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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루습 Jun 16. 2022

향수(nostalgia)를 부르는 나뭇가지 침향

오우드(Oud)라 쓰고 침향이라 읽는다

'이 나무토막은 뭐지?'

콘텐츠 촬영이 있던 날 침향의 실물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절대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이 나무토막이 우리가 만드는 제품의 주 재료라니... 의구심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익숙하고도 편안한 향이 은은하게 콧속으로 들어왔다. 이 냄새 어디서 맡았더라..?



약재산책(冊)

오우드(Oud)라 쓰고 침향이라 읽는다

w. 마케터 Moon


 중학생이 되기 전까진 한 달에 서너 번은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가곤 했다. 피부 몇 겹은 벗겨낼 거 같은 엄마의 세신 스타일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나는 엄마랑 목욕탕에 가는 시간이 좋았다. 긴 시간 동행할 바비인형을 가방에 챙기는 일부터 목욕이 끝나고 엄마랑 단둘이 먹는 우동 한 그릇이 그 시절 나에겐 최고의 브런치였다.

 

 이 맛있는 브런치를 즐기기기까지 어린 나에겐 나름의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유는 바로 습식 사우나! 목욕이 끝나고도 엄마는 한참을 이 습식 사우나에서 나오질 않으셨다. 몇 번이고 사우나실 문을 열어 엄마를 찾는 수고스러운 일을 반복해야 엄마는 겨우 문을 나섰다.

 극강의 열기에 차마 사우나 안을 들어가진 못했지만 문이 살짝 열릴 때마다 퍼지던 기분 좋은 냄새를 잊지 못한다. 뭐라 형용하긴 힘들지만 따뜻하면서도 프레쉬하고 뭔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런 향.. 침향의 향기였다.


 몇 해 전 인터뷰 차 만났던 어느 조향사의 말처럼 침향의 향을 맡는 순간 나는 일곱 살 꼬마가 되어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의 분위기와 머물렀던 공간에 대한 정취는 담아올 수 없단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여행지를 가면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습관이 생겼어요. 기억하고 싶었거든요. 향기는 정말 신기해요~ 한순간에 나를 먼 여행지, 오래전 어린 시절로 데려가기도 하니까요."

[조향사 김향미 님 인터뷰 중.]



 침향은 사향, 용연향과 함께 세계 3대 향(香)으로 불린다. 영어로는 아가우드 (Agawood), 오우드(Oud)라고 쓰는데 흔히 알고 있는 고가의 오우드 향수의 원료가 바로 이것이다. 기원전 1400년경부터 오우드 향을 사용해 왔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된 침향은 만들어 지기까지도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곰팡이균이나 박테리아 등에 감염이 된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 기름(수지)을 분비하는데 내부에 쌓인 수지가 시간이 지나 단단히 굳어 침향이 된다. 침향은 동남아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아퀼라리(Aquilaria)라는 학명의 나무 중 몇몇 종에서만 추출이 되는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극히 제한적이라 매우 귀하고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침향.

-심신 안정에 효과.
-하복부 냉감을 포함한 통증과 월경불순에 좋다.
-정력이 감퇴하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에 탁월.
-호흡기 질환에 효과적이다.
-급성 위장염에 좋아 소화기능 개선에 효과적.
-기억력과 집중력 등 뇌기능 개선에 뛰어남.
-기력 회복 및 면역력 증강에 굳!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 중앙연구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침향만큼 역사적인 에피소드가 다양한 약재가 또 있을까?

중국 당나라 현종은 양귀비의 환심을 얻고자 침향나무로 지은 정자를 선물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 세종실록에는 '침향'이 스물네 번이나 언급될 만큼 세종대왕은 침향을 가까이 두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불가에서는 수행 길에 오를 때 침향으로 만든 염주를 몸에 지녔는데 침향의 향이 집중력을 높이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약재로써의 효과가 탁월해 수행 중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대비했다고 전해진다.

그 옛날 스님들은 침향의 다양한 효능을 백분 활용해왔던 셈이다.



 혜윰의 마케터로서 침향이라는 약재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최근 건강식품 시장에서는 홍삼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침향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거의 만병통치약급의 효능을 가진 재료지만 열을 내는 성질이 강해 권장량 이상을 섭취할 경우 복통이나 구토, 두통증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침향은 단순히 효능과 부작용으로 정리하기엔 아쉬움이 남는 약재이다. 그 안엔 의학을 넘어 철학이 묻은 역사가 담겨있다. 자료를 찾아보며 내가 내린 침향의 정의는 '몸과 마음을 착하게 만들어 주는 '이다.

 

건강한 침착함이 필요한 바쁘다 바빠 현대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가장 가까운 곳에 침향을 두라고.


사무실 책상 위, 침향이 있어야 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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