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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Dec 09. 2022

까끼리마( Kaki Lima)를 아시나요?




  인도네시아는 여러 종족들이 어우러져 사는 나라답게 다양한 먹거리 문화가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지역의 먹거리들과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져 있는 만큼 종교적인 색채를 띤 먹거리들도 많다. 그리고 기타의 동남아 먹거리들과는 달리 향신료를 강하게 쓰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종류의 인도네시아 음식에는 마늘과 고추양념을 쓰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마늘과 고추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이런 인도네시아 음식을 이야기할 때 인도네시아의 포장마차인 까끼리마(kaki lima)를 빼놓을 수 없다.


  까끼리마 (kaki lima)라는 말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해석해 보면 ‘다리가 다섯 개 ‘라는 뜻이다. 음식을 팔 수 있는 수레에 달린 다리가 세 개이고 사람이 끌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니 사람 다리 두 개가 더해져서 다리다 다섯 개인 먹거리 수레가 되는 셈이다. 쉽고 재미있게 작명하는 인도네시아 언어 만의 단순함과 유머가 느껴지는 말이다. 까끼리마 (kaki lima)라는 이름은 쉽고 단순하지만 까끼리마 (kaki lima)에서 파는 음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인도네시아는 빈부의 격차가 큰 나라인 만큼 먹거리의 가격차도 매우 크다. 이곳 부자들이나 외국인들이 쉽게 드나드는 백화점이나 일반 식당의 음식 가격은 인도네시아 서민들이 지불할 수 있는 능력 범위 밖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는 서민들이 싸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 발달해 있다. 그 대표적 예가 바로 까끼리마 (kaki lima)이다.


  자카르타 거리 곳곳에서 까끼리마 (kaki lima)를 만날 수 있다. 시장거리나 차가 많은 대로변, 조용한 주택단지 안에도 까끼리마 (kaki lima) 가 있다. 인도네시아 거리 곳곳에서 정말 쉽게 만날 수 있는 포장 마차이다. 한국의 포장마차처럼 앉을 수 있는 좌석은 없다. 조용히 서서 기다리면 까끼리마 (kaki lima)의 주인아저씨( 신기하게도 대부분이 남자다. 아마도 여자가 밖으로 나가 활동하는 것을 터부시 하는 이슬람 문화의 영향인 듯하다 )가 인도네시아인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느긋함으로 주문한 음식을 만들어 준다. 까끼리마 (kaki lima)에서 파는 음식은 다양하다. 인도네시아인들도 좋아하지만 한국인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식 볶음밥 나시고랭(Nasi Goreng)이나 인도네시아 식 닭 꼬치구이인 사테(Sate)등은 단연 인기다. 이 두 가지 메뉴는 낯선 거리에서 파는 음식의 청결상태나 음식의 맛이 우려되는 외국인들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메뉴이다.  뭐니 뭐니 해도 까끼리마 (kaki lima)의 최고 메뉴는 고랭안(Gorengan)이라 불리는 튀김 류 음식이다. 인도네시아는 더운 열대의 나라인 만큼 튀김음식이 발달해 있다. 쉽게 에너지 보충도 하고 더위에 음식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리법이 튀기는 것이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야채류도 기름에 볶거나 튀겨서 먹는 경우가 많은데 까끼리마 (kaki lima)에서 다양한 튀김음식을 맛볼 수 있다.


열심히 고랭안을 고르고 있습니다.


매운 고추를 곁들인 옥수수튀김을 골랐다지요.


  인도네시아의 까끼리마 (kaki lima)는 다양한 음식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장사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무리를 지어 장사를 한다. 우리의 포장마차 촌의 모습과 흡사하다. 학교 앞에서 군것질을 팔고 있는 까끼리마 (kaki lima)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조용한 주택단지 안에서는 가끔씩 까끼리마 (kaki lima)를 끄는 아저씨들의 방울 소리나 냄비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릴 무렵에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까끼리마 (kaki lima) 아저씨의 조용한 호객은 정겹기 그지없다.  두부튀김이나 닭죽 같은 음식 이름을 소곤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외친다.  그 조용한 외침을 듣고 있노라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옛날 한국 도시의 저녁 풍경과 겹쳐지면서 아련한 마음이 든다.  한국 돈으로 1000원에서 2000원을 넘지 않는 가격의 메뉴들은 훌륭한 한 끼의 저녁식사가 되기도 한다. 가끔씩 900원쯤 하는 닭죽 한 그릇을 까끼리마 (kaki lima)에서 사 들고 와서 가장 아끼는 그릇에 예쁘게 담아 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빈부의 격차가 심한 이곳 인도네시아는 부자들이 누리는 문화와 서민들이 누리는 문화가 극명하게 갈린다. 그들이 가는 곳, 사는 곳, 먹는 것도 다르다. 대부분의 가난한 서민들은 번듯한 슈퍼마켓이나 잘 꾸며진 식당에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잘못하면 그들의 보름치 월급을 밥값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소박하고 욕심 없는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서민들은 시장에 가고 까끼리마 (kaki lima)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해가 질 무렵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게 하나 둘 모여 든 까끼리마 (kaki lima)들이 무리를 이룰 때가 있다.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저녁처럼 다음날이 휴일이거나 연인들이 데이트하러 오는 지역 같은 곳이 그렇다. 그런 까끼리마 (kaki lima)의 행렬을 볼 때마다 한국의 포장마차가 떠 오른다. 덥고 습한 자카르타에서 뜨끈한 우동을 찾기는 어렵지만 왠지 그런 훈훈함을 담은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아 두리번거리게 된다. 두리번거리던 중 맘에 드는 곳을 발견해서 그날 저녁의 먹거리를 사면, 그야말로 소주 한 잔이 간절해지지만 술을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인 자카르타 까끼리마 (kaki lima)에는 커피와 차뿐이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각자 나름의 음식을 주문하고 차나 커피를 앞에 두고는 제대로 된 의자 하나 없는 곳에서 음식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가난하지만 그들이 그려내는 풍경은 풍성하고 따뜻하다. 그 따뜻함에 이끌려 오늘도 까끼리마 (kaki lima)아저씨의 덜그럭 대는 수레 소리에  귀 기울인다. 오늘은 또 무엇을 먹어볼까? 하는 기대와 함께...... .


해질 무렵 골목에 늘어선 까끼 리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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