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4028년 혁신과 효율성의 상징인 '로다주 시티'에, 모든 예측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강력한 인공지능 '자비스'가 있었습니다.
로다주 시티의 최고 경영진은 수백 년 만에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인 '타노스 게이트'라는 새로운 우주 항로를 건설하려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 성공은 전적으로 자비스 AI 예측에 달려 있었습니다.
자비스 AI는 수십 년간 쌓은 방대한 우주 항로의 시장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수많은 변수들을 분석하여 극도로 낙관적인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타노스 게이트는 건설 후 18개월 내에 투자액 대비 300%의 수익을 창출할 것입니다. 모든 리스크 지표는 '극히 낮음(1% 미만)'입니다."
CEO를 포함한 경영진들은 이 자비스를 절대적으로 신뢰했습니다. 자비스는 로다주 시티의 자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자비스 예측은 워낙 정교하고 압도적이었습니다. 2000년 전 인피니티 워의 승리는 전적으로 자비스의 예측 덕분이었습니다. 그 후로 로다주 시티 사람들은 인간의 직관과 경험적 판단은 불필요하다고 선언했습니다.
자비스와 같은 AI가 내놓는 결과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도 우리는 지난 2천 동안 발전을 거듭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알고리즘 편향 Algorithm Bias에 빠진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입니다.
타노스 게이트는 자비스 예측에 따라 실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중 한 곳인 마블 계곡에는 수십 년간 지질 조사와 광물 채굴을 해온 베테랑 엔지니어 유니버스가 살고 있었습니다. 우주 항로 개척 소식은 들었지만 이곳이 그 대상 지역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이곳 마블 계곡은 인류 유산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유니버스 박사는 최근 심상치 않은 지질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이 계곡은 50년에 한 번씩 '세계관의 진동'이라는 독특한 지각 변동을 겪습니다. 데이터는 50년 전의 기록이 누락되어 이를 포착하지 못했지만, 저는 바람의 소리 변화와 지하수의 미묘한 흐름을 통해 곧 진동이 올 것임을 느낍니다. 이 시기에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면 예측 불가능한 재앙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 경고를 타노스 게이트 경영진에게 보냈지만 그들은 냉담했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봐요~ 유니버스 박사, 박사의 직감만으로 이 프로젝트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자비스가 제시하는 수치와 논리를 박사는 그저 느낌으로 뒤집을 수는 없다고요. 자비스가 정확하게 말했습니다. 리스크는 1% 미만이라고 말입니다. 할 말 있으면 하십시오."
경영진의 지적은 정확했습니다. 유니버스 박사의 경고는 수치화되지 않은 그저 그 지역에서 십수 년을 지낸 경험이 전부일 분입니다. 자비스의 예측을 반박할 논리가 궁색합니다. 결국 타노스 게이트 우주 항로 개척 프로젝트는 시작됐습니다.
유니버스 박사는 망연자실했지만 로다주 시티의 천년의 운명이 걸린 이 프로젝트는 시작됐습니다. 공사는 매일매일 빠르게 마블 계곡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마블 계곡 코앞까지 다다른 공사와 함께 유니버스 박사는 '세계관의 진동'을 감지했습니다. 진동은 유니버스 박사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사는 서둘러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소리쳤지만 공사장 소음이 박사의 외침과 세계관의 진동을 모두 삼켜 버렸습니다.
그 순간, 마블 계곡의 지반 침하가 시작되더니 쩍~ 소리와 함께 계곡을 두 쪽으로 갈라 놨습니다. 그냥 갈라 논 것이 아니라 그대로 행성이 두 쪽이 난 것입니다. 오른쪽과 왼쪽이 서로 닿을 수 없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공사장은 일순간에 아비규환이 되었고, 사람들은 우주 미아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때 유니버스 박사는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하며 미리 준비한 우주선으로 사람들을 구출했습니다. 우주선에 오른 공사장 사람들은 누가 리스크가 1% 미만이라고 한 거야~라며 가까스로 살아남은 안도감과 함께 타노스 게이트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로다주 시티에 안전하게 착륙한 유니버스 우주선 앞으로 1% 미만을 강조했던 그 경영진이 찾아 왔다.
"우리가 박사의 직감과 경험적 지혜를 간과했습니다. 수치와 근거도 중요하지만 맥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마블 계곡은 유니버스 박사 말을 듣는 것이 좋은 의사결정이었습니다. 미안합니다."
AI 예측을 맹신한 경영진이 겪은 대참사. 알고리즘 편향 Algorithm Bias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수치보다 맥락이 중요한 이유, AI 시대를 위한 현명한 리더십의 방향성을 경영 우화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