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현철 Oct 03. 2023

한인교회 사람들

현지에서 느끼는 작은 한국

낯선 땅에서 한국을 만나게 될 때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길에서 만나는 우리나라 브랜드의 자동차가 그렇고, 삼성과 LG와 같은 대표적인 가전 브랜드가 그렇다. 가끔씩은 '내가 이렇게 애국자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과 관련된 것들에 집중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한글은 더욱 그러한데. 우리 글로 적힌 것들을 바라볼 때 묘한 쾌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요즘은 유럽에도 한글을 병기하는 곳이 꽤 있는데 주로 대표적 관광지에 한하고 그 외에는 자주 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현지에서 발견하는 한글은 더욱 반갑다. 

마드리드 한인 장로교회 모습

그런 한글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한인교회다. 한인교회는 현지에 사는 한국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교회로 주로 생활 깊숙한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인 이유가 첫째일 것이고 다음으로는 그들이 생활하는 삶이 맞닿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페인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게시되어 있다.

우리의 이번 여행에는 주일이 2번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첫 번째 주일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였다. 미리 검색해 본 정보에 따라 마드리드 한인 장로교회에 방문했는데, 스페인 국기와 대한민국 국기가 나란히 게시되어 있었다. 이는 스페인에 속해있으면서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애씀'으로 보였고, 또 내 나라 대한민국만큼이나 이 땅 스페인을 위해 기도하는 현지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것을 우리는 진심이라고 부른다. 

마드리드 한인장로교회 입구

오늘 예배를 드리러 온 사람들 중 8할은 기존 교인들로 대부분 이민자이다. 주로 사업가가 많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으리라. 또 유학생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스페인에 공부하러 온 학생들 또는 운동선수들로 인해 한국으로 따지면 대학 청년부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다. 젊은 층이 교회를 떠나가는 한국의 실정과 차이가 있었다. 나머지 2할은 우리와 같은 여행객들이다. 스페인에는 꽤나 많은 수의 한국인이 방문하는데 이 가운데 우리와 같이 주일에 한인교회를 찾는 사람들도 있었던 듯하다. 먼 이국땅이지만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우리를 따듯하게 맞이해 주었다. 

마드리드 한인 장로교회 주보, 조직이 꽤 단단해보인다.

우리는 여행할 때 현지의 한인교회 가는 것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가까운 일본의 오사카에서도 그랬고, 마카오 한인교회는 심지어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두바이 한인교회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껏 다녀본 한인교회 규모 중에서 마드리드 한인교회가 가장 크다. 조직도 꽤 단단해 보였다. 역사도 가장 오래된 곳 가운데 하나로 기억된다. 

마드리드 한인장로교회 본당

예배의 형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예배에서 형식은 그저 마음을 담는 그릇일 뿐 하등 중요치 않다. 먼 곳 스페인의 마드리드, 그 한 곳에서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놀라웠다. 그리고 기뻐하실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기뻐하실까? 그분은 어디에도 계신 분이 아니던가. 예배 후 나눔의 시간이 이어진다. 그리웠던 한식이다. 이 곳 사람들에게는 한인교회가 낯선 이국땅에서의 외로움과 아픔을 나누는 위로와 사랑의 공동체일 것이다. 함께 기꺼이 식탁을 나누며 서로를 세워주는 모습이 가장 은혜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이국땅에서 한인교회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 모든 것을 주님께, 하나님께 영광, 샬롬!

매거진의 이전글 삶이 맞닿는 곳, 시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