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렉터 #디자이너 #마케터 #브랜딩
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21
‘책임감’이라는 무게감으로 자신을 채워가는 브랜딩 디렉터. 자신의 생각을 새로운 그림으로 정리하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제안의 과정이 가장 재미있다는 9년 차 디렉터 차선오 님의 일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현재 디자이너이자 브랜딩 디렉터로 9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점차 브랜딩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브랜딩에 대한 정의가 다양한데, 9년간 디자이너 겸 디렉터로 일을 하며 느낀 브랜딩이라는 건 무언가를 잘 키워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성장하든 정답은 없지만 그 방향성이 운영자의 의도와 일치한다면 잘 커나가는 것일 거고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나아간다면 잘 되어있다고 보기 힘들겠죠. 어떤 색깔로 성장하는가에 정답은 없다고 봐요. 그 색깔이 의도한 것인가, 그게 중요하죠. 기획자가 의도한 색깔을 소비자가 동일하게 느낀다면 브랜딩의 과정을 잘 공감시킨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디렉터의 역량은 리서치 능력과 빠른 판단력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업무는 크고 작은 사건의 연속이잖아요. 이때 디렉터에겐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하고요. 또 상사나 클라이언트에게 작업물을 보일 때 시안에 대한 책임도 디렉터에게 있죠. 작업자가 좋은 결과물을 뽑을 수 있도록 서포트해주는 게 디렉터의 역할이에요. 방향성을 고민할 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확실한 예시를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같은 이미지를 보면서 대화하는 게 이해도도 훨씬 높고요.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스터디와 리서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작업자와 충분한 대화를 해요.
사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에게 강하게 디렉팅을 할 경우, 결국 모든 결과물에 디텍터의 색이 묻어 날 수밖에 없다는 게 딜레마입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다소 퀄리티가 나오는 작업물을 뽑아내야 하는 회사에서는 업무 효율상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브랜딩을 함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결국 모든 작업자가 특정 직급이 아닌 프로듀서가 되는 거라 생각해요. 프로듀서의 개념으로 일의 전반을 이해하고,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는 각자가 이렇게 성장하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죠.
저는 1년 차 때부터 상사가 제시하는 시안의 방향성과 제가 그리는 디자인의 그림이 다르면, 야근을 해서라도 두 개의 결과물을 만들고는 했어요. 온전히 내가 만들어 낸 시안이 컨펌되면서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이런 시도가 쌓이면서 회사에서도 제 디자인 역량을 인정해 주셨던 것 같아요. 진부한 말이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건 본인의 노력이니까요.
중간관리자. 중간 관리자는 뭘 해도 욕먹는 자리잖아요. 고충은 너무도 뻔한 포인트라 제 나름대로 양쪽 입장을 절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있어요.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서로에게 명확하게 알려주려고 해요. 매일 오후 직원들의 스케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최대한 디테일하게 인지한 후 다음날 오전에 상사에게 현재 진행 중인 일정을 전달하며 조율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실무를 진행해본 관리자들은 실질적인 업무 시간에 대한 이해의 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중간에서 잘 조율하면서 각자가 어떤 일을 진행하는지 서로 공유시키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크고 작은 트러블을 방지하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거든요.
그 외로는 개인적으로 업무 권태기가 있겠네요. 4년 전쯤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어요. 조금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웠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비전이 없다면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 중국 비즈니스를 제안받게 되었고요. 결과적으로 코로나의 이유로 계획 중이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지만요.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회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원래 제 역할이었던 디자인 관련해 전반적으로 디렉팅을 해주는 직원들이 이미 있었고, 이전과 똑같은 방식의 일을 이제 할 수 없다고 느꼈거든요. 난 뭘 할 수 있지? 생각을 하다가 우리 브랜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 제가 생각한 채널은 유튜브, 와디즈, 아마존이었고요. 잘 준비하면 우리가 운영 중인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되어 줄 거라 생각하며 하나하나 도전해 가고 있습니다.
권태감은 익숙함과 무료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안주하기보다는 현 위치에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 같아요.
디자인과 브랜딩은 정답이 없는 일이에요. 정답이 없는 주관적인 일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서 근거 자료가 필요하죠. 제안서 마지막 장에 담긴 제가 정해놓은 답에 모두가 동그라미를 쳐줄 수 있도록 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슬라이드를 짜 내려갑니다. 기획과 제안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 과정이 업무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제안서라는 건 제 생각을 약간의 글과 이미지로 제가 보여주고 싶은 형태에 맞게 풀어놓은 결과물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저는 제안서에 많은 글 대신 핵심이 되는 키워드 정도만 적어요. 너무 많은 글을 담은 친절한 제안서는 발표자의 말이 전달되기 전에 페이퍼의 텍스트로 메시지가 우선 전달이 되고, 그럼 제가 원하는 템포에 임팩트를 줄 수 없어 결과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제안서가 되어 버리더라고요. 설득의 절반은 자신감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발표를 할 때 최대한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확신 있는 어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성향에 따라 훈련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기획해 정리한 내용으로 누군가가 설득되는 과정을 즐기고, 여기서 오는 성취감을 맛보는 경험을 쌓다 보면 어느덧 본인만의 pt, 설득의 노하우가 생길 거예요.
코로나 때문에 못 가는 날이 더 많긴 하지만 최근 PT를 받으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꾸준함이 정말 멋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뭐든 지속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저라는 사람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책임감인 것 같아요. 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맡은 바에 책임을 지고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일을 예로 들자면 제 위치는 팀원들이 편하게 도움을 청하고,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늘 저 자신을 몰아세우며 앞으로 나가려는 성향이 있어요. 이런 모습이 건강한 습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전 이런 제가 좋아요. 나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가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조금은 고집스럽고 유연하지 못해 보일지 몰라도 이렇게 만들어진 제 모습이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며 지금의 저를 만든 근원인 것 같아요.
사실 이전까지는 건강이라는 단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제가 고집하는 모습의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는 시기네요 : )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막연한 고민보다는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꾸준히 이어 간다는 게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 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일터에서도, 일상에서도 지치지 않기 위해선 나의 모습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내가 그리는 모습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