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주

엄마에게 고양이란

by 호밀

얼마 전, 엄마가 말없이 돈을 보내셨다.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돈을 보냈네?'
'혼자 키우느라 애쓴다고 좀 보냈다'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와의 대화. ㅋㅋㅋㅋ이 넘쳐난다

대화만 본다면 내게 아이가 있다고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것과 많이 닮았다.

먹을 것을 챙겨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말을 하지 못하는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서 해주고, 엉뚱한 사고를 치면 가서 수습을 하고, 위험한 물건들을 치워놓고, 너무 춥거나 너무 덥지 않게 항상 집안을 신경쓰는 일.

어린 아이를 돌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 고양이가 접시에 묻어있는 핫소스를 핥아먹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었다. 스트릿출신도 아닌데 자꾸 내 먹을 것을 탐한다. 피자의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접시를 핥다가 옆에 묻어있는 핫소스를 핥아 먹은 것 같았다. 자극적인 핫소스에 놀랬는지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자꾸 재채기를 해댔다. 억지로 물을 먹일 수도 없고, 좋아하는 우유를 조금 따라주었다. 우유를 먹고 곧 진정이 되었다.

이 소동을 전하자 엄마는 깔깔깔 웃으시며 그랬다.

' 딱 너 어렸을 때랑 똑같네. 너도 돌 근처에 밥상에 있는 고추장을 한주먹 퍼먹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어.'

엄마는 고양이를 보며 내 어렸을 적 모습을 찾아내셨고, 그 모습은 흡사 손주를 보며 내 딸, 아들의 어렸을 때를 떠올리는 부모님의 모습을 닮았다.

참 이상하지.

고양이를 그리 싫어하셨던, 차라리 강아지를 키우라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고양이를 손주처럼 예뻐하시니 그 모습이 참 신기하다.


아마도 엄마의 이런 변화는 무언가를 돌보고 사랑하는 일이 모두 닮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는 일, 반려동물을 돌보고 사랑하는 일, 화초를 돌보고 사랑하는 일.

이 모든 일들은 대상과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닮아 있다.

항상 신경쓰고 위한다는 것.

그 마음은 모두 같으니까.


근데, 엄마, 왜 올해는 고양이 세뱃돈 안주신거죠?!

(뻔뻔해지는 딸래미)


나도 세뱃돈 주라냥!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떤 고양이와 함께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