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가래에는 맥문동이라고요?
콜록콜록. 으윽. 확진과 격리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목엔 끈덕한 느낌이 남아있고 마른기침이 수시로 터진다. 기침을 할 때마다 흉통까지 찾아온다. 아니, 분명 이쯤되면 없어질 때도 되지 않았어?
자가격리 이후에도 만성 목감기, 코감기처럼 일상을 함께 하고 있는 기관지 후유증들. 잡을 방법이 없을까.
w. 마케터 Jane
뭔가 목이 칼칼하고 기도가 좁아지는 느낌. 혹시나 싶어 병원에 가 신속항원 검사를 했다. 결과는 음성. 왠지 모르게 대비를 해야할 것 같았다. 집 근처 약국 세 곳을 돌았지만 인후스프레이며 스트렙실이며 약이 없었다. 대체할 수 있는 약을 한 종류씩 사와 쟁여놓고 자고 일어나니 확진.
불과 몇 시간 전엔 음성이었잖아….
그렇게 2,3일 동안 기침과 인후통으로 스트렙실을 물고 자다가 4일째 되는 날부턴 큰 통증 없이 기침과 가래만 나오기 시작했다. 축농증이나 비염에 걸린 것처럼 코 뒷부분과 목에 끈적한 뭔가가 꽉 막고 있었고, 기침을 할 때마다 가래가 나왔다. 기침도 멈출 겸 목사탕을 종류별로 주문했다. 사탕을 먹는 동안에는 기침도 덜하고 기분탓인지 가래도 옅었다. 화장실에 앉아서 샴푸 후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우연히 사탕 후면 스펙을 보다가 신기한 이름을 발견했다. 맥문동. 흔하지 않은 단어가 만나서 그런가. 뜬금없이 소격동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 이 꽃?'
대부분 사진을 보면 비슷한 반응이지 않을까. 이름은 낯설어도 눈에는 익은 꽃. 맥문동은 길거리나 집앞 화단, 공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보라색 꽃이다. 서울숲을 산책할 때에도 본 적이 있다. 에코 플랜트라고 해서 공기정화나 관상용으로 많이 들인다는데 개인적으론 가정집 실내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나저나 이 꽃이 거담(가래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약재로 쓰이는 곳은 정확히 말하면 꽃이 아닌 뿌리다. 맥문동은 추운 겨울을 버티고 살아낸 강한 생명력을 뿌리에 가득 담고 있다가 이듬해 봄철에 수확된다. 그래서 봄을 제철로 꼽는다. 이런 부분은 이전 편의 칡과 상당히 비슷하다. (▶ 참고: 칡칡맞아. 숙취가 지독해서 천장만 보고 누워있던 날) 봄이 제철인 뿌리 약재들은 다 이런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예쁘게도 맥문동은 이름에도 겨울(冬)이 있다. 사계절 내내 시들지 않고 겨울에도 푸르기 때문에.
재밌게도 오래된 의학서적에는 이 맥문동이 불사초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불로불사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진시황 역시 맥문동과의 썰이 있는데, 한날 새가 물어온 부추잎 비슷한 풀을 보고 그게 불사초인 줄 알아 영주산(제주 한라산)을 뒤적거린 것이다. 귀곡자가 진시황 더러 그 풀을 죽은 자에게 올려두면 수일 내에 살아난다, 동해 영주산에 있다고 말한 탓인데 아마도 겨우내 시들지 않고 푸르를 수 있는 그 생명력을 두고 말한 게 아닌가 싶다.
죽은 자가 살아난다니…. 넷플릭스 <킹덤>이 생각났다. 마침 킹덤의 생사초도 보라색 꽃이네!
-사포닌 성분이 있어 가래와 기침을 삭히고 제거한다.
-인후통, 기관지염 등 호흡기, 기관지 질환 증상을 완화시킨다.
-찬 성질을 가진 약재로 갈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
-피부윤택, 항산화 등 피부미용과 모발, 탈모에 굳!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에도 도움을 준다.
맥문동엔 스피카토사이드A라는 사포닌 성분이 있어 진해, 거담 작용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한약재료로도 많이 쓰이는데 좀 더 요즘 증상으로 풀어보자면 각종 호흡기질환, 기관지염, 인후염, 천식, 감기, 기침, 가래에 효능이 있다고. 코로나 이후 남아있는 후유 증상에 딱 맞는 효능이 아닐 수 없다.
수확하여 싹 씻어 말린 맥문동 뿌리를 보고 있자면 꼭 생땅콩과 닮았다. 뿌리가 작고 알알이 통통하며 다발로 나기 때문이다. 약간의 단맛과 진짜로 생땅콩 비슷한 맛이 나기도 한다. 아마 달달한 맥문동 정과나 쿠키의 부재료로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듯하다. 기운이 딸리는 여름에는 오미자와 인삼을 넣고 생맥산으로 만들어 시원한 냉차로 마실 수도 있다. 맥문동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열을 식혀주고 자양강장의 효능도 있어 기운을 복돋아주니 더울 때 차로 쉽게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맥문동은 항노화 항산화 기능과 건조함을 예방하는 등 피부개선 효과가 있어 화장품의 원료로도 쓰인다. 우리가 아는 아주 유명한 화장품 중에도 맥문동이 들어간 한방 화장품이 있다. 또 머리카락 생장이나 두피 건강에도 좋아 샴푸나 트리트먼트 등 헤어제품으로도 알게 모르게 만나고 있다는 사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알고보면 우리 가까이에 있다.
맥문동은 영어로 '뱀까끄라기(Snake's beard)'로 불린다.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습성과 생김새가 뱀의 그것을 닮았기 때문이다. 뱀이라고 하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보라색 마스카라 브러쉬가 생각난다. 올올이 보라색 마스카라 액이 뭉친 브러쉬.
이제 아마 길을 걷다가 보라색꽃을 보면 이거 맥문동 아닌가 하고 유심히 보게 될 것이다. 연보라색의 라벤더밭을 보다가도 맥문동이 불현듯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보게 될 때마다 웃음이 지어질지도. 새로 알게 된 것을 우연히 마주칠 땐 신기해서 웃음이 나곤 하니까!
끝으로, 맥문동의 꽃말은 '인내, 겸손 그리고 기쁨의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