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복원소 프롤로그와 1화 사이, 감정의 여백을 채우는 편지
비 오는 날엔 꼭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굴까.”
누구에게도 피해를 준 건 없는데,
왜 이렇게 피로할까.
감정을 느끼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모두 혼자 해내는 일이 되어버렸을 때.
나는 글을 쓴다.
나는 감정을 오래 붙잡는 사람이다.
그건 결코 좋은 습관만은 아니다.
너무 오래 붙잡다 보면,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에 대한 해석에 휘둘릴 때가 많다.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나는 언젠가
나를 이해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놓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게 "생각이 많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말에 슬며시 웃는다.
내게 생각은 감정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느낀 것을 곧장 표현하지 못하는 대신,
나는 말보다 먼저 구조를 짠다.
그래서 나는 감정과 이성의 경계 어딘가에서,
언어라는 도구로 마음의 모양을 그려본다.
헤나(H.na)는 필명이다.
하지만 그 이름은
나의 진심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 낸 나만의 언어다.
감정을 기록하는 일은, 때로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된다.
나는 감정과 현실, 마법과 분석 사이 어딘가에서
오늘도 조용히 한 문장을 만든다.
그리고 그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
“감정이란 건, 어쩌면
나를 다시 쓰게 만드는 가장 조용한 마법이니까.”
프롤로그를 쓰던 날, 루미가 내게 속삭였어요.
“감정은 쌓이는 게 아니라, 머무는 거예요.
그러니 그걸 어떻게든 꺼내야 해요.”
그래서 썼어요.
그다음엔, 멈추려 했죠.
감정은 아직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알기에
이 조용한 편지를 남깁니다.
이 글은 『정서복원소』의 문을 열기 전,
우리의 마음을 천천히 데우는 시간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수요일부터 시작되지만,
그 전까지 이 글을 통해,
당신 마음 안에 잠든 감정의 이름을 함께 불러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루미는 말해요.
“기다림은 감정을 준비하는 마법이에요.”
오늘 당신의 감정도, 조용히 준비되길 바라며.
헤나, 정서복원소의 문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