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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Aug 23. 2023

여행을 떠나는 마음

여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의 두 번째 유럽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여행의 시작이 출발이라고들 하는데, 실은 계획부터인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나는 여행을 꼼꼼하게 준비하는 편이다. MBTI로 표현하자면 90프로의 J. 그래서 나는 준비부터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나의 여행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시작된 셈이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고 다들 해외여행에 목마름이 있었다. 솔직히 나도 같다. 교직에 처음 섰던 20년 전에도 나는 여름과 겨울 방학에는 꼭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 여행을 하기로 했었다. 그게 나의 작은 바람이자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지금껏 그 약속을 잘 지켜왔는데, 4년 전 문득 나타난 코로나라는 악독한 녀석 때문에 국내여행도 힘들어지는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랬던 여러 시간을 이겨내고 이제 다시 마스크로부터 자유를 얻었고,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유럽여행

나의 첫 유럽은 2008년으로 기억된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유럽이라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때 ‘언제 또 오겠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이었음에도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 벨기에와 영국까지 가보고 싶었던 나라를 모두 경로에 넣었다. 실로 살인적인 여행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훗날 아내는 내게 당신의 여행은 아시아를 여행하려는 사람이 한국에 왔다가 일본에 갔다 중국을 거쳐 베트남을 찍고 가는 모양새라고 했다.) 그로부터 15년 뒤 아내와 함께 유럽을 다시 향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기대와 설렘이 크다.

바르셀로나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어디를 갈지가 정해진다면 그 도시는 이제 내 도시가 된다. 그렇게 바르셀로나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 보이던 TV프로그램에서도 ‘스페인’이라는 말만 나오면 채널을 멈추게 된다. 장미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을 때는 수많은 장미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존재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어린 왕자의 말처럼 특별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번 여행으로 나에게 특별해진다.

이번 여행의 계획은 대부분 아내가 했음을 고백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단인 호카곶을 가보고 싶다는 의사를 슬쩍 비취기는 했지만 스페인을 한 번 다녀온 아내였기에 스페인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는데 다행히 아내도 다시 가는 것에 동의했다. 대신 아내가 가보지 않았고 나는 다녀왔던 파리를 일정에 같이 넣었다. 우리의 여행은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서 마드리를 거쳐 리스본과 포르투를 경유하여 파리에서 끝난다.


특히 기대가 되는 것은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들과 세계 3대 미술관인 프라도 미술관 방문이다.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프로축구는 관람하지 않는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성지 같은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지만 나는 그것보다 문화와 유산을 선택했다. 이건 서두에서도 밝힌 내가 교사로 있는 한 나의 경험은 보다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스스로의 개똥 철학과 연관된다. 천재 건축가라고 불리는 가우디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그중에서도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핵심 중 핵심이다. 가우디가 생전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영혼의 작품, 현재까지도 완공이 되지 않고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성 가족 성당. 가능하다면 바르셀로나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방문해 볼 생각이다. 프라도 미술관은 15세기 이후부터 스페인 왕실에서 수집한 작품들이 대부분 전시되고 있다. 프라도 미술관은 미국이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러시아의 샹떼부르크(에르미타쥐)와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호카곶, 포르투의 아름다움도 기대가 되고 다시 방문하는 파리의 센 강의 운치도 설레 기는 마찬가지.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장면이며 순간이다. 15년 전의 첫 여행처럼 이 시간도 평생에 추억되리라.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달린다고 하지만 결코 그렇게 느껴지지 않기에, 보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고 귀국하는 날이 올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가슴속이 남은 추억은 고이 간직될 것이다. 이제 고이 간직될 추억을 만들어 볼 차례. 순탄하고 즐거운 여정이길 #올라 #안녕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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