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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Nov 17. 2022

'힘들어'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당신에게

낙타를 닮은 사람들을 위한 상처받지 않는 방법 

당신은 낙타에 대해 잘 알고 있나요? '힘들어'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당신에게라는 제목을 달아놓고, 웬 낙타 이야기냐고요? ㅎㅎ 잠시만 인내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낙타 이야기와 상처받는 사람의 이야기는 분명 연관이 있으니까요. 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낙타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낙타 아시죠? 목이 길고 등에는 혹이 있으며 사막에서 사는 동물 말입니다. 사람들은 등에 있는 혹에 물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실은 물이 아니라 영양분이 있답니다. 여하튼 그래서 사막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동물, 바로 낙타입니다. 


낙타과에 속하는 포유동물로 두 개의 발가락은 넓어서 모래를 걷기에 적합합니다. 콧구멍은 스스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어 모래 바람에서도 견딜 수 있으며 귀에도 굵고 긴 털이 있어 모래를 잘 막아냅니다. 대략 3일간 물을 마시지 않아도 견딜 수 있으며 한 번에 약 57l의 물을 마신다고 합니다. 임신기간은 1년이고 수명은 약 40-50년입니다. 


한 번에 500kg의 짐을 운반할 수 있는 데다가 장시간 물을 마시지 않아도 견딜 수 있기에 일찍이 사막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었으며 이런 가혹한 환경을 고려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한 동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강인 함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한 동물 가운데 하나인 낙타는 그 강인한 특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바로 힘들어 죽기 직전까지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힘들다는 표현은 더더욱 하지 않고요. 실상은 너무 힘들고 지쳤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주인들은 이것을 모르고 낙타를 혹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혹사가 계속되면 낙타는 그냥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고 해요. 주인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일 테지요. 한 달 전에도 일주일 전에도 바로 어제도 괜찮았던 내 낙타가 오늘 갑자기 쓰러저 죽는다니요. 그래서 낙타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능력은 다름 아닌 낙타를 잘 살펴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낙타와 닮은 구석

낙타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책임감을 매우 중시하는 타입으로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야 하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또 표현은 잘 못합니다. 특히 '나 힘들어'라는 표현은 더더욱 꺼내기 힘듭니다. 오히려 "힘들어?"라고 물어봐도 "괜찮아"정도로 대답하는 수준이니까요. 괜찮다니, 괜찮지 않으면서도 왜 "응, 나 힘들어"이렇게 대답할 수 없을까요? 그런 말은 머릿속에만 맴돌다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너는 말을 참 예쁘게 해서 좋아"

저는 사람들에게 이런 칭찬을 자주 듣습니다. 자랑은 결코 아닙니다. 말을 참 예쁘게 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옳은 소리는 안 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다른 사람의 모습과 행동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있고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는 굳이 저와 관계된 일이 아니라면 못 본 척하는 편입니다. 제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도 듣기 싫다가 첫째 이유이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게 두 번째 이유입니다. 맞습니다. 제가 그 말을 한들 안 한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인데 굳이 내 입으로 듣기 싫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도 말을 예쁘게 하면 안 되나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제게 말을 예쁘게 해서 좋다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는 말을 함부로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말하는 것만큼 내게도 그런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중에서도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 있습니다. 남에게 상처 주는 말만 골라서 하고 나서 '나는 그런 뜻은 아닌데, 상처받았으면 미안해 내가 말을 참고 살진 못하는 성격이라'라고 말하는 인간들입니다. 말을 참고 사는 사람은 따로 있나요? 자기 편하자고 자기 생각대로 정제 없이 말을 내뱉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에 상처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거 알기나 합니까?





제발, 좀!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괜히 네가 꼬아 듣는 거 아냐?" 아니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 판단해주세요. "우리 사이에 이런 걸 꼭 말로 해야 해?" 네! 꼭 말로 해야 하거든요. 말로 안 하는데 어떻게 아나요? "아, 꼭 그렇게 생색을 내야 하나?" 네! 당신이 모르니까요. 우리 제발 좀,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를 합시다. 세상에 어떻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삽니까? 당신만 모르지 당신 주변의 사람들은 당신의 독 묻은 화살 때문에 마음에 상처 하나씩은 다 있을지 모릅니다. 당신만 모르고 태연하게 나는 뒤 끝은 없는 사람이야 하며 자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여러분 주변에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있는 낙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감사하세요. 그리고 그 낙타를 잘 지켜보세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이제 쓰러지기 직전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낙타 같은 제가 오늘은 말을 많이 했습니다. 이것도 브런치니까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낙타들에게 희망을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데, 공감과 연대도 희망이라면 다행입니다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무시하세요'라는 당연한 말은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의 소리를 글로 썼습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당신 이야기입니다. 말도 나쁜 말만 골라서 그냥도 아니고 화살 끝에 독을 찍어 쏘는 당신 말입니다. 


이제야 속이 좀 후련해집니다. 그리고 조금씩 자기표현을 하도록 노력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나 아파,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나 정말 아파"라고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고 나니 좀 나아지더군요. 당신도 좀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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