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의 사범과 졸업발표를 마치고, 짧게 교토에 다녀왔다.
교토에서 대학을 나와, 그곳에서 4년을 살았어서, 교토는 나에게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
마크로비오틱이고 뭐고 잘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그 당시 나의 삶은 마크로비오틱 했다. 건강을 해쳐 휴직을 하며 마크로비오틱을 만났을때에도, '결국 교토에서 살던 시절의 생활로 돌아가면 될뿐이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그렇게 나는 어렵지 않게 마크로비오틱을 이해하고, 바로 일상에 들여올 수 있었다.
도착해서 바로 짐을 놓고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고로케 집을 향했다.고로케를 사랑하는 주인장이 온갖 재료에 고집을 갖고 만드는 고로케를 선보이는 곳. 이 고집이 특이하다보니 방송, 잡지에서도 여러번 소개됐다. 한데, 고로케에 대한 고집부터 범상치 않았지만 와인에도 관심이 있는지 일주일에 한번, 저녁에는 이 고로케집이 와인바로 변한다. 와인은 모두 내추럴 와인. 이 날만큼은 고로케 이외의 메뉴도 준비된다.
평소에는 고로케 테이크아웃만을 취급하기에 굳이 식당운영을 할만한 크기의 점포를 구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고집을 갖고 비교적 큰 점포를 갖고, 와인도 내추럴 와인만을 다루는 점이 인상적인 이 곳. 사실 굳이 비건이거나 마크로비오틱에 가깝지 않더라도 이런 곳을 좋아한다. 주인장의 철학과 그의 스토리를 알 수 있는 곳. 미술 전시도 개인전을 좋아한다. 작가의 인생에 대해 알 수 있으니까. 그의 인생 스토리를 듣고나면 작품에 대한 감상 또한 달라진다. 예알못이기에 작품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전하고 싶은 것을 잘 모른다. 때문에 작가의 인생 스토리를 알고난 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고로케 집이니 그래도 고로케를 하나 먹어보고 싶었는데 모든 고로케에 육류가 들어갔다해서 고로케는 못먹었다. 옛날옛적 비채식인 시절에 먹어보았으니 만족한다.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비율로 주인장이 엄선한 고기를 사용해 만드는 고로케라니 이해한다. 대신에 몇잔이고 리필하고 싶은 오렌지와인과 내추럴와인치고 드라이한 레드와인을 아주 만족스럽게 마셨다. 이 가게를 통째로 서울로 데려오고 싶었다.
예약한 숙소 위치가 아주 기가 막혔다. 내가 좋아할 만한 공간이 도보 5분거리안에 여럿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유기농 채소를 사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음식점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이곳은 요리보다도 채소에 포커스한 곳이라 메뉴로 요리이름이 먼저 오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채소가 먼저 보이는 곳. 음식도 좋았지만 공간이 너무나 좋았다. 이른 아침,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먹는 아침식사는 복잡했던 마음과 생각을 가라 앉혀준다. 소품 하나에 까지 신경을 썼는지 그저 동네 카페에서 맞이하는 아침식사인데 세팅도 아주 정성스럽게 해주신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공간이었다.
교토에 오기 몇주 전부터 후차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예약해 두었다. 후차요리는 일본의 사찰요리의 한종류이기에,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한다. 일본의 일반적인 사찰요리와의 차이점은 중국식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플레이팅, 조리법 역시 중국의 영향이 보인다는 점. 혼자갔기에 1인용 도시락을 먹었지만 여러 인원이 주문할 수 있는 코스에서는 플레이팅도 중국스타일로 해준다.
사원 내의 넓은 방에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정원을 바라보며 제철 재료를 사용해 정성껏 만든 사찰요리를 혼자 먹을 수 있는 것은 좀처럼 즐기기 어려운 사치. 음식도 훌륭하다. 튀긴 우메보시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사찰음식에서 김치나 숭늉으로 발우를 깨끗이 닦아 남김없이 먹듯이, 후차요리도 음식을 남기는 것을 금한다. 또한 남은 자투리 식재료는 오른쪽 위의 음식처럼 볶고 전분으로 소스를 만들어 남김없이 먹는다.
대학을 졸업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는 교토에 가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아주 없지는 않아 몇몇 지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딸처럼 나를 아껴주시던 동네 카페 주인장 부부, 그리고 예전 회사 동기를 만나기도 했다.
이날 저녁을 함께한 예전 회사 동기는 나처럼 교토에 살다가 취직을 계기로 동경으로 올라온 친구. 하지만 나보다도 훨씬 먼저 회사를 나오고 교토로 돌아왔다. 교토에서는 칸사이지역의 유기농, 자연재배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마케팅과 PR을 담당하고 있다다. 도쿄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나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나다운 삶은 자신이 나고 자란 교토에서의 삶이라 생각해 회사를 박차고 나온 친구. 나의 인생관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함께 교토의 채소요리와 와인을 마시며 신나게 채소와 요리 이야기를 했다.
다음날에는 아침부터 친구가 추천해준 비건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비건 음식점들은 메뉴가 비슷해서 굳이 비건 음식점을 다닐 생각은 없었는데, 이곳은 위치가 무척 맘에 들었다. 카모가와를 한눈에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할수 있는 곳이다. 조금 눈부셨지만 일부러 창가에 앉아 조식 플레이트를 먹었다. 자연을 느끼는 것을 좋아해 눈부셔도 모자, 선글라스 없이 살고, 야외에서 벌레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서슴치 않아하는 사람이다.2년전에 모자 없이 여름에 미국 서부를 여행하다가 동네 초등학생처럼 코가 타기도 했다...
학창시절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이후 교토에 갈때마다 찾는 카페가 있다. 말 그대로 산속에 위치한 카페다. 가볍게 땀이 날 정도로 산을 오르다보면 보이는 카페. 이렇게 접근성이 좋지 않은 카페이지만 언제나 웨이팅을 한 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있다. 산을 타야하고 웨이팅을 해야하지만 고된 시간을 지나면, 산속 고즈넉한 민가에서 교토 시내를 내려다 볼 수있는 사치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밥을 먹을수 있는 메뉴는 단한가지 뿐인데 아쉽게도 육류가 사용되었다해서 졸지에 아침, 점심 연달아 빵을 먹었다. 비건도 아니지만 고기가 없는 것에 감사하며 먹었다. 분위기는 좋지만 썩 마크로비오틱한 메뉴는 아니다. 하지만 음식에 이곳의 가치를 둔것이 아니라 공간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고 오랜만에 카모가와 델타에 자리를 하고 본격 '멍때리기'를 했다. 몇달전부터 이시간이 참 그리웠다. 그저 교토라는 공간에서만 내가 느낄 수 있는 안도감을, 아무 생각 없이 느끼고 싶었다.
최근 잡생각이 많아, 버릴 생각은 버리고 정리할 생각은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때문에도, 이번에 교토에서는 마음을 내려두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다닌 듯 하다. 하루만 더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팝업식당과 클래스를 재개하기전 교토에 다녀왔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재충전하고 5월부터 다시 나다운 음식들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조각글과 팝업식당,클래스 관련 공지는 블로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