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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Nov 25. 2018

재방문율 90%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서울이 고향이고, 이주 6년 차이며, 아내는 조각을 전공해서 나무 작업들을 해왔다.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작업실하고 갤러리 카페를 하다가 제주도는 농업이 아니더래도 둘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는 되겠다 해서 일하던 것들을 정리하고 왔다. 공구가 많으니까 겁 없이 집을 지어보자 생각 하여 안에 가구나 나무로 만드는 모든 것들은 1년 동안 만들었다. 처음부터 디자인 다 하고 설계사한테 맡겨서 허가받았다. 이들은 처음부터 게스트 하우스를 할 생각이었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습 @물고기나무게스트하우스

Q. 게스트 하우스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A. 독립된 공간을 사용하는 펜션과는 다르게 여러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6년 정도 되니까 너무 인기여서 제주도에 거의 만 개 정도가 되는데 경쟁을 하다 보니까 파티도 하고, 이벤트도 하고 하여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Q. 손님들은 많이 오나.

A. 총 12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손님이 많이 오지는 않는데 재방문율은 8~90% 된다.  우리는 손님들이 편지를 매달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보낸다. 편지를 받으면 당시의 기억이 나,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 위쪽에 위치한 것이 엽서를 넣는 공간

Q. 성별에 따른 선호도가 궁금하다.

A. 90%가 여성인 것 같다. 여행 오는 것도 여자들이 7~80% 된다. 혼자 여행을 가기에 그나마 안정하고 여자들이 떠나는 게 제주인 것 같다. 2~3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오고 있고, 우리 집은 3~40대가 많이 온다.  또 조용히 와서 책을 보거나 쉬거나, 오름을 주로 올라 다니는 애들이 많이 온다.

액자 속에 그림이 있을 필요가 없단 생각, 그림을 그려보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아래는 매트리스. 혹시라도 사람이 더 오면 사용하기 위해서다. 구멍을 사용하여 편하게 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장기로 오는 사람도 있는가.

A. 더러 있긴 한데 보통은 보름 정도이다. 세 끼 중 아침은 우리가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는 주방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라서 특히 장기 투숙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냉장고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자신들이 가볍게 조리해서 먹는다.
 

Q. 장기로 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A. 쉬러 오고,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다음 직장을 얻는 동안에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쉬러 오는 친구들이 많았고, 대개 혼자 오는 케이스이다. 그리고 임신을 하고 육아 전에 장기로 쉬고 싶은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젊은 친구들이 직장을 옮기면서 많이 오고, 여기 와서 친해지니까 식구처럼 저녁은 같이 먹게 된다.

제주 14개의 읍과 면

Q. 제주에 태풍이 불었다고 하면 뉴스 보고 안부를 묻는 경우도 있나.

A. 지인들의 문자도 오고, 묵었던 사람들도 태풍 때문에 괜찮냐는 문자도 있는데 실제로는 뉴스 나오는 것보다 안전하다.
일화가 하나 있는데 폭설에 쌓여 4박 5일 고립이 된 적이 있다. 같이 눈 삽질하고 식료품을 다 먹고, 손님들이 더 적극적으로 삽질하고 한 친구들도 있는데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다.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 단골인 남자들이 오는 날짜인 건데 눈이 그렇게 왔는데도 오겠다는 거다.
각자 원하는 식료품 고르면서 생전 처음 보는 남자를 기다려 본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런 친구들은 계속 단골이 되고, 그 상황들이 되게 재밌었던 것 같다.

순범 사장님

주로 그런 분들이 다른 분들한테 소개를 많이 하고, sns를 별로 안 좋아하는 분들이 온다. 이상하게 홍보나 이런 거를 전혀 안 하려 하고, 자기만 알고 싶어 한다. 우리도 그런 걸 잘 못하고 싫어하니까 그런 성향인 것 같다.

나는 마을과 지역하고 단절이 있으면 외로운데 아무래도 지역의 공동체 일들을 많이 하다 보니까 지역 하고 빨리 친해진 것 같다.
오늘도 그런 뉴스가 나왔는데 제주에 많이 왔는데 다시 또 많이 올라간다. 그거에 대한 문제들을 파악을 했는데 지역을 충분히 몰라서 그런 거 같다. 한국말이 통하는 역사, 기후, 풍토, 언어까지 다른 나라이다.

양념들과 주방 도구들이 아래가 아닌 위에 위치

실제로 여기 와서 2년 차 됐을 때 제주도 분이 "제주도 살러 왔어?" 지금 살고 있는데 저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에는 몰랐다.

여기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 아파트는 이사를 하면 1주일 걸리는데 그게 여기는 3년인 거 같다. 3년 동안 인사도 잘 안 받는 거다. 3년 안에 다 떠난다는 것. 실제로 3년이 지나면 집에 들어오신다. 제일 많이 떠나는 게 3년 안에 다 떠난다.

Q. 손님 때문에 상처 받는 경우도 있나?

A. 사람이다 보니까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데 아주 사소한 걸로 인해서 속상할 때가 있기는 있다. 백화점 가서는 백 원 하나 못 깎으면서 호텔에 가면 문제 제기를 못하신 분들이 여기는 싸니까 행동도 싸게 하시는 분들이 있다. 여관 주인 취급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다.
우리는 손님들을 제재하는 게 없다. 불을 켜놓고 계속 놀아도 상관없다. 10시면 다 불 끄고 올라가서 자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고 맘대로 써도 되고, 주방도 조리도 할 수 있게끔 한다.
다른 손님에게는 피해를 안 가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가끔은 술 먹고 노래 부르고 떠들고 이러는데 다른 손님이 있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다른 손님 있을 때는 서로 지켜야 하는 예의가 있는 거다.
내가 돈 냈고 그러면 처음부터 예약을 받지 말던가 이런 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까 다른 집은 규제 사항이 되게 많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그런 규제 사항을 안 적었다. 있지도 않고. 대신 1층을 넓게 해 둔 거다.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은 부부가 만든 것이다

게스트 하우스 하면서 유일하게 우리가 서비스해야 된다고 하는 게 서비스 공간을 넓게 해 주고, 두 번째는 깨끗이 청소하자. 게스트 하우스를 하면 지저분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다. 우리는 최소한 청소만큼은 깨끗이 하자. 청소하는 게 유일한 서비스라고 해서 열심히 한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식 집 같은 느낌을 했다

우리는 주로 내가 저녁을 하는데 먹다 보면 저녁을 하는 날 마침 손님이 밥을 안 먹고 왔는데 식사 안 했으면 같이 한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면 갑자기 자기가 힘들었던 얘기가 훅 들어오면 깜짝깜짝 놀란다. 그 친구는 어차피 또 떠날 친구니까 그런 얘기들도 편하게 하고 그게 일정으로 해소가 된다면 우리가 들어주는 거라고 정답이나 해답을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친구한테는 많이 위안이 되나 보다.


목공예 체험 @언니네 목공체험

조경아 대표

나무 작업을 체험을 하면서부터 보니까 사람들이 거기에서 치유를 많이 느낀다.  목공 체험의 주 포인트는 사포질을 많이 시킨다. 실제로 나무 작업에서 중요한 거는 사포질이라고 생각한다. 모양을 만들던 그림을 그리면 오려 준다. 보통은 그게 다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부터 시작인 거다. 이렇게 조그만 거는 금세 끝나니까 사포질의 진가를 잘 못 느끼는데 큰 트레이를 하다 보면 3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사포질을 엄청 시킨다. 생각했을 때 나무는 그게 중요해서 그거를 해야지 진짜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무에 그림 그리기 시키는 거는 나무 작업이라고 생각이 안 든다. 나무를 만져보고 나무 가루 냄새를 맡고, 사포질이 되면서 부드러워지는 감촉을 손으로 느끼고 나는 그게 체험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사포질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전기 배전함을 가려 놓았다

본인들이 거기서 힐링을 많이 한다. 두 가지 유형으로 딱 나눠진다. 사포질이 되면서 무녕 무상이 되는 타입. 한 타입은 온갖 상념이 머리 위에서 쓱 지나간다는 거다. 나와 같은 타입은 단순노동을 할 때 두 번째에 해당이 된다. 혼자서 옛날에 힘들었던, 고민이 됐던 것들의 생각이 많이 지나간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그 생각을 하면 감정이 솟구친다. 단순 작업을 하면서 떠오르는 상념들은 감정이 하나도 동요가 안 된다. 거리감이 자기도 모르게 생기는 거다. 감정은 요동이 안 되고, 객관적으로 그 사건을 들여다보듯이 하게 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실제로 목공 체험을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얘기를 한다. 저런 체험을 숲에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지에서 직장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가 되겠다는 생각이 했다.


주소 :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1037

문의 : 010-8566-1037, 064-783-1073, talk : @fishtree72

웹사이트 : https://blog.naver.com/fishtree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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