 / 감정기록 / 감정폭발 / 회복의시작 / 작가H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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