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여행을 꿈꿨던 도시, 다양한 색깔의 낭만

프랑스, 파리

by 여행작가 Q

오랜 시간 꿈꿨던 단 하나의 도시 여행

- 파리는 사랑... 스러운 예술. 자유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내가 마음에 품었던 최초의 도시다. 정확하게 그 시작을 떠올릴 수 있다. 10살 때 집 책장에 꽂혀있던 아담한 크기의 꽤 두꺼운 유럽 여행 가이드 책을 꺼내 읽었던 그때가 바로 그 시작이다. 무심코 꺼내 들었던 그 책 안에 담긴 유럽 도시의 이국적인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책 속에 소개된 유럽의 많은 도시에 관심이 생겼지만 그중 내 마음을 한 번에 가져간 도시는 프랑스 파리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크면 꼭 프랑스 파리에 가보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그때 내가 생각한 '크면'의 기준은 이십 대 대학생이었고,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그토록 오랫동안 꿈꿔 온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유럽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7개월간의 준비 끝에 두 번째 도시로 프랑스 파리를 계획했을 때 드디어 내 꿈 하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기분 좋게 흥분되었다. 파리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향기로, 어떤 즐거움으로 나를 맞이할까.


Bonjour, Paris!


첫날 예약해둔 바토모슈를 타러 센강으로 나왔다. 센강에만 왔을 뿐인데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에펠탑이 내 눈앞에 거짓말처럼 펼쳐졌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우뚝 선 에펠탑을. 그동안 에펠탑이 그려진 노트, 수첩, 장식물을 꼭 먼저 고르던 나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눈 앞에 선물처럼 에펠탑이 보였다. 어딜 가든 에펠탑이 나를 따라오는 것처럼 혹은 내가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워낙 많은 에펠탑 사진을 남겨 똑같은 사진을 참 많이 찍었다고 말해도 내 눈엔 1초가 다른, 각도가 다른 에펠탑이었다. 센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탄 우리와 그 위의 다리에 서 있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인사를 나누고, 밤을 맞아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금빛의 에펠탑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밤이 깊어도 센강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공기는 여전했다.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춤을 추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한 손엔 음료를 들고 머리칼을 흩날리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나른하게 누워서 쉬거나, 그런 풍경을 천천히 지나는 배 위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여유롭고 아름다운 분위기였다. 내가 꿈꿨던 프랑스 파리의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금빛 에펠탑이 반짝거리는 하늘 아래 금빛 하루였다.


그 날부터 우리는 숙소에서 크로와상과 바게트로 아침식사를 한 후 일찍 밖을 나섰다. 샤이오궁에서 역광으로 에펠탑을 바라보며 사진을 남겼고, 마르스 잔디광장으로 넘어가 초록색의 파릇파릇한 잔디밭에 앉아 에펠탑을 원 없이 감상했다. 에펠탑을 바로 코앞에서 바라보거나, 빌딩 사이로 살짝 고개 내민 에펠탑을 만나거나, 낮밤 가리지 않고 에펠탑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피카소 미술관에 가려다 잘못 내린 지하철에서 올라와 걷게 된 어느 공원에서는 세 면의 에펠탑을 보았다. 그곳의 벤치에 앉아서 자전거 타고 순찰하는 경찰관을 바라보거나 어느 다리 밑 사람들과 함께 야트막한 센강에 발을 담그고 앉아 옆에 앉은 런던에서 온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생각하는 사람'만 알고 있었던 내게 역동적인 동작의 여러 작품을 선보였던 로댕 박물관, 다 둘러보는 게 불가능한 걸 알지만 최대한 많은 작품을 보러 바쁘게 돌아다녔던 루브르 박물관, 미술에 대한 인상 자체를 바꿔주었던 놀라운 큐레이션의 오르세 미술관, 파격적인 외관과 인상적인 내부의 현대미술이 모인 퐁피두센터 등 다음에 오면 하루에 한 미술관씩 다니고 싶다고 다짐하게 만들었다.


파리의 거리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저 멀리 개선문이 보이거나 조금 고개 들면 에펠탑이 보이는 등 거리 곳곳이 가깝게 느껴졌다. 회색 지붕과 붉은색 굴뚝을 한 낮은 건물들이 어찌나 하나하나 매력이 있던지. 또 동그랗게 잘 정돈된 초록 가로수를 사이에 두고 쭉 뻗은 샹젤리제를 걸으면 나도 모르게 오, 샹젤리제란 노랫말이 떠올랐다. 자기만의 색깔로 프랑스 파리를 그리고 있었던 수많은 거리화가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 거리를 걸을 때면 예술의 공간을 거니는 즐거움에 가슴이 뛰었다. 그림을 사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어 오래 고른 끝에 마음에 드는 엽서를 구입하고 주인아저씨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조금 먼 베르사유를 다녀오고 파리 거리를 걸으며 오픈된 꽃집과 작은 책방을 슬쩍 사진 찍었다. 일요일에만 열리는 방브 벼룩시장을 구경하며 나만의 1유로 선물을 하나 사는 재미는 나와 파리만의 추억이었다. 파리에선 길 가다가 선택해서 먹은 음식들이 다 맛있었다. 센강 바깥 테이블에서 고른 조각피자, 예상치 못했지만 뜨거운 파니니, 녹차 아이스크림이 톡 올라가 있는 크레페, 동네빵집에서 산 산딸기가 들어있는 달콤한 디저트와 마카롱 세트까지. 프랑스 파리는 내가 꿈꿨던 모습, 향기, 즐거움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다음에 갈 땐 더 오래 파리를 느끼고 싶다. 더 깊이 파리를 느끼고 싶다.


A Bientôt, Paris!




처음 만난 파리는, 사람이 낭만이었던 여행


유럽 전역에 이례적인 폭염이 등장했던 날, 파리에 도착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날 캐리어를 들고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 파리의 첫인상이었다. 특별한 인사 없이 기계처럼 지하철 표(까르네)를 주었던 매표소 직원, 에스컬레이터 없이 긴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환승해야 했던 지하철 구간, 냉방이 되지 않는 지하철 내부, 순식간에 거세게 닫히는 지하철 문이 우리를 안내했다. 조금은 정신없이 혼잡스럽게 첫날 파리를 마주했다. 파리의 낭만은 어디에 있을까. 놀랍게도 내게 첫 파리의 낭만은 사람에게서 왔다. 친구를 뒤따라 지하철에 탑승하려다 양쪽으로 순식간에 닫혔던 회색 지하철 문에 한쪽 발이 끼여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는데 지나가던 커플이 같이 도와주어 캐리어와 발을 뺄 수 있었다. 그 도움이 없었다면 어쩌면 나는 지하철에 대롱대롱 발이 걸린 채 아찔한 순간을 맞았을 수도 있었다.


목을 높이 들어 아찔한 경사를 봐야 했던 지하철 계단에서는 뒤에 걸어오던 중년 아주머니가 내 캐리어 끝을 잡고 같이 들며 올라가 주었다. 여행 초반이라 갑작스러운 호의는 긴장의 대상이었지만 그들의 호의는 손사래를 치더라도 이어졌고, 도와준 후 유유히 손을 흔들며 가는 모습에 미소와 'Merci'라는 말밖에 건넬 수 없었다. 숙소를 찾아갈 때는 또 어땠던가. 폰에 캡처해둔 지도를 따라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을 때, 우리에게 지나가는 아저씨가 먼저 다가와 "너희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내가 도와줄까?"라며 말을 건넸다. 그는 손수 폰으로 지도를 검색해주었고 우리더러 그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프랑스어가 짧은 우리와 영어가 짧은 아저씨였지만 단어와 손짓으로 대화를 마칠 수 있었다. 아저씨 덕분에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파리에 오면서 사람에 대해 걱정했지만 처음 만난 사람들의 인상이 참 좋아 시작부터 낭만을 만난 것 같았다. Merci, Monsieur! Merci, Madame!


SAM_0470.JPG 프랑스 파리, 센 강을 걸으며
SAM_0786.JPG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야경을 보며 걸터앉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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