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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텔 Oct 28. 2022

나는 연애 프로그램이 싫다

Ratel's Tea Time_Ep.5


나는 연애 프로그램이 싫다


Ep.5 ) 나는 연애 예능이 싫다



나는 연애 프로그램이 싫다


  나는 연애 프로그램이 싫다. 다른 사람의 연애 장면을 지켜보다 보면 감추고 싶었던, 그리고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을 직면해야 하니까. 뭐,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간질간질한 관계들이 주는 달콤함은 어린 나에겐 상당한 자극이었으니까.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원하는 '이상' 아닌가.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사랑이 찾아왔었다.


흔한 드라마 속 자주 등장하는 운명 같은 만남도 아니었고, 찌르르한 전율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간질간질했던 것 같다. 만날 때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과하게 행복했었다. 어느 정도냐면 노래방에서 이별과 관련된 노랠 구슬프게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너무 행복해서 감정 이입을 못했다. 너무나도 다른 가치관 차이로 다투기도 했고 울기도 했지만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었기에 꿋꿋하게 지켜나갔다. 빈틈없이 사랑했고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별은 오더라.


이별의 순간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감정적이었고 우발적이었다. 그럼에도 확실했던 단 하나. 더 이상의 만남이 무의미하다는 현실이었다. 헤어진 당일에는 뭐가 그리 후련한지, 마치 헤어짐을 미리 준비했던 사람들처럼 깔끔했다. 하지만 다음 날, 익숙했던 무언가가 텅 비어버린 현실을 마주했을 때 나의 세상 무너졌다. 잃어보니 알겠더라, 사소한 행동, 감정 하나하나 사랑이 아니었던 것이 없었음을.


시간이 약이라는 친구들의 말에 묵묵히 견뎌보았다. 이런 게 진짜 사랑이었을 리 없다고 사랑했던 모든 순간을 부정도 해봤지만 그것 마저도 사랑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나 혼자 세기의 사랑과 이별을 한 줄 알았다. 하지만 길거리에 들려오는 흔한 사랑노래를 가만히 듣다 보면 뭐 그리 절절한지,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구나 싶더라.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다.", 이별을 맞이하고 가장 와닿았던 말이었다. "그런 게 어딨냐고, 좋은 이별은 분명 있을거라고" 당당히 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냥 모든 상황이 우스웠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연애 예능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애 예능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낄까


'연애 예능'. 요즘 주변에서 난리도 아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연애 예능이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타인이 하는 연애가 뭐가 그리 재밌다고 유난인지.'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연애를 할 때는 굳이 갈팡질팡하며 복잡하게 엮이는 관계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또 연애를 하지 않을 때는 그 복잡한 관계와 심리 상태가 너무 잘 공감이 돼서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과몰입러들이 많았고, 대화에 참여하려다 보면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오늘 TT에서는 '요즘 연애 예능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기억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시작은 "우리 결혼했어요"랑 "짝" 정도? 지금이야 연애 프로그램이 레드오션이지 그때는 "연예인끼리 가상 결혼을 한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찍어?? 연애 프로그램???" 정도로 신선했다. 생각해보면 연애 프로그램은 실패한 이스가 거의 없는 다. 그때도 트렌드라면 트렌드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당시엔 '대본이 있는 것 같아서 몰입이 되지만 몰입이 되지 않는다', '예능은 예능으로 봐야한다' 등의 의견이 많아 인기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에 반해 요즘 예능은 어떤가. '대학생, 선생님, 유튜버, 인플루언서, 바리스타' 등 나름대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갖추고 살아가는 매력적인 인물들 등장시키면서, 이들에게 주변에 한 두 명쯤은 있을 법한 캐릭터를 입혀 현실감을 더했다. 남들 다하는 흔한 사랑 이야기에 솔직 담백한 감정선을 더하니, 더 이상 연애 예능은 모르는 누군가의 연애가 아닌, '나' 또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은 사람의 내면을 담기 시작한 '리얼리티'를 더해 강한 여운을 주기도 했지만, 알고 싶지 않았던 타인의 생각을 보여줌으로써 거북함을 주기도 했다. 알고 싶지 않던 사랑이 주는 잔혹함과 변심, 불완전성 등은 외면하고 싶었던 또 다른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반면, 나에게만 주어진 잔혹한 현실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시련이자 고통이라는 현실은 웃기게도 위로가 되었다.


이처럼 연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게 된 것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나누며, 우리는 나름의 몇 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랑에 대한 인식 변화


  첫 째, 과거와 현대 속 '사랑'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노출, 스릴러, 공포처럼 대놓고 자극적인 장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자극적이라고 생각되는 장르는 깊숙한 사람의 내면을 담은 다큐나 로맨스인 것 같다. 감정에 동요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도,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프로그램들은 대놓고 자극적인 것들보다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연애 프로그램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꽤나 조심스러웠던 소재거리 중 하나인 '사랑'이 더 이상은 영원하지도 무겁지도 않다는 것을 알기에. 과거 보수적이었던 우리 사회에서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어야만 했기에 신중해야 했고, 순결해야 했다.


하나의 예시로 '이혼'이라는 것이 주는 이미지는 불명예스러웠고, 서로에 대한 마음의 변심은 이혼의 사유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사랑의 최종단계였다고 여겨졌던 결혼과 이혼이 개개인의 선택이 되었고, 그 의미가 이전에 비해 많이 가벼워졌다. '바람'이라는 것도 예전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거리였는데, 요즘은 하도 주변에서 자주 목격되다 보니 그리 자극적이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물론 그게 맞다는 건 아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혼란스러움 또한 정상이니 이런 것까지 굳이 트렌드를 따라가지는 말자(?). 그냥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그래도(또는 그러면) 나는 이렇게 해야지!' 정도의 마인드로,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로 살아가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마인드인 것 같다. 즉, 보수적이었던 '사랑'에 대한 인식을 가장 트렌드하고 변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통해, 시청각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던 변화에 대해 인식시켜주었기 때문에 색다른 자극이 되지 않았을까.






OTT 플랫폼의 출현


  둘째, OTT 플랫폼의 출현이다. 방송 매체와 플랫폼이 TV로 한정되던 시절. 사회적 분위기와 방송규제 때문에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이 제한되었다. (물론 일본이나 서양권 국가에서는 나름 자극적인 예능이나 욕이 섞인 프로그램 및 콘텐츠 등이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요즘은 TV 채널 이외에도 유튜브나 OTT 플랫폼이 출현하며 그 속에도 나름의 규제는 있지만 이전에 비해 자유롭고 다양한 콘텐츠들이 시도되고 있다.


과거에 TV가 매체 중 하나였다면, 현재는 TV가 콘텐츠 중의 하나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연애 프로그램 또한 이에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PD와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보수적이었던 한국인들에게 꽤나 신선한 자극제였을지도! 또한 이전의 방송 매체들은 협약(?)을 맺지 않은 이상 자국에 한정되었지만, 요즘은 전 세계 프로그램들을 한눈에 모아볼 수 있는 구독형 플랫폼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콘텐츠와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출 수 있게 된 것 같다.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의 변화


  셋째,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가 변화했다. 이전에는 매체가 사회적 분위기를 주도해 트렌드를 이끌어갔지만, 요즘은 소비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트렌드를 이끌어 나간다. 때문에 마케팅 분야에 있어서도 매체에 의존하던 과거와는 달리, 소비자의 경험을 자극하여, 소비자 스스로 브랜드를 소비하고 싶게 만드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체가 다양해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 트렌드를 읽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한 라텔러는 "마음이 받아들여지기도 전에 미디어가 미친 듯이 달려가서 걱정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에 Chris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마케팅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플랫폼이 달라지고 기술이 발전했을 뿐 과거에도 현재도 항상 같은 패턴이 존재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논리가 없는 것은 없다, 숨은 논리가 있을 뿐이다."라는 말과 함께 트렌드는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아닌, 항상 그 나름의 논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패턴과 논리를 찾을 수 있는 통찰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무리


  사랑은 이별까지 겪은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한다. 실제로 요즘 트렌드를 이끈 연애 프로그램 중 하나인 환승 연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X와의 감정을 재확인하며 재결합을 하기도, 상대방을 진심으로 떠나보내주는 진정한 이별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나에게 연애 프로그램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주제이다. 굳이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표면 위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은 연애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때로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직시했을 때만 알 수 있는 진실과 현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 인간의 내면까지 콘텐츠화시키는 시대가 안타깝기도 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보다 강렬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다양한 깨달음을 주고 있음을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오프 더 레코드


조금은 예민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였지만, 어떠한 분야든 트렌드에는 패턴이 존재한다는 말이 흥미로웠다. 초반에는 TT의 의의에 대해 고민하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아니 어쩌면 답이 정해져 있는 주제의 논리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책이나 논문 자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문화된 정보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이와 동시에 Jason이 TT에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과학을 다루는 분야에는 결과 값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인문학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변수가 많다.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사고를 했다면 말도 안 되는 확률로 당첨이 결정되는 로또를 하지 않았을 텐데 대한민국 국민들 중 일확천금의 꿈을 그리며 로또를 안 사본 사람이 몇 % 나 될 것 같냐고. 그리고 재밌는 사실은 인간들도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인지하면서도 로또를 한다는 것인데, 이런 극악무도한 확률 속에 덤비는 인간의 행동 패턴은 어찌 보면 인간이기에 논리적일 수도 있다고.


마케팅이 재밌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논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시대는 숨겨진 논리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가 그 속에 숨은 논리의 패턴을 이해하지 못함에도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트렌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꽤나 흥미로운 사실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자리가 오래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논리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라 유쾌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런 논리들이 엮이고 엮여 숨은 패턴을 발견하고 나만의 논리로 흡수했을 때의 전율은 꽤나 짜릿하기 때문이다.



본 포스팅은 마케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오소리 1'이 'TT(Tea Time)'에 참여하여 느낀 점을 기록하는 일종의 인턴 일기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 여기서 'Tea Time'이란? = Jason(CEO), Chris(CXO)와 함께 [업무 효율화 TOOL, 커뮤니케이션 기술, 트렌드, Jason의 Q&A 등]의 주제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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