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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루습 Mar 03. 2021

[H 인터뷰] 여행의 순간을 향으로 기록합니다.

#조향사 #페일블루닷 #퍼퓨머 #여행기록


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20



Intro

육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그 체력으로 정신적 건강을 유지해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조향사. 일상과 여행의 순간을 향으로 남겨 추억과 함께 간직할 수 있도록 어떠한 순간을 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임향미 님의 향기로운 기록을 인터뷰로 맡아보세요.





Interview   

임향미님 이야기


#순간을 향으로 기록하는 사람

일상과 여행의 순간을 향으로 기록하며 현재 라이프 프레그런스 브랜드 <페일블루닷>을 운영하고 있는 조향사입니다. 저는 여행의 순간을 향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국내외 여행지를 선정해 여행을 다니고, 필름 카메라로 모든 영감의 순간을 촬영하며 조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스케치해요. 시작에 앞서 털어놓자면, 제 이름의 뜻이 감사하게도 '주다'의 뜻인 맡길 '임', 향기 '향', 아름다울 '미' 예요. 남들에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들을 전해준다는 뜻을 지니고 있죠. 놀랍게도 본명입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본명이요!


조향사는 기본적으로 주제를 가지고 향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방향제나 화장품에 들어가는 향장용 향을 만드는 조향사를 '퍼퓨머(Perfumer)', 음료나 식품에 들어가는 식향을 만드는 조향사를 '플레버리스트(Flavorist)' 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은 '조합향료'라고 불리는데 이렇게 조향된 조합향료들이 알코올이나 정제수, 왁스 등 다양한 용매를 만나게 되면 비로소 향제품이 되어 여러분들에게 선보여지게 됩니다. 그래서 조향사는 향료에 대한 이해도 물론이지만 다양한 용매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해요. 


앞서 조향사란 주제를 가지고 향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페일블루닷(Pale Blue Dot)> 은 지구를 부르는 또 하나의 말이에요. 미국의 천문학자 칼세이건의 주도로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요. 칼세이건은 지구가 창백하고 푸른 점처럼 표현된 이 사진을 통해서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지구를 소중히 생각해야 함을 그의 저서에서 밝히고 있는데, 지구 위 여행의 순간을 향으로 기록한다는 컨셉과 잘 어울리는 단어라 브랜드명으로 정하게 됐어요. 어떤가요, 잘 어울리나요? : )


#여행의 향기

첫 해외 여행지는 일본의 도쿄였어요. 대학 전공이 일본어학이었거든요. 대학교 4학년을 앞두고 휴학을 했던 겨울에 6박7일 정도 도쿄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제 인생이 완전 바뀌었죠. 낯선 곳에 난생 처음 도착해 느꼈던 이국적인 공기 냄새. 그 냄새를 잊을 수가 없어요.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기록들, 그리고 소비할 수 있는 기념품들은 모두 다 캐리어에 담아서 가져올 수 있는데 그날의 분위기와 머물렀던 공간에 대한 정취는 담아올 수 없단 사실을 인지하고나서 여행지를 가면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습관이 생겼어요. 기억하고 싶었거든요. 그 순간을.


향기를 정하는 기준은…. 여행지의 특징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향이 탄생되는데, 조향사인 제가 직접 보고 겪은 순간의 예외성이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페일블루닷의 시트러스 그린 타입의 향인 'YANG YANG'은 양양 서퍼비치의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을 표현한 향인데 베이스 노트에는 섹슈얼한 느낌을 나타내는 화이트 머스크 향료가 들어가 있어요. 제가 양양을 방문했을 때 아주 매력적인 남자 서퍼를 직접 봤기 때문이죠. 그 분을 만날 수 없었다면 화이트 머스크 향료는 조향에 사용되지 않았을 거예요.


또, 일상의 풍경을 기록하는 DOT시리즈는 일상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조향사의 상상력이 가미된 시리즈입니다. 일상의 순간과 인물의 인상을 중심으로 향이 탄생되어요. DOT시리즈에 속하는 향인 'GOOD AFTERNOON'을 예로 들자면, 졸린 오후를 깨우기 위한 시트러스 그린 플로럴 타입의 향이에요. 졸린 오후를 너무 자극적인 시트러스 향보다는 은은한 느낌으로 이겨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조향했죠. 


그리고 ROOM시리즈는 특정 공간의 정취를 표현한 시리즈예요.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의 생각이 반영되었고, '룸'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의 느낌이 향의 주제가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상상력 보다는 실재하는 공간의 무드를 표현하는 것이 조향의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디 타입과 발삼 타입의 향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샌달우드나 시더우드, 베티버, 패츄리, 팔로산토, 통카넛, 오포포낙스 등의 향료 향취를 좋아해요.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역사가 오래된 공간들, 특히 성당이나 오래된 나무 건물에서는 세월의 느낌이 공간의 향으로도 잘 느껴지는 편인데, 주로 우디하거나 발삼 타입에서 느껴지는 향취가 많아서 우디 타입과 발삼 타입의 향을 좋아해요. 


#기록을 공유하다

여행의 풍경과 순간들을 사진으로도 담는데요. 사진을 촬영할 때는 소위 말해 잘 찍는 사진, 예쁜 사진, 감성적인 사진 보다는 여행을 하는 주체인 제가 보고, 듣고, 만나고, 스쳐지나간 순간들을 공유하는 데 의미를 두고 촬영해요. 그래서 제가 촬영하는 모든 사진들은 주제 향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자 기록의 공유입니다. 주제 향을 선보일 때 항상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함께 공개하는데, 이 또한 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에요. 


여행의 순간을 향으로 기록하는 브랜드다보니, 에어서울과 노보텔 수원과의 프로젝트가 많이 기억에 남아요. 가수 윤미래 씨와의 콜라보, 수원시립미술관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잊지 못하죠. 페일블루닷은 앞으로도 다양한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특히 여행이라는 분야를 향 이외의 다른 관점으로 풀어내는 분들이 있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또 오프라인 시향 공간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에 전국 각지에서 팝업 공간을 준비 중이에요. 향은 맡아보지 않고서는 그 향취를 가늠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후각은 가장 물리적인 감각기관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향을 맡으면 과거의 기억이나 추억을 바로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각기관이기도 해요. 물리적이지만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후각은 그 매력이 더해집니다. 물리적인 부분에 많은 제약이 없도록 오프라인 팝업 공간을 정기적으로 준비하려고 해요.

 

가끔 패키지에 관해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는 향을 조향하는 조향사이기 전에 여행지의 매력적인 향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메신저(우체부,messenger)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페일블루닷은 향기 우체국이라고 여기고요. 이런 이유로 모든 패키지 디자인은 편지와 소포상자의 외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하게 되었어요. 제품의 라벨 디자인 또한 지그재그 칼선이 특징인데 이는 우표의 특징을 반영했네요. 일상과 여행의 순간을 향으로 기록하는 브랜드다운가요? : ) 


#지금의 나를 만든 건강한 습관

26살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윗몸일으키기 50개도 버거웠는데 6년을 하다보니 지금은 스쿼트, 엘보우 플랭크, 브릿지싸이스퀴즈, 런지, 행잉레그레이즈 등 웬만한 홈트레이닝 루틴들을 인터벌 트레이닝 형태로 타이트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꼭 해요. 


그리고 아무래도 조향을 하다보니 담배는 피우지 않는 편입니다. 조향사는 후각에 대한 역치를 낮추는 게 중요해서 후각의 역치를 높이는 행동들은 피하게 돼요. 같은 이유로 맵고 자극적인 음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먹지 않고요. 어릴 때부터 피자나 햄버거,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를 좋아하지 않고 몸에 좋은 것들을 잘 챙겨먹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습관이 바로 이 식습관인 것 같아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이 말에 많이 공감합니다.


정신적으로는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말.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을 주로 하게 만드는 사고의 습관과 이틀에 한 번씩 꾸준히 운동을 하는 습관이 현재의 저를 만들어낸 것 같아요. 건강한 사고 없이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없고, 건강한 몸 없이는 피곤하고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가 없어요. 


드라마 <미생>에서 정말 공감이 가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런 대사예요.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라.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 밖에 안 된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조향하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그렇기에 건강한 사고와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매순간 노력합니다. 이얍! 


그렇게 노력해 두 가지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하나는 101가지 향을 만드는 거예요. 형은 개인의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되는 분야라서 향을 선택할 때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은 개인의 취향입니다. 각기 다른 세세한 개인의 취향을 페일블루닷의 조향된 향 중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101가지 유형의 향을 조향하는 것을 브랜드의 조향 목표로 삼고 있어요. 두번째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향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향 오브제들을 출시하는 거예요. 좋은 향을 발견했다면 향을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룰 수 있겠죠? 그러니까 매순간 노력합니다! 이얍!

       




Outro

프루스트(Proust) 효과.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작품 중 냄새와 기억에 관한 구절에서 나온 말입니다. 주인공이 라임 차에 젖은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유년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데, 이처럼 어떠한 냄새가 과거의 특정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말하죠. 다들 어떠한 냄새가 지난 기억을 스치게 하는 경험을 해봤을 거예요. 지나가는 아저씨의 율무차 냄새에서 고소했던 어릴 적 영양제를 떠올릴 수도 있고, 비 오는 날 지하주차장 냄새에서 어릴 적 가게 시멘트 바닥을 물걸레질 하던 아빠의 모습이 스칠 수도 있죠. 


여러분은 어떤 냄새에서 어떤 추억을 떠올리시나요?

혹은, 무슨 추억의 어떤 냄새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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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인터뷰 | 조향사 임향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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