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경주마에서 잠시 내려서 쉬어가자

도서관

by 그림책 READING GOING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나는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인성교육 강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다 보니 학생들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부모교육이 더 필요함을 느꼈다. 부모교육 강사로 확장하면서 준비할 것도 많았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래서 최근 4년 동안 정신없이 달려왔다.


내가 강사를 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면이 좋아서였다. 정해진 트랙 안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보다는 자유롭게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와 같은 삶을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강사를 하다 보니 웬만한 경주마보다 숨 가쁘게 달리고 있는 나를 보았다.


경주마의 경우 속력을 내기 위해서 ‘차안대’를 씌운다. 주변의 시야를 차단함으로써 산만해지지 않고 전방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는 마치 차안대를 씌운 경주마처럼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이 일정대로 움직이느라 바빴다. 다이어리에 잡힌 일정대로 쫓아가는 바쁜 생활을 하면서 2년마다 받아야 하는 국가 건강검진 시기도 놓쳤고, 하고 싶은 취미 생활도, 읽고 싶은 책도 미루어두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앞만 보고 달리던 나의 일정이 예정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해진 출강표 코스로만 달렸던 내 인생의 경주마에서 잠시 내려오기로 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지만 자유롭게 즐기면서 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인데 내가 얼마나 맹목적으로 달려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엔 내려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황스럽고 내 삶이 멈춰진 것 같아 불안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요동치는 마음은 진정이 되고 눈가리개가 벗겨지며 갇혔던 시야가 넓어졌다. 그렇게 나한테 주어진 시간을 모처럼 자유롭게 지내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멋진 그림 같은 ‘캘리그래피’ 작품을 보고 나도 써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과감하게 등록해 시작해보았다. 붓 다루기 연습, 먹물과 친해지는 연습, 손을 따라 마음을 표현해 가는 연습 등을 통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캘리그래피 활동을 통해 소진이 아닌 에너지를 충전 받았고 즐거움을 얻었다. 30분 정도밖에 쓰지 않은 것 같은데 2시간이 훌쩍 지나기도 했다.


삶의 여유를 찾고 싶다면

지금 달리고 있는 인생의 경주마에서 잠시 내려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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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떠올리는 순간 그림책 『도서관』이 떠올랐다. 주인공의 삶은 오직 독서뿐이다. 잠잘 때도, 학교에 갈 때도, 수업시간 중에도….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책 읽을 생각만 한다. 그래서 너무 많은 책 때문에 침대가 부서지기도 하고 책장이 무너져 내리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운동을 하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여전히 책을 읽는다. 주인공은 공부를 위해 읽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책을 읽것도 아니다. 그냥 책이 좋아서 함께 하는 것이다. 그녀의 삶에 있어서 책은 자유가 된다. 그 자유를 위해서 그녀는 데이트도 포기하고 더 나은 뭔가를 버리고 책과 함께할 수 있는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나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계속 보기 위해서 자신의 집을 마을도서관으로 기증한다. 엘리자베스의 이런 모습은 자유롭지만 자기의 삶을 즐기는 과정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돈이라든가, 더 나은 직업이라든가, 때가 되면 해야 하는 결혼이라는 것에 집중하겠지만 주인공의 이런 모습은 자유롭고 무언가에 길들어지지 않는 야상마처럼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심리학적 의미에서 몰입이란 깊이 파고들어서 심취하는 것을 말한다. 몰입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게 해주며 마치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어 자신의 정신적인 역량을 몰입의 대상에 100% 쏟아붓는 일이다. 삶에 계획에 쫓기지 않고 집중하는 것,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서 즐기는 모습,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모습 자체가 부럽다. 이걸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이 편해진다.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나도 처음에 강사를 할 때는 엘리자베스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듯이, 강의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열심히 하려다 보니까 들어오는 수업을 많이 맡게 되고 과중한 준비과정에 나 자신이 쫓기게 되었다. 마치 본의 아니게 4년 동안 워크홀릭으로 살아온 것 같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성취를 향한 몰입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은 ‘미쳐라’ 시리즈 책으로 유행을 탔다.

『10대, 꿈을 위해 공부에 미쳐라』

『10대, 다시 한번 공부에 미쳐라』

『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20대 공부에 미쳐라』를 외치더니

『1년만 공부에 미쳐라』

이제는 『공부하다 죽어라』의 책 제목까지 나왔다.

그런데 부모들은 이 ‘미쳐라’라는 시리즈에 열광했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성공의 수단으로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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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장 가려면 공부해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공부해라’

‘너는 불안하지도 않냐’ 등

마치 좋은 성적을 못 내면 퇴출당하는 경주마가 될 것 같은 걱정으로 끊임없이 자녀를 몰아치기도 한다.

자녀는 경주마가 되든, 야생마가 되는 본인이 선택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몰입으로 연결될 때 바로 ‘진짜 행복’이 아닐까 싶다.


『도서관』}의 주인공에게 책은 어렵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었다. 퇴출당하는 경주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마지못해 책을 보는 것은 아닐까? 엘리자베스와 같은 행복을 우리 아이들도 누리면서 그것이 공부든, 일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자신만의 초원에서 달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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