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탑 수영장 즐기기
자카르타는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도시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훤히 잘 알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카르타가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것도 알지 못하는 데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혼동하는 일도 종종 보았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수도라고 하면 일단 후진국의 이미지를 떠 올리는 듯하다. 사실 자카르타의 이미지, 혹은 자카르타라는 도시를 설명하는 일은 꽤 복잡하다. 일단 교통 지옥이라는 사실과 인도가 전혀 없어서 걷기에 매우 불편한 도시라는 것. 거기에 일반 대중교통이라는 것도 거의 전무한 도시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예상하듯 지저분하고 좁고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역시 매우 많다. 그럼 그것이 전부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빈부격차가 큰 만큼 도시를 구성하는 공간과 이미지의 격차도 매우 큰 도시이다. 중심지는 서울의 강남 못지않은 높고 화려한 빌딩과 잘 관리된 도보 공간, 사시사철 멋진 나무들이 거리의 풍경을 만드는 그야말로 현대적 도시 그 자체이다. 반면, 화려한 건물 뒤에 가려진 좁고 어둡고 구석진 공간들 역시 많다. 그리고 한 도시에 존재하는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분리하여 사용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화려한 몰과 멋진 식당, 호텔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그곳의 친절과 멋진 인테리어, 그리고 좋은 음식들을 맘껏 누린다. 경제적 여유가 좀 덜 한 사람들 역시 그들 나름의 장소에서 그들의 문화와 그들의 음식을 즐긴다. 나 같은 외국인들은 좀 더 편안하게 좋은 공간들을 즐길 수 있다. (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 ) 그리고 최근엔 펜데믹 동안 주춤했던 인도네시아 경기가 살아나면서 그야말로 '핫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결론은 자카르타에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장소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
최근 방문한 Cafe Cali라고 하는 곳도 자카르타의 신생 핫플레스 중 하나다. The Orient Jakarta Hotel의 Rooftop Bar로 수영과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이른 시간이어서 그야말로 전세 낸 기분으로 수영도 하고 맥주와 음식을 즐겼다. 다만 이 날은 날이 좀 덜 더운 탓에 느긋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었지만, 보통의 자카르타의 날씨라면 오후시간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오픈 시간인 11시부터 4시까지는 입장료( 한국돈 17000원 정도에 알코올음료 한 잔을 준다)만 내면 Pool Side Bed를 맘껏 이용할 수 있다. 4시 이후엔 Bed Charge가 따로 있다. 물론 Day Bed를 이용하지 않고 수영장만 즐길 수 있다. 선셋 뷰가 매우 아름답다고 직원이 말해 주었지만 이 날엔 오후 일정이 따로 있는 데다 수영과 자쿠지를 3시간쯤 즐기고 보니, 더 이상은 체력에도 무리였다.
우리가 슬슬 나갈 준비를 할 때쯤인 오후 2시가 되니 멋진 드레스 차림의 웨스턴들이 무더기로 입장. 그들의 멋진 몸매를 감상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워 다음엔 저녁 시간에 방문하여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직원이 아쉬워한 멋진 야경을 감상해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