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된 세탁기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저녁에 빨래를 돌리는데 소리가 시끄럽고 근처에 다가가니 타는 듯한 냄새가 났다. 결혼할 때 구입해서 벌써 15년이나 되었으니 고장이나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A/S를 불러서 한번 고쳐볼까도 생각했는데 오래된 세탁기의 세탁기통이 굉장히 더럽다는 것을 티비나 블로그글에도 자주 보았기 때문에 이참에 개운하게 새것으로 바꾸고 싶었다. (꾸준히 셀프로 통청소를 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항상 뭔가 찜찜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저렴한 걸로 그다음 날 바로 배송해 주는 통돌이 세탁기를 구입했다. 자주 이사를 다니다 보니 가전에 욕심도 없고 나중에 정착하게 되면 그때 좋은 것으로 구입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만 하고 있다. (요즘 큰 지출이 많아서 부담이 되기도 했고,,,ㅋㅋ)
쿠팡으로 구입한 세탁기는 바로 다음날 배송이 된다고 했다.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세탁기문제는 세탁기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지만, 저녁에 열심히 세탁기 안에서 돌던 빨래들은 축축하게 젖은 채로 바구니에 덩그러니 남아있게 되었다. 손으로 하기에는 내 손목이 너무 소중했기에 다음날 빨래방에 가서 빨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물기를 최대한 제거를 했지만 그래도 젖은 빨래는 상당히 무거웠다. 무거운 빨래를 차에 싣고 난생처음 빨래방으로 향했다. 빨래방 앞에 잠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이용해 보는 빨래방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버벅 거릴 수밖에 없는 현실. 하지만 사용방법을 자세히 읽고 따라하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자판기에서 빨래방에서 쓰는 카드를 구입하고 충전해서 쓰는 시스템이었다.
빨래를 결제해서 돌린 후에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에 빨래방 앞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반납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빨래방으로 돌아왔다.
깨끗하게 돌아가고 있는 빨래를 보고 있으니 속이 후련하고 기분 좋아짐
여기 빨래방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깨끗하고 깔끔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빨래방이 위치한 곳이 굉장히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라서 오면 기분이 좋다. ( 우리 작은아들도 친구랑 여기로 자전거를 타고 오면 한적하고 사람이 없어서 좋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헉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놀랬던 적이 있다 ㅎㅎ)
빨래가 다 끝나고 건조기에 넣고 건조 시작!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점점 가벼워지는 옷을 보고 있는데 왜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이것이 빨래멍인가 싶었음. ㅎ
바싹 마른빨래를 꺼내서 테이블에서 정리한 후에 따로 가져온 가방에 담는데 혼자 산다면 이렇게 빨래방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건조기는 나중에 이사 가면 꼭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빨래를 널지 않아도 된다니.. 너무 좋다…ㅋ
갑자기 고장 난 세탁기에 순간 ‘하.. 또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겪으면 예전에 나는 굉장히 짜증을 내고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런데 요즘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일단 상황을 받아들이고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듯이 차근차근 해결방안을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 그럼 스트레스가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미션클리어 하듯이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또 어느새 문제는 해결된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 뒤에는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으니,
순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어
화가 나더라도
그 감정에 깊이 매몰되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