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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Oct 10. 2020

[theSUNY] 작약을 탐하다

이윤령(Yoonyoung Lee) 작가

이윤령(Yoonyoung Lee). Peonies.




그날 비가 왔었는지, 그친 시간은 몇 시인지는 아련하다. 하지만 그날 본 건 분명 검은 꽃 작약이었다. 당시 그 모습이 얼마나 충격이었던지, 유월 중 그날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아침부터 마음이 심란하다. 가슴에 핀 꽃인 줄 모를 리 없기에 뭐라도 해야 했다. 무슨 일이 좋을까. 흰색 교복 상의를 입은 아이들 한 무더기 무더기가 백작약 꽃잎 같아 ‘그래, 작약 꽃 그림을 보고 오자' 마음먹고, 서둘러 몸가짐을 달리했다.  


함박 핀 붉은 작약 꽃 앞에 한 소녀가 걸음을 멈췄다. 흘기듯이 바라보다 이내 한없이 꽃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그 사람을 닮아 흠칫, '이 그림을 직접 봐야겠다'하곤 나서는 길이다.


사람은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 그 따듯함은 손에서 손으로 이어가고 꽃잎은 꽃잎대로 기도가 되고 기원이 된다. 그 마음을 이윤령 작가는 꽃과 나무에 담는다고 했다. 이 작품 ‘Peonies · 작약’을 내게 소개하며 일러주신 이 선생님 말이다.


선생께서 마음으로 다듬고 가꾼 작약 꽃은 보는 내내 풍성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림 속 소녀 뒤태는 내게 그리운 모습이다.


 그리움이 아늑한 곳에 햇볕이 잘게 잘게 부서지고 있다. 엄마를 보내던    사람은 눈물을 궁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흘려보내지는 않았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면  날부터 그리움에 빠져 돌아서지 못할  같았다고 했다.  뒷모습이 작품  뒤태닮아 그림 앞에서 내가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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