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_상상했던 포틀랜드 다움을 느꼈던곳들

관대한 오타쿠들의 도시

by 혜연

지금까지 이 매거진에서는 제가 여행중 엿본 포틀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떠나 포틀랜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20주반~30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늘고 있는 여행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년사이 붐이 되고 있는 수제맥주와 개성있는 커피를 만끽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하고, 주로 ‘포틀랜드’하면 떠오르는 이러한 인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지 않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것에 관대한 지역’

‘이러한 관대함으로 인해, 모여든 다양한 가치관’

‘킨포크에서 엿볼수 있듯 일상에서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곳’


저 역시 포틀랜드에 대해 이러한 인상을 갖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것에 관대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는 생각했던 대로 였습니다. 대량생산없이 스스로가 자신의 고집에 이끌려 원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문화는 아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관대한 오타쿠들이 많은 도시’라고 생각해도 쉬울 것 같습니다.포틀랜드 여행에 대해 검색하다 보면 수제 맥주, 카페 정보가 많이 나올텐데, 이 대부분의 곳들이 본인들의 개성으로 똘똘뭉친 곳입니다. 수제맥주 전문점 한곳에서만 해도 그곳에서 생산한 10가지 이상의 수제맥주를 맛볼수 있기도 합니다.

IMG_2474.jpg 샘플러를 주문하니 열 종류의 수제맥주가 등장합니다.
IMG_0599.jpg 그리고 그 아이들은 이러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맥주, 커피 뿐일까요. 하다 못해 소금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도 있습니다.

IMG_0721.jpg 피노누아(와인의 한종류) 소금, 트러플 소금 등 다양한 소금을 만들어 내는것으로도 유명한 Jacobsen Salt.

이런 개성넘치는 상인들이 많을 뿐 아니라 자신의 취향이 명확한 만큼 서로의 취향에도 관대해, 협업까지 적극 이루어 낸다는 점이 특히나 매력적입니다. 제가 묵었던 에이스호텔에서는 재즈와 밸리댄스의 협업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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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포틀랜드에 모여든 다양한 가치관을 가장 크게 느낀곳은 파웰북스, powell's city of books입니다. 파웰북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으로도 유명해 포틀랜드 여행관련 책이나 블로그에는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책’ 그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도서관이나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흥미로울 것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이라는 위상답게 책이 정말 많은데, 이 많은 책들을 어떻게 분류해 놓았으며, 서점을 방문한 소비자가 책에 관심을 갖게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IMG_2595.jpg wierd를 컨셉으로한 참신한 북 큐레이팅. 스탭의 코멘트까지.

포틀랜드라는 다양한 가치관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도시답게, 카테고리도 ‘인문’, ‘문학’ 같은 두루뭉술한 구분이 아니며, 다양한 가치관에 맞춰 스탭들의 추천 문구를 걸어놓기도 합니다. 특히 저는 이 많은 책들을 분류한 기준중에 'sustainable living' 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넓은 서점안에 ‘지속가능한 삶’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는 점에서도 이 도시와 이 도시의 주민이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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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포틀랜드 도심에서만큼은 ‘킨포크에서 엿볼수 있듯 일상에서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곳’ 이라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운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 지역주민들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조용하게 살아하는 미국시골을 상상하기도 했지만, 포틀랜드 도심은 이미 미국안에서 힙스터들의 관광지가 되어버린듯 했습니다. 워낙에 커피를 좋아하기에 여행 중 하루 평균 커피 3잔을 마시며 포틀랜드에서 커피가 유명하다는 카페를 이곳저곳 방문 해봤습니다. 커피 맛이야 당연히 좋았지만 제가 상상하던, 현지인이 일상속에서 편하게 쉬다가며 손님과 직원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인테리어나 소품, 알바생의 looks 에도 신경을 쓴 듯한 이른바 힙한 곳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포틀랜드 도심에서 벗어나면 이런 생활을 조금 맛 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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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에서 만난 힙한 카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틀랜드 도심에서도 제가 상상했던 포틀랜드 다움을 느낄수 있던 장소는, 파웰 북스에서도 가까운 Courier Coffee입니다. 단골손님과 관광객이 뒤섞여 있고, 주인장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단골손님도 관광객도 다같이 섞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게됩니다. 가게안은 주인장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고, 그것들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뤄 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커피맛도 여느 카페에 뒤지지 않습니다. 커피한잔을 마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Courier Coffee에서만큼은 포틀랜드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었습니다.

IMG_0664.jpg 주인장이 좋아하는 물건으로 가득한. 하지만 이 모든것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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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668.jpg 이야기를 엿들어 보니 관광객도 있는가 하면 자주 오는 단골손님도 있습니다.

포틀랜드 여행에서 저는 삶의 힌트를 얻고 싶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는 포틀랜드에는 맛있는 것도 볼것도 너무 많아서, 살아가는 방식의 힌트를 얻기보다는 포틀랜드를 소비하는데 급급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 만큼 즐길거리가 많다는 이야기니 여행지로서는 추천해 마다않습니다) 하지만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 요즘 생각하는 점은, 알게 모르게 보고 느낀것도, 생각한것도 많아, 엄청난 자극을 받은것도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채식이라는 선택지와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본격 생각하는 계기가 된 도시임은 틀림없습니다.


포틀랜드에 다녀온뒤 포틀랜드의 맛집, 여행 플랜에 대해 질문하는 지인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같은 조언을 했으며, 앞으로 포틀랜드에 갈 생각이 있는 분들께도 저는 그 곳을 소비하기를 권하지 않습니다. 수제 맥주와 커피는 이태원, 경리단길에서도 소비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공존하며 자신의 신념을 행복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 그리고 그러한 삶을 지지하는 사회 구성원들, 그로 인해 이 곳에 모여든 다양한 가치관. 이러한 독특한 문화를 한꺼번에 지닌 도시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포틀랜드에 갈 기회가 있다면 짧은 여정이든 긴 여정이든 최대한 이 도시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몸으로 느끼고 오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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