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미술전시
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20
감정과 같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방법은 몹시 다양합니다. 글과 소리로 표현을 하기도 하고, 감각과 모양으로 말하기도 하죠. 또 누군가는 냄새로도, 맛으로도, 색깔로도 나타내기도 합니다. 혹자는 사실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언어로 표현하기도 해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시각화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과정. 여기, 그 과정을 미술로서 말하는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미술작가이자 기획자입니다.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자신도 모르게 모호한 감정이 생겨 가슴을 찌르는듯한 추상작품을 주로 작업하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당연히 미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성장했고, 항상 이면지에 낙서를 하면서 자라왔어요. 미술 유치원을 다니기도 했고요.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주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아도 모두가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각자의 언어와 생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다르기에 생기는 행복과 슬픔, 기대와 실망 등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한 주제를 제 언어인 붓질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 이야기를 잘 녹여내면서도 대중성을 띠어야 공감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양한 시각으로 제가 가진 주제를 바라보며 편안한 접근 방식으로 만들어내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접근성과 주제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하고자 하지만,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리고 제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은 모두가 느끼는 굉장히 일반적인 것들이고, 저는 그 보통의 것을 그냥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대를 뒤흔드는 위대한 예술가가 되기보단, 보통의 상황과 보통의 사람들을 따뜻하게 포옹하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큰 영감을 얻는 것 같은데, 한번 더 생각해보면 매일 매시간이 전부 다 영감이지 않았나 해요. 저는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인 데다가 주변 환경에 많이 영향을 받는 편이어서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거나 기뻐하기도 합니다. 그게 다 결국엔 영감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음악은 재즈를 가장 많이 듣는데 서정적이거나 추상적인 느낌의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정말 너무나도 많지만 딱 한 명만 꼽자면, Elizabeth peyton 이에요. 홀로 도쿄여행 중에 우연히 마주친 그림이 너무 매혹적이었어요. 정말 작은 사이즈의 작품이었는데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렸죠.
<가장 즐겨듣는 음악리스트>
Brad Mehldau – Prelude to a Kiss
Keith Jarrett & Charlie Haden – Don’t Ever Leave Me
George Benson – Serbian Blue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아무래도 첫 개인전인 것 같아요. 그때 전시했던 작품들이 오래된 레코드판 커버들을 collage(여러 가지 인쇄물 등을 붙이는) 기법을 사용해서 작업했던 작품들이었어요. 전시 중 관람객 한 분이 오랫동안 작품 앞에 서서 과거를 회상하셨다고 감사함을 표하고 가셨는데 정말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2017년에 연 개인전 타이틀이 ‘SYMPATHY’ 였는데요. 타이틀에 사용된 ‘SYMPATHY’라는 단어는 ‘동정’이나 ‘연민’의 뜻이에요. 어머니가 가지고 계셨던 ‘SYMPATHY – Rare Bird (1968)’이라는 레코드판을 집에서 듣고 있었는데, 레코드판 상단에 ’87.9.17 우울한 일요일 아침에’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어요. 그 글귀를 보고 많은 감정을 느껴서 레코드판 커버들을 다 뜯어서 작품을 만들었고, 타이틀이 자연스럽게 정해졌어요. 150장 가까이 되는 레코드판을 다 뜯어버려서 어머니께는 좀 죄송스럽기도 하네요….
저는 작품 활동을 주로 집에서 하는데, 처음에는 주거 공간과 작업 공간을 나누는 게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점 분리된 생활이 개인 성향에도 안 맞고 현실적으로도 지치고 힘들더라고요. 결국엔 눈만 뜨면 바로 작품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주거 공간과 작업 공간을 합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작업을 하면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일상이 작품 속에 녹아들고 작가로서의 태도 또한 달라지는 기분이라 만족 중이에요.
작품 활동 이외에 일상을 보내는 취미도 너무나 많고 또 하고 싶은 것도 굉장히 많은 편인데, 요즘에는 재즈랑 와인에 미쳐 있어서 레코드판과 와인 수집에 혈안이 되어있어요. 얼마 못 가서 또 어떤 취미가 생길지 좀 무섭기도 하네요. 다 영감의 원천이긴 하지만요.
사실 건강관리를 따로 하고 있지는 않아요. 못 한다고 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핑계 같고, 귀찮아서 잘 안 챙기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이러다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곤한 날이 많지만 그래도 음악 들으면서 걷는 것을 좋아해서 위안을 삼고 있어요. 정신적인 건강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스스로 정신적으론 아주 건강하다고 생각되니… 제 건강 점수는 반반해서 50점 줄게요 : )
그리고 계속해서 미래를 그리는 생각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게 일어나는 많은 상황들의 끝에 대해서 항상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전시가 잘 마무리 되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같은 굉장히 긍정적인 의문문을 스스로에게 남기는 편이에요. 그런 물음들을 스스로 되새기고 꾸준히 하며 일을 진행시키다 보면 생각만큼은 잘 풀리는 것 같더라고요. 과거에서 배움을 얻고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이든 미래를 항상 그리게 되는 태도가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서 큰 목표를 세우기보단 이 생활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속해 있고,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다는 것은 인간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처럼 가까운 주변에서 사랑 받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코로나19 상황도 있고 아직 여러 가지로 준비 단계이지만, 일단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준비중인 올해 11월 경기도예술축제를 잘 진행해서 올해를 잘 마무리 하고 싶네요.
무언가의 '끝'을 상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곤 합니다. 쉼과 휴식을 바라며 안식을 찾을 수도 있고, 어두운 마지막의 나락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돌풍을 지난 후 성장한 자신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죠. 같은 방향으로 똑같이 활을 쐈을 때 끄트머리를 살짝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화살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아도 모두가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요.
여러분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