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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Dec 09. 2022

I LOVE JKT


 아직도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 도시, 그리고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게 내 삶의 중심부가 되어버린 도시. 늘 떠나고 싶다가도 되돌아오면 옅은 안도와 다음을 꿈꾸게 하는 도시. 자카르타는 그렇게 나의 도시가 되었다. 




  이 도시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오래오래 이방인으로 지냈고,  앞으로도 그렇게 이 도시에서 살아갈 테고, 때론 이야기가 넘치는 도시가 되고  때론 하나의 단어조차 떠올릴 수 없는 침묵의 도시가 되겠지만 조금씩 써 보려고 한다.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어깨를 부딪히고 , 느림과 빠름이 교묘히 충돌하고, 가장 낮고 초라한 것과 가장 높고 화려한 것들이 대립하는 도시 자카르타에 대해 조금씩 천천히 말해보려고 한다.  긴 세월을  머물지 않았더라면 결코 사랑할 수 없었을 이 도시의 매혹과 아름다움에 대해 쓰려고 한다. 그리고  도시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진짜 삶이 머무는 공간과 사람들에 대해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이방인인 내가 쉽게 발 딛기 어려운 그곳의 삶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내가 남기려는 기록의 의미가 배가 될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을 이 도시에서 살았지만 아직도 문득문득 생소한 이곳에 대해 가장 솔직한 시선으로 최고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자카르타에 대해 쓰는 일은 언제나 미처 시작하지 못한 숙제와 같았다. 누구의 요구도 없는 나만의 숙제를 조금씩 완성해 보려는 일. 스스로 자처한 자카르타 통신원이 되는 일. 이 사적인 기록이 나의 시선을 통과해 누군가에게 닿았을 때, 자카르타라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생겨나길 바란다. 더불어 손안에 쥔 모래가 빠져나가듯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과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기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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