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신념을 따르며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기
포틀랜드에는 다양한 취향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고, 이들이 소비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난번에도 포스팅했듯 포틀랜드의 마트에서 이러한 소비와 선택의 다양성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포틀랜드에서는 서로 다른 취향과 신념을 가진 사회구성원 모두가 부자유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걸까요. 물론, 제 대답은 ‘No’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행중 그들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주변과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 또한 볼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포틀랜드 여행중 참여했던 비건 치즈 테이스팅 클래스를 소개하며, 이 곳에서 엿본,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포틀랜드 주민 개개인의 노력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현지인와 교류도 하고 무언가 체험도 해보고 싶어, 원데이 클래스나 체험형 이벤트에 참여해보기로 했습니다. 에어비앤비 체험을 뒤적이던 도중 숙소 근처에서 열리는 비건치즈테이스팅 및 클래스를 발견했고, 채식과 요리 모두에 흥미가 있었기에 바로 예약했습니다.
이 날의 호스트는 포틀랜드에 살고있는 Shea씨. Shea씨는 세계각지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나라의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을 갖게 돼 비건의 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건강을 계기로 비건의 생활을 시작한 이후, 동물에게 비윤리적인 축산방식, 축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참가자는 저를 포함해 7명이었고, 의외로 저를 제외한 모두가 미국사람이었습니다. 시애틀, 캘리포니아에서 오신분들이 있었고, 포틀랜드에 거주중인 분도 있었습니다.
포틀랜드에서 참가한 두사람은 대학교 1학년이 된 딸과 그녀의 아버지였습니다. 딸은 얼마전부터 비건의 삶을 살기를 결심했고, 이런 선택을 아버지에게도 조금더 이해받았으면 하는마음에 이 클래스에 아버지와 함께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얘가 나름 생각해서 정했다고는 하는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하나,는 싶죠. 그래도 눈감고 귀닫고 있을 수는 없고, 딸이 같이 와보자고 하니, 뭐 먹고 사나~ 싶어 같이 와 봤습니다’
아버지는 딸과 함께 이 클래스에 참여하면서도 조금은 퉁명스러운 태도였습지만 딸에 대한 애정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한편, 시애틀에서 온 Simon씨는 몇년전 채식을 시도했지만 일반적인 식생활로 돌아왔다고 하더군요. 몇년전 락토(유제품까지는 허용)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치즈가 듬뿍 담긴 샌드위치나 맥앤 치즈만 줄곧 먹으며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을 하게 됐다는 Simon씨. Simon씨는 영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채식을 시작하는 것은 본인의 건강에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지금은 일반적인 식생활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채식에 관심이 있고, 다시 채식을 시작한다면 건강을 전제로 한 채식을 실천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각자 이 클래스를 열게 된 이유와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한 뒤 클래스가 시작되었습니다. 클래스는 설명, 실습은 물론 다양한 비건 치즈의 테이스팅도 포함되어있어, 유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다양한 치즈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클래스에 관련된 내용은 제 블로그에 포스팅한 적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페이지 하단의 블로그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클래스가 끝난뒤에도 Shea씨와 참가자분들의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비건에 대한 정보와 선택지가 많을텐데도, 참가자분들은 비건치즈의 영양에 대해서는 물론이며, 비건치즈를 응용한 요리, 심지어 참고가 될만한 책에 대해서도 Shea씨에게 질문을 쏟아내었습니다.
이 도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해온데에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개개인의 노력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비건 치즈 클래스에서 엿본 포틀랜드의 지속가능한 삶은, 자신의 신념을 행복하게 지키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에 있었습니다.
시애틀에서 온 Simon씨는 채식에 도전했다가 일반적인 식생활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채식을 하기위한 선택이었고, 여전히 채식에 관심이 있어 이 클래스에 참여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Simon씨는 베지테리언은 아니지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에게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노력하는 삶의 모습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비건의 삶을 시작한 딸과 함께 클래스에 참여한 아버지. 아직 딸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흰머리가 지긋한 아버지는 딸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한편 갓 대학에 들어간 딸은 소중한 가족에게 자신의 선택을 이해받기 위해 아버지를 설득해 이 클래스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포틀랜드에서는 자신의 신념과 취향을 바탕으로 보다 더 자유로운 소비와 선택을 할수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운 선택만으로 자신의 신념을 행복하게 지켜 나갈수 있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자신의 신념을 행복하게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비건 치즈 클래스에서 만난 분들처럼, 스스로의 선택을 납득할 수 있어야 하며, 함께 삶을 공유하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자신의 신념에 치우쳐 주변의 소중한 이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수 없다면, 이는 본인의 신념을 지키는데에도 장애물이 됩니다.
저 역시, 이 클래스에 참여하기 전까지, 미국은 비건을 포함해 식생활의 선택지가 넓고 선택의 자유가 보장돼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채식에 대해서는 그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우리나라가 미국도 아니고 어떻게 채식을해.’ 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안에서도 vegan friendly한 포틀랜드에서조차 가족의 이해를 얻기 위해, 또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채식을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제가 채식에 대해 과거에 갖고있던 생각은 노력을 하지 않기 위한 핑계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심을 한 만큼 본인의 노력이 필요한건 미국도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경험은 제가 채식이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결심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지역에서 재배한 작물을 소비하는 문화가 강한 곳. LGBT, 비건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즐기며 살아간다는 곳. 자연과 함께하며 스스로 무리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과도 통하는것 같은 이 도시에서의 삶. 지속가능한 도시, 포틀랜드에서의 삶은 동경해 마다않는 삶입니다. 하지만, 이 삶과 이 도시를 만들기 위해 포틀랜드의 정부는 물론 주민들도 오랜 시간을 노력해왔습니다. 동경하는 삶과 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또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추구하는 신념과 가치관이 있고, 나의 삶을 조금이나마 포틀랜드에서의 삶에 가깝게 바꿔 보고 싶다면, 작은 노력에서 먼저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의 생각에 대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대화를 나눠보는 것으로도 큰 변화가 있을것이라고, 저는 조심스럽게 제안해봅니다.
비건 치즈 클래스의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