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내내 Feb 21. 2024

관리비가 너무해

나는 아직도 춥다.


아파트로 이사 온 지 이제 두 달이 됐다. 이제야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익숙해졌고, 월패드 사용법에 익숙해져 갈 때쯤, 한 달 꽉 찬 관리비가 나오기 시작했다.


41만 원.

덥게 해서 반팔 반바지로 살았다면 이해하겠지만,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후리스를 입고 있을 정도로 춥게 살고 있는데 관리비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그전 내가 살았던 집을 소개하자면...

마포구, 500/50 빌라 월세방(관리비 약3만원),

용산구, 전세 1억 3천 빌라 (관리비 한겨울 기준 7만 원 ), 영등포구, 전세 1억 8천 빌라 (관리비 한겨울 기준 14만 원 +공동 관리비 2만 원)


위에서 말한 관리비란 수도세, 가스비, 전기세가 합쳐진 금액이다. 처음에는 역세권 신축 빌라에 월세로 살았는데, 신축빌라의 층간소음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 (아랫집 세입자의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구축 중에 6~70년대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빨간 벽돌 집들이 층간소음이 덜하다고 하더라. 그렇게 빨간 벽돌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엘베 없는 구축 빌라에 살기 시작했고, 공동관리비가 월 1~2만 원 정도였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한겨울 실내 온도를 10도-12도 정도로 유지했고, 실내온도 목표는 수도가 안 터지게 하는 거였다. 퇴근하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화장실안에 온수 수증기가 남아있을 때, 옷을 입고 나와 따뜻한 전기 매트 속으로 쏙 들어갔다. 전기매트와 난방텐트의 조합은 정말 누가 발명했는지 노벨발명상을 받아야 한다. 나에게 대한민국의 한겨울도 전기장판과 따수미 텐트만 있으면 문제없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생기니 관리비가, 특히 가스비가 드라마틱하게 올라갔다. 퇴근 후 아이랑 집에 들어올 때, 집이 "훈훈"하지는 않아도, 썰렁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한겨울 보일러는 6시간에 10분 정도 돌아가는 예약모드로 설정해 놨다.


아이들은 침대에서 자던 버릇 때문인지, 몸에 열이 많아서인지 전기장판이나 바닥이 조금이라도 뜨뜻(성인 기준 좀 따뜻하다 싶은 정도)해지면 잠을 설치면서 일어났다. 따수미텐트를 침대 위에 펼치자니 천장 등에 닿아서 설치를 못했다. 바닥에 난방텐트를 펼치자니, 이미 에듀테이블과 국민 문짝등 온갖 장난감이 점령했었다. 다행히 15평의 작은 집이어서, 한겨울에도 침대방 문을 닫고 자면 추운 건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꿀팁 : 겨울철에는 가열식 가습기를 틀고 방문을 조금 열어두면 방이 아주 따뜻해진다.



그리고, 2023년 12월 27일 자로 지금 집으로 이사 왔다. 아무래도 15평에서 35평으로 집 크기 자체가 물리적으로 두 배가 됐으니 관리비괴담을 생각하며 더욱 아꼈다. 지역난방이라 보일러를 끄면 안 된다는 말에 22도로 해놨고, 난방은 거실 하나만 틀어놨다. (다행히 남서향이라 오후 내내 햇살이 들어와서, 낮에는 정말 따뜻했다.)


한겨울에 해가 오후 내내 들어오는 우리집. 1시의 따뜻하고 나른한 분위기의 낮잠 시간-


거실을 제외한 방의 전기 콘센트는 다 꺼놨다. 두 달 더 받을 수 있는 다둥이 전기료 혜택에 부랴부랴 주민센터에 연락했다. 매일 돌리던 빨래도 나흘에 한 번씩 돌렸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물놀이 st 샤워 대신 군대 st 샤워로 바꿨다. 그런데도 2월 관리비를 보니 월세만큼 나오다니. 아파트 사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관리비란 월세를 내면서 살았던 건가? 주변에서 원래 1월과 2월이 관리비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했으니 더 심하지는 않겠지라며 쓰린 속을 달래 본다.




물가 상승률 둔화로 금리인하가 기대된다는 기사는 쏟아지는데, 왜 나의 체감 물가는 아직도 떨어지지 않을까. 과일이나 채소 등 장바구니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신선물가는 1년 전보다 14% 올랐다. 특히 사과는 57%나 올랐으니, 마트에 가서 사과 대신 파인애플을 고르며 말한다. "아니, 사과값은 언제쯤 떨어지는 거야."


통상적으로 체감물가는 떨어지기보단 매번 올라가는 경향이 크다. 장을 보더라도 떨어진 가격을 보기보단, 비싸진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비교하는 시점도 과거에 같은 제품을 샀던 때, 혹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을 때랑 비교한다. "라떼는 말이야..." 시절로 가격비교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관리비나 장바구니 물가에 헉하는 이유는 너무 갑작스레 올라간 것이 큰 이유다.


모든 주부는 같은 마음이다. 너무 비싸진 채소와 과일을 대체할 방법을 찾고 찾고있다. (출처. 국민일보)


분명 2년 전만 해도 애호박 하나에 1200원이었는데, 3800원이란 애호박 가격에 애호박을 대체할 상품을 찾는다. 사과도 겨울철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6개 만원이 훌쩍 넘는다. 재작년 급진스러운 가스비의 인상으로 실내복이 내복과 후리스가 기본이 됐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출퇴근 비용도 올랐다. 좀 하나하나씩 올려주지, 뭘 그렇게 다들 작정한 듯이 서로 경쟁하며 가격을 올린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뭐든 갑자기 올릴 거면 내 월급이라도 급진적으로 올려주든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