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을 올리다 - Let It Flow
첫 글을 쓴다는 것이 마치
바다로 향하는 강물이 되기 위해
하늘에서 첫 한 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텅 빈 공간에서 갑자기
물방울 하나가 탄생한다.
그 첫 물방울이 땅을 향해 출발하고
뒤를 이어 무수한 빗방울들이 따라 내린다.
첫 물방울의 이름을 짓기도 쉽지 않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작명의 고뇌가 시작되듯이.
대충 지었다가 평생의 후회가 될 듯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간판 보고 들어오나, 맛있어서 들어오지.”
허나 간판도 역시 맛의 일부이다.
간판이 자주 바뀌는 골목은 위험한 곳이다.
단골들이 찾지 않는 거리라는 뜻.
결국 가장 편하게 써온 주제로
간판을 올리기로 했다.
<Let It Flow>라고.
첫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고
그 뒤로 무수한 빗방울이 줄기가 되어 내린다.
그리고 그 줄기들이 계곡을 따라 흐르고
긴 여행 끝에 강물로 합쳐진다.
언젠가 강물에 이르기를 기대한다.
강물이 바다에 도착하는 그 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