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눈과 입이 즐거운 도시 브뤼셀 여행
벨기에 브뤼셀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멋이 있는 도시였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벨기에는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기차역에서 관광객을 위한 대학생 교통봉사원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어렵지 않게 지하철 표를 구입하고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갔다. 숙소도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고 언제나처럼 곧장 카메라와 지도만 챙겨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갈 곳은 그랑플라스, 브뤼셀의 광장이다. 브뤼셀의 그랑플라스는 브뤼셀을 여행하는 모든 이가 꼭 오는 곳이며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꼭 어떤 야외 파티장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랑 플라스(Grand Place)의 뜻은 '큰 광장'이란 의미지만 이름의 뜻과 어울리지 않게 아담한 광장이다. 그렇지만 아담해도 있을 건 다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뾰족한 지붕과 좁은 창문과 화려한 장식이 있는 건물로 사면이 둘러싸인 이 공간은 이곳에 모인 우리를 묘하게 단합하게 만들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저 이 순간을 함께 보내는 여행자인 것이다.
그랑플라스를 보기 전 브뤼셀에서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부터 보았다. 유럽에서 기대하고 보면 안 되는 것 중 하나에 들어가는 곳이라 마음 비우고 갔는데, 오히려 너무 작아서 더 인상을 남겼다. 웃음을 주는 곳을 지난 후 달콤한 향으로 걸음을 멈추게 하는 초콜릿 가게를 들어갔다. 스머프와 각종 동화책 주인공들을 미니어처로 만나는 등 골목길을 걷는 재미가 있었다. 그랑 플라스에 가기 전에 둘러보는 골목도 이미 충분히 즐거움을 주었다.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와플집에서 각자 먹고 싶은 맛으로 와플을 샀다. 나는 기본 와플에 초콜릿과 딸기를 토핑으로 골랐고, 친구는 같은 와플에 누텔라, 생크림, 딸기를 골랐다. 와플 위로 빼곡히 딸기가 올려져 있고 그 위로 따뜻한 초콜릿이 아낌없이 뿌려져 흘러내리고 있는 와플을 들고 광장으로 들어왔다. 그랑플라스를 바라보며 어디에 걸터앉아 초콜릿을 입가에 묻히며 먹는 맛은 그 어떤 디저트보다도 달콤했다. 사진을 찍는 여행객을 바라보며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이 곳에선 강하게 들었다. 다 먹은 후 우리도 그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자유롭게 찍고 추억으로 남겼다.
그러고선 또 한 번 맛있는 냄새가 나는 쪽으로 발을 돌렸다. 이번엔 감자튀김이다. 두툼한 감자튀김을 맛있게 튀겨 그 위에 원하는 소스를 뿌려주는 조합은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맛은 아주 특별했다. 우리는 특히 커리케첩을 아주 좋아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감자튀김이 맛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린 2박 3일간 벨기에에서 총 세 번의 감자튀김을 먹었다. 이번엔 감자튀김과 음료를 들고 좀 더 광장 깊숙이 들어왔다. 삼삼오오 바닥에 철퍼덕 앉아 있는 여행객들 사이에 자리를 잡아 또 한 번 시끌벅적하고 여유롭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앉아서 쉬는 사람, 앉아서 먹는 사람, 서 있는 사람, 걸어 다니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포즈 취하는 사람 등... 이 공간은 이 분위기 속에 들어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젊음의 공기가 느껴졌다. 다시 한번 우린 여행자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둘째 날 저녁에 먹었던 이 곳의 홍합요리도 빠뜨릴 수 없다. 브뤼헤 근교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중앙역에서 곧장 그랑플라스도 향했고 전날 찜해두었던 홍합요리 거리를 걸었다. 나비넥타이를 맨 웨이터가 자기네들 식당을 연신 자랑하고 있지만 사실 가격이 비슷하고 맛도 비슷하므로 조금 더 끌리는 곳에 가면 될 것 같다. 우리는 몇 바퀴 둘러본 끝에 우리의 마지막 식사를 맡기고 싶은 곳을 찾아 야외 테라스에 착석했다. 우리가 시킨 홍합 스튜와 홍합이 듬뿍 들어간 볶음밥은 너무 맛있어서 웃음이 났다. 이 곳 식당은 그랑플라스에서 안 쪽 골목에 위치한 곳이지만 저 안쪽의 그랑플라스의 시끌벅적함이 느껴졌다. 우리 옆의 테이블이 꽉 찼고 우리도 그중 한 자리를 차지해 맛을 보는데 참 행복한 밤이었다. 먹고 나서 또다시 그랑플라스로 향했다. 또 한 번 야경을 보러. 또 한 번 그 분위기를 느끼러. 그랑플라스는 작고 아담하지만 그 어떤 곳보다 풍성한 추억을 남겨주었다.
깜짝 선물 같은 여행
그랑플라스에서 보낸 두 번의 밤은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첫 번째 날 밤. 초콜릿과 딸기의 만남이 잘 어우러지는 달콤한 와플과 커리케첩이 푸짐하게 뿌려진 고소한 감자튀김을 먹고 난간에 걸터앉아 그랑플라스의 밤을 기다렸다. 조금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이 곳의 밤을 맞이하는 순간을 온전히 두 눈에 담았다. 야경을 바라보며 그랑플라스를 걷다가 어느 건물 문 앞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커플을 보았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고백 순간을 바라보았다. 무릎 꿇고 프러포즈를 하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한 마음으로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던 그때, 여자의 Yes라는 소리와 그들의 포옹에 보는 우리가 더 행복해졌던 시간이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다 함께 손뼉 치며 환호성을 질렀던 순간은 다 같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고 있었다.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이 이루어진 그들이었겠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도 충분히 행복했다. 누군지 모르는 그들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각자의 사랑도 꿈꾸었을 것이다.
두 번째 날 밤엔 맛있게 요리된 홍합 스튜와 볶음밥을 먹고 산책 겸 쉬엄쉬엄 그랑플라스 근처 골목길을 구경하며 걷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뭐지? 하면서 사람들이 소리 내는 곳으로 빠른 걸음으로 걷다 이내 뛰어갔는데, 아니 하늘에 선물이 있지 않겠는가! 그랑플라스를 둘러싼 건물들 위로 크게 반원을 그린 선명한 무지개가 보였다! 한눈에 봐도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이 보이는 큰 무지개였다. 한참 환호성을 지르다가 이 멋진 풍경을 나만 보기 너무 아쉬워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내 내 시야와 동일한 사진을 마구 찍었다. 하늘은 한 무지개만 보여주기엔 양이 안 찼던지 그 위에 또 하나의 무지개를 살짝 연달아 보여주었다. 그 무지개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맨 처음 보았던 무지개는 꽤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다 같이 그 공간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특별한 추억. 너무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었다. 여행 중에 무지개를 만나다니! 이 무지개는 이 유럽여행에, 나의 20대에, 나의 인생에 보내는 선물 같았다. 내 생에 특별한 무지개를 벅차게 안으며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소환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