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마음도
나는 어느 순간은 튀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무색무취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내가 편하다고 말하고, 조용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게 내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인간관계는 어떨까. 모든 이들과 잘 지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좁은 범위 안에서 사람들을 사귄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긴 하나,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사람들을 가리기도 하는 것 같다.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적극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굉장히 적은 편이다.
나의 단점 중 하나는 감정 변화가 잦고, 감정이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얼굴에 화, 우울, 싫음 등이 잘 드러난다. 이 건 사회생활에서 미친듯이 강한 단점으로 느껴진다. 여튼 나는 누군가에게 화가 나거나, 누군가가 싫어지거나, 불편해지면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 아예 얼굴을 보지 못한다. 내가 사람을 싫어하면 그 사람의 얼굴을 잘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20대 초반쯤 알게 되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저 싫어지면 얼굴도 꼴보기 싫어지는 게 아닐까 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주제로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고민을 털어놨다. 내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다 드러나는 것, 조금만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친해지려는 노력을 1그램도 하지 않게 되는 것, 둘 다 고민이라고. 그랬더니 그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충분히 숨길 수 있는 감정도 일부러 드러내며 상처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런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기분까지도 망친다고. 물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감정이 올라올 때 혼자 어느 정도 삭히려고 하며 그 당사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문득 오늘 그 날의 대화들이 떠올랐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내 감정을 눈치채 상처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 배려를 누군가는 알아채고, 더 좋게 봐주 건 아닐까. 안 좋은 감정은 잘 승화시키고, 성숙하게 풀어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기위해 노력해야 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나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아닐까. 아직 감정 표현이 서툴더라도, 때론 감정이 폭발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려하는 마음을 놓치 않는다면 적어도 잃는 관계보다 얻는 관계가 더 많지 않을까. 상처줬도라도, 그 관계가 회복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오늘의 두 줄 쓰기는 대~~~~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