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산초는 걷는 내내 골몰했다. 기사 돈키호테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않았다. 예전이면 긴 창으로 머리통을 두들겨 맞았을 텐데.., 웬일인지 돈키호테는 대꾸 없는 산초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어도 말이다.
산초는 다애니 할머니 말이 떠올랐다. 생전 처음 바다를 한 번 봤다는 할머니는 산초에게 수프를 담은 접시를 내밀며 “딱 한 번 바다를 봤는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라고 했다. 그때부터 산초는 수프를 먹을 때마다 주 기도문 중에 다애니 할머니 말을 넣었다. 수프 맛이 달라졌을 때는 ‘바다가 화났다’ ‘바다가 예쁘다’라고 말한 기억도 떠올랐다.
옳지, 이거였어! 바다는 다애니 할머니가 내준 수프처럼 생겼을 거야. 달빛이 내려앉은 빛깔, 갖가지 채소 향이 묻은 할머니 앞치마에서 나는 냄새 말이야. 굶주린 배를 가득 채워주는 데는 기가 막혔던 맛까지 말이야. 내가 집을 나설 때 후후 불며 달그락 소리를 내며 먹었던 그 수프와 바다는 닮았을 거야. 그래, 바다는 수프였어. 아, 제발 다애니 할머니가 만들어준 양고기 수프 면 좋을 텐데···. 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