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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Dec 09. 2022

낯설지만, 익숙한

유튜브의 세계로 !


  온종일 유튜브를 들여다보는 아이와 남편이 이해되지 않는 나였다. 각종 음악 플레이리스트 듣기나 "ㅇㅇ 사용법" "ㅁㅁ에서 ㅇㅇ 하는 법"을 찾아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 이것이 나의 유튜브 사용법의 전부였다. 유튜브라는 플랫폼 안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 과장과 적나라함 그리고 거친 직설이 난무하는 곳이라는 선입견은 내가 유튜브라는 세상을 겉도는 이방인으로만 머물게 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고 모른다고 해서 신경이 쓰이는 것도 아니었다.  70 넘은 시니어 유투버도 많다고 하고 70 중반의 엄마도 흔하게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는 요즘이지만 유튜브라는 세계 따위,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한달살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예전처럼 블로그나 카페를 드나들며 여행지의 정보를 찾고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나갔다. 문제는 예전 같지 않은 체력과 시력이었다. 나이 탓인지 직업 탓인지 그 경계가 분명치 않은 목 통증과 어깨 통증은  오랜 검색을 견디지 못했다. 일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작업이 아니라면 목과 어깨를 위해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일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거기에 눈 건강도 함께 문제가 되었다.  노트북, 핸드폰, 태블릿에 이르는 각종 디바이스와 더불어 종이책까지도 읽고 보는데 한계가 오는 요즘이다.  화면과 본문이 흐릿해지고 부예지면 거기서 일단 멈춤. 그렇게 멈추지  않으면 눈물이 흐르거나 머리가 아파온다. 꼭 필요하지만, 건강을 담보할 만큼 절박할 리 없는 여행지 정보 검색은  마침내 내게 필요한 건 유튜브 영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행자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영상을 틀어 놓은 채, 식사 준비도 할 수 있었고 설거지도 할 수 있었다. 간단한 집안일을 하며 영상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일은 꽤 간단하면서도 아주 유용했다. 영상을 통해 직접 보다 보니 막연한 짐작으로 방문했다면 실망했을 곳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정보로 방문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곳들을 쉽게 가려낼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외면했던 플랫폼의 유용함에 감탄을 보내며 즐거운 구글맵 깃발 꽂기가 시작되었다. 그것으로 끝나면 좋았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두세 시간씩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다. 알고리즘의 작동이겠지만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고 그 지역의 맛집을 드나들고 지역의 갤러리나 서점을 방문하고 있다. 각각 유투버의 성격도 파악하고 선호하는 유투버 스타일도 생겼다. 내가 맘에 드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있으면  다수의 공유를 넘어선 나의 취향을 닮은 친구의 조언을 따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깟 유튜브 따위! 라면 서  가볍게 비웃던 지난 시간의 나를 납작하게 만드는 요즘 나의 일상 풍경은 유튜브 영상을 보며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는 것. 그래서 시간은 또 그렇게 잘 흘러간다.


 한 달여를 유튜브에 홀릭한 지금, 나는 더 이상 유튜브라는 세상을 내 삶의 논외의 장으로 여기지 않는다. 나름의 유용함과 그 세계만의 질서와 작고 사소한 용기와 투지들이 빛나는 곳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유튜브라는 세계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지만, 아마도 나는 곧 이전의 "유튜브 잘 안 봄"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아직도 내겐   누군가의 적나라한 시간과 공간이 조금 불편하고, 왠지  보지 않아도 될 것을 어쩌다 보게 된 거 같은 당혹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인터넷 관계망 안에서 친구를 사귀고 마음을 나누는 일을 최초로 경험한 PC 통신 세대이지만 스무 살 시절에도 그건 멀고 먼 남의 나라 일이었고, SNS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사용하면서도 어떻게든 한 발 멀찍이 서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것이 달라진 듯 보이지만, 스무 살의 내 또래들이 천리안 친구들과 만나 호프집을 찾아드는 일에서부터 지금의 다양한 SNS에서의 관계들은 나름의 질서와 특징을 가지고 우리들 삶 속에서 그만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내가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들( 노인들은 보수적 정치성향의 유튜브를 볼 테고, 청소년들은 비속어와 신조어가 난무하는 게임을 볼 테고, 중년 남성들은 이상한 정치토론 따위를, 젊은 여성들은 각종 뷰티 관련 영상을 볼 것이라는 )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세상살이 모두가 그렇듯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다 나름의 당위가 있다. 그것이 나의 당위와 어긋날 때 , 돌아보아야 할 것은 타인이나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일 것이다. 항상 잊고 사는 것은 이다지도 보편적인 진실이다.


  한 달 동안 여행자 유튜브 영상을 열심히 본 자의 나름의 결론이다.


 마침내 나는 유튜브의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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