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깔 딱지

무릎 딱지

by 그림책 READING GOING

"무릎 딱지?" 아이들의 딱지 놀이를 떠올리는 제목이었다. 빨강색이다. 그냥 빨강이 아닌 강렬한 빨간 표지의 그림책이다. 빨간 바탕에 노란색 글자가 씌여진 표지를 들여다보면 빨간 소파에 상처 난 빨강 무릎을 바라보는 한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빨강 쿠션 한 개도 눈에 들어온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사실은 어젯밤이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밤새 자고 있었으니까

그동안 달라진 건 없다.

나한테 엄마는 오늘 아침에 죽은 거다.


첫 페이지의 첫 문장은 엄마가 죽었다는 독백으로 시작한다. 모든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천정을 바라보며 누워 있는 아이의 생각을 따라가 본다. 이 아이는 몇 살일까? 지금까지 세상의 중심이었던 엄마가 죽었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 아이의 세상이 멈추고 빛을 잃었다. 아빠마저 죽으면 어떻게 할까?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의 첫 문장도 이렇게 시작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엄마의 죽음은 두렵고 낯선 경험일 것이다.


눈물 흘리는 아빠를 돌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는 무표정하지만, 버거운 마음이 읽혀진다. 아이는 상처가 완치될 때 생기는 딱지를 떼서 아플 때마다 엄마 목소리를 듣는다. 딱지를 뜯어 아픔을 느끼고, 생명의 빨간 피를 보면서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엄마 나 살아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감당하기 힘들 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엄마가 차라리 죽어버려서 다행이라고 했다. 끔찍하고 괴로운 일이지만 다행이라고 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아직도 어린아이인데, 너무 일찍 감당하기 힘든 어른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오래 전 드라마에서 치매 증상을 앓는 엄마가 마음이 아프다고 가슴에 빨간약을 발랐던 장면이 떠올랐다. 빨간 약을 발라보면 1원짜리 만큼만 발라보고 싶은데, 500원 동전보다 더 크게 발라지고는 한다. 빨간색으로 흥건한 무릎 딱지가 내게는 넘치는 상흔의 깊이를 더한다. 그래서일까? 지난 해 3월 아버지와 떠나보낸 나의 상실감으로 이어진다.


그림책을 읽는 내내 그 드라마와 함께 '바르면 상처가 낫는 약' 빨간 약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빨간 약을 바르면 새 살이 돋듯 모든 상황이 이전처럼 회복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계속 전해지는 아이의 상실감이 지난 해 3월 아버지와의 이별이 계속 연상되어 떠오른다.


해골 같은 얼굴을 한 인간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괴로워하는 뭉크의 ‘절규’가 함께 연상되었다. 빨간 핏빛으로 물든 하늘 속에 불안, 고통, 절망을 토로하는 그림 속의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무릎 딱지‘의 아이 같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았다. ‘절규’의 작가 뭉크는 1863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지 5년 만에 폐결핵으로 엄마를 잃었다. 군의관이었던 아버지는 바빴고 엄마 대신 그를 보살핀 누나도 9년 후 결핵으로 그를 떠났다. 뭉크는 엄마와 누나가 죽은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무릎 딱지’를 읽으며, 아이와 자기 자신에 실존적 삶에 짓눌려 엄마의 죽음을 애도할 여력도 없었던 뫼르소와 뭉크가 빨간 색 안에 갇혀 절규하는 듯했다.


엄마와 꼭 닮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 보지 못하는 아빠를 생각하는 아이

아플 때 위로해 주던 부드러운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아이

엄마의 목소리 모습 등이 없어질까 봐 두려워서

집의 문이며 창문까지 꼭 꼭 닫고 지내는 아이.

엄마가 없어서 슬픈 아빠까지 걱정하는 아이.

다쳐서 무릎에 피가 날 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아이.

아픈 마음 속 절규로

상처 난 무릎을 자꾸 뜯어내는 아이.

그 아픔이 오롯이 전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무릎에 새 살이 돋은 날

아이의 옷은 하얀색이 되었다.

새로운 시작이다.


‘무릎 딱지’라는 제목만 볼 때 대한민국의 정서가 그대로가 느껴졌기에, 우리나라 작가로 알았는데 사를로트 문드리크 라는 낯선 프랑스 작가이다. 이 책을 읽고서야, 프랑스 대혁명의 빨강색, 흰색, 파랑의 프랑스 국기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빨강색이 흰색이 되고 이제는 푸른 하늘로 아이가 날아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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