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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의 도시 시체스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

by 황현철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원래부터 시체스에 들를 계획은 없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의 소도시 시체스는 바르셀로나에 와서야 알게 된 장소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약 3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휴양 도시, 스페인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는 휴양지라는 이야기에 시체스가 너무 궁금해졌다. 마드리드로 넘어가기 전 반나절의 시간을 시체스에 할애하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에도 '바르셀로나타'라는 해변을 가졌는데 왜 시체스의 바다를 찾아가는 걸까? 시체스로 향하는 시간 동안 궁금증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체스 입구에 설치된 도시 랜드마크

스페인 사람들의 휴식처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와 같은 관광객들의 방문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긴 우리도 여기 왔으니 이해가 된다. 바르셀로나의 복잡함과는 다른 좁은 골목과 전통 건물, 그리고 해변을 따라 펼쳐지는 소품가게는 이 도시가 왜 가장 매력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인지 그 매력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해변과 평행하게 뻗은 산책로, 그리고 푸른 지중해가 맞이해 주는 시체스의 첫 풍경. 도시 이름을 랜드마크로 만드는 곳은 자주 봤지만 'SITGES'는 다분히 시체스스럽다. 바르셀로나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전혀 다른, 한결 여유로운 리듬이 이곳을 감싸고 있었다.

산타 테클라 성당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니, 시체스를 상징하는 산트 바르토메우 이 산타 테클라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가톨릭의 문화인 스페인도 어느 도시를 가든지 성당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이 성당은 시체스에서 가장 많이 사진으로 담기는 명소 중 하나로 계단을 따라 오르면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지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시체스 성곽에서 바라보는 지중해

성당에서 내려와 항구 쪽으로 향하면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이어진다. 곳곳에 걸린 빨래, 철제 난간, 그리고 타일 장식까지. 햇살이 내리쬐는 골목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가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시체스 또한 지중해를 향한 중요한 방어도시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시대의 유산을 담아보았다. 그러면서 잠시 이 성벽에 서서 저 멀리 지중해를 바라보며 이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을 사람들이 되어본다.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 바로 현지 음식. 시체스의 해변가 레스토랑 중 하나에 자리를 잡고 주문한 건 스페인의 대표 요리인 파에야(Paella). 노랗게 물든 쌀밥 위에 신선한 홍합, 새우, 오징어가 듬뿍 얹혀 있었다. 레몬을 살짝 짜서 먹으니,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뜨거운 햇살 아래 시원한 하얀 와인 한 잔과 함께하니, 이보다 완벽한 조합은 없었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 하몽은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이 인상 깊었다.

무더운 스페인의 날씨를 이기기 위해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샹그릴라의 맛을 알게 된 것이다. 반나절의 짧은 시체스 관광이지만 시원한 샹그릴라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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