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첫 도시, 다양한 매력이 물씬

영국, 런던

by 여행작가 Q

곳곳에 숨어 있는 매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도시 런던 여행


14년을 꿈꿔왔던 유럽여행의 첫 도시는 영국 런던이었다. 12시간을 비행하여 오후 늦게 도착했다. 하루의 절반을 비행하여 도착했다는 사실에 내가 살던 땅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지 깨달았다. 귀에 박히는 진한 영국 발음을 들으며 지하철 표를 사고 시내 숙소로 향하는 튜브에 올랐다. 천장이 둥그스름하고 키가 낮아 어떤 양복 입은 런던 아저씨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문 앞에 기대 서 있었다. 5주간의 여행을 책임져줄 캐리어를 두 손에 꼭 쥐고 폭신한 의자에 앉아 내릴 곳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건너편 창가 너머를 바라보았다. 런던의 비싼 물가를 감안해 16인실 도미토리에 묵었는데 위치가 무척 좋아 체크인 후 짐만 두고 카메라만 챙겨 바로 나왔다. 숙소에서 5분 정도만 걸어 나가면 바로 눈 앞에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템즈강과 런던아이가 펼쳐져 보이는 곳이 나왔다. 런던에 도착해 시차 적응은 생각도 못했다. 바로 보이는 그 멋지고 웅장한 이국적인 풍경에 넋을 놓았다.


'아, 유럽 여행의 첫 도시. 런던이구나.'


여행했던 6월 말의 런던은 해가 오후 10시쯤에야 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 덕에 밤 9시 30분에도 여름날의 일몰을 볼 수 있었고, 이는 이후의 여행에도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살짝 흐린 날씨라 지는 해를 바로 볼 수는 없었지만 무엇이든 좋았다. 챙겨 온 체크 남방을 입고 밤으로 넘어가는 저녁 공기를 맞으며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보니 가로등에 불빛이 톡 들어왔다. 조금씩 빅벤에 가까워지도록 다리를 건너면 우리 같은 여행객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웃으며 지나가고 일하는 런던 사람들이 그런 여행객들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템즈강, 펄럭이는 유니언잭, 그 길에 보이는 앙증맞은 빨간색 2층 버스를 보고 생각했다. 런던에서의 5박 6일이 어딘가 기대 이상일 거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이 도시의 길만 걸어 다녀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미 살짝 맛본 몇 시간의 런던도 이미 여행의 감흥을 마구마구 불러일으켰다. 도착 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어서 빨리 이 도시를 눈에 담고 싶었던 것처럼, 이 도시는 적게 먹고 많이 둘러보고 싶은 도시였다.


런던의 매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매일 아침 살짝 구운 토스트에 두 가지 잼을 발라 먹은 후 숙소를 나서면 길거리부터 반듯하고 정돈된 건물이 펼쳐졌다. 조금 더 걸으면 템즈강이 나왔고 강을 둘러싼 건물들이 과거와 현재가 조화된 풍경으로 눈에 확 들어왔다. 하루에 한 번 있는 버킹엄 궁 근위대 교대식을 보러 갔고, 다시 걸어 트라팔가 광장으로 걸어 나왔다. 책에서 읽은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 입장이 무료였다. 유명한 작가의 미술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미술 책도 읽고 명화 공부도 하고 있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뉴욕 브로드웨이 못지않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꼭 보고 싶었던 뮤지컬 <위키드>를 데이시트에 성공해서 맨 앞자리에서 보았다. 런던을 떠나기 마지막 날 저녁에 보았던 뮤지컬의 여운이 너무 커서 친구와 나는 가장 마지막으로 공연장을 떠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립박수를 쳐 본 적이 지금까지도 없었다. 우린 아쉽게 보지 못했지만 마음먹으면 셰익스피어 공연장을 찾아 천장이 뻥 뚫린 곳에 앉아 연극을 보고 올 수도 있다. 유쾌한 초콜릿 가게 안을 구경하거나 쇼핑몰을 둘러보는 등 거리를 걸으면 새로운 볼거리가 많이 나와 코너를 돌아 걷는 것이 기대되었다. 런던은 매력이 곳곳에 숨어 있었고, 그 매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도시였다. 이번에 놓친 매력은 다음 여행에서 찾을 것이다.




누군가의 맛집이 아닌 우리의 맛집을 찾으면 되는 여행


유럽여행 첫 도시 런던에서 우리는 딱 한 번 유명하다고 하는 식당에 가보았다. 네이버 블로그에 '런던 맛집'을 검색하면 나오는 곳이었다. 그 날 하루 우리는 뮤지컬 데이시트를 놓쳐 표를 구하느라 조금 늦게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살짝 아쉬운 채로 하루를 시작했지만 이 곳 저곳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여행하느라 많이 걸은 날이었고,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열심히 지도를 보고 그 맛집이라 불리는 곳을 찾아갔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우리 뒤로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우리나라의 유명 맛집 같았다. 이런 풍경이 익숙한 듯 식당 웨이터리스도 어깨를 으쓱했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그럭저럭 스테이크를 썰었으나, 공간에 대한 포만감이 생기지 않았다. 가야 할 곳이 더 있다는 핑계로 조금 서둘러 식사를 마쳤다. 식당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식당을 찾느라 그곳만을 향해 찾아갔던 시간이 더 아쉬웠다. 이 맛집을 찾느라 주변을 여행처럼 둘러보지 못했던 그 시간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날을 계기로 우리는 앞으로 맛집은 여행 중에 끌리는 곳을 향해 간다는 걸로 바꾸기로 했다. 여행을 하다가 배가 고프면 주변에 보이는 곳에서 밥을 먹었다. 그렇게 우연히 찾은 식당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식사가 훨씬 더 재밌었고 우리만의 맛집 리스트가 되었다. 앞으로의 여행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었다. 누군가의 맛집이 아닌 우리의 맛집을 찾으면 되는 여행으로. 유럽여행의 맛집 리스트는 온전히 우리의 선택과 직감으로 만들어갔다.


SAM_0079.JPG 영국 런던, 도착하자마자 짐만 두고 나와서 걸어간 거리
SAM_0219.JPG 영국 런던, 타워브리지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