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에서 엿본 지속가능한삶_파머스마켓에서 엿보다.

지산지소(地産地消)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by 혜연

요리를 좋아하는 저는 장보는 시간 또한 참 좋아합니다. 특히 마트보다는 재래시장이나 직거래판매소를 좋아합니다. 상인들과의 대화도 즐겁고, 마트에서는 볼수 없던 다양한 품종의 채소를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포틀랜드는 시내 각지에 이러한 직거래 판매소가 있습니다. ‘파머스 마켓’이라는 명칭으로도 유명합니다. 마켓마다 요일은 다르지만, 거의 매일 각지에서 다양한 파머스 마켓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PSU Farmers market을 중심으로 이 곳에서 엿본 포틀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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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571.jpg 언제나 활기넘치는 PSU Farmers Market

파머스 마켓에서는 오레건주, 포틀랜드에서 갓 수확한 각종 유기농 채소와 과일, 가공식품을 생산자에게 직접 살수 있습니다. 가공식품의 경우, 대부분의 원재료를 오레건주 혹은 포틀랜드산을 사용하게 하는 기준 또한 정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파머스 마켓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문화는 포틀랜드의 한가지 특징으로 곧잘 거론됩니다. 이러한 지산지소의 문화로 인해, 지역 상품의 소비가 활성화 돼, 나아가 포틀랜드의 성장을 지지해 왔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산지소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또한, 파머스 마켓이 포틀랜드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바 또한 지산지소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포틀랜드는 높낮이가 다양한 분지에 위치한 도시이기 때문에 대규모 농가가 있기 어렵고, 비교적 소규모 농가가 많습니다. 더불어, 온난한 기후에, 강수량 또한 농사를 짓기에 적합해, 많은 소규모 농장이 다양한 품종과 높은 품질의 작물을 재배해왔습니다. 파머스 마켓을 잠시 둘러보기만 해도, 각기 다른 색과 크기의 다양한 작물을 볼 수 있습니다. 청과류 뿐만 아니라 축산 가공품도 그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IMG_1112.jpg 각양 각색의 작물들. 토마토 한가지만 놓고 보아도 여러 품종이 혼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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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의 다양성 넘치는 농업은 포틀랜드 가정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왔고, 요식업계에서는 쉐프들의 영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도시 전체가 자부하는 창의력 넘치는 식문화로 발전해왔습니다.

IMG_0621.jpg 오레건산 포도로 만든 다섯가지 와인. 같은 화이트와인, 로제여도 매력이 전혀 다릅니다.

이렇듯, 포틀랜드 파머스마켓이 이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이유는, 지산지소라는 문화를 넘어서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이 뛰어난 품질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이것이 지역 식문화의 경쟁력에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산, 외부 지역산 작물이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는 이 시대에, 품질경쟁력이 없는 지산지소는 멀리 내다 보았을때 오히려 지역의 식문화, 농업의 발전을 저해, 고립시킬수도 있습니다.


제가 파머스마켓에서 엿본 포틀랜드의 또다른 지속가능한 모습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대화에 있었습니다.

파머스 마켓에서는 내가 사는 상품을 키우고 만들어 낸 주인공들이 직접 셀러로 나와있기 때문에 이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 대화는 현지인과의 대화라는 경험을 넘어, 내가 먹을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누가 재배했는지에 대해 이해할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 채소가 어떤 환경에서 재배되었기에 농약없이 이런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이 치즈에 사용된 우유는 어떤 환경에서 자란 소의 우유인지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잠깐의 대화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생활해오며 이러한 대화가 일상에 녹아들어 있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자연과 공존하며 이 지역의 풍요로운 삶을 어떻게 지속해 나아갈지에 대해 고민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도 ‘어떻게 사는것이 더 풍요로운 삶일까’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수 있는 계기가 될수도 있을 겁니다. 파머스 마켓에서, 지속가능한 현재를 즐기면서도 미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또다시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나라에서 즐겁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저 자신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포틀랜드 뿐만아니라 미국 각지, 유럽에서도 이런 파머스 마켓은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혜화와 성수 등지에서 개최되고 있는 ‘마르쉐’가 비슷합니다. ‘마르쉐’ 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이러한 마켓을 보는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저는 주로 '마르쉐'를 방문해 왔고, '마르쉐'에서도 포틀랜드의 파머스마켓에서 보았던 지속가능성의 포인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국내의 마켓이 앞으로도 더욱 활성화돼, 경쟁력있는 농산품이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새로운 식문화로까지 연결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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