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 그 어려움에 대하여

by 아모

결혼 이야기_노아 바움백

지난 9월은 나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이 있는 달이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이혼하지 않고 잘 살고 있다. 지난 일 년간의 결혼생활을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시작’, ‘결합’, ‘새로움과 익숙함’이다. 새로 시작하는 가정의 하드웨어를 위해 가전, 가구를 사는 것만으로는 모잘라 이케아와 모던하우스 등의 가게에서 수십만 원어치의 생활 도구 물건을 털어 신혼집을 꾸몄다. 삼십 년 넘게 각자가 살아오던 방식이 다른 두 남녀가 결합하여 한 가정을 이뤘다. 이렇게 같이 살다 보니 2년을 넘게 알아온 남자인데도 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점이 꽤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되기도 했다. 내가 말을 하지 않고 어떤 표정만 지어도 남편은 기가 막히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맞힌다. “어? 지금 씻기 싫어서 나오는 표정이다.”

제목과 정반대로 러닝타임 내내 이혼 이야기만 다루고 있는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 그나마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는 장면도 그런 장면이다. 서로를 너무나 잘 꿰뚫고 있다. 극 중 극단에서 연극 감독을 하는 찰리와 그 극단에서 연기하는 배우이자 그의 아내인 니콜이 공연 하나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다. 찰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니콜은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내 연기 지적하고 싶잖아”라고 하자 “아닌데”라고 찰리가 거짓말하며 말하지 않으려 하자 “속에 담아두면 잠 못 잘 텐데”라고 하는 것까지 완벽하다.

서로를 뼛속까지 잘 알고 있기에 관계 개선을 위해 찾은 상담가가 숙제로 낸 서로의 장점 쓰기도 찰리와 니콜은 노트에 빽빽하게 쓸 수 있었다. 영화의 시작 장면이다. “내가 니콜을 사랑하는 점은...”으로 시작하는 대사 후에 니콜의 장점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진다. ‘성가신 상황에서도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다’, ‘까다로운 가족 문제에서도 언제나 정답을 안다.’, ‘시시때때로 마시지도 않을 차를 우린다.’ 보다 보면 이걸 장점이라고 적은 거야? 싶은 점들도 있다. 그러다가도 이런 게 부부사이인가 싶기도 하다.

남들은 이상하게 바라볼 점도 매력으로 이렇게 바라봐주는 부부가 왜 이혼을 하게 된 걸까. 찰리와 니콜 부부가 이혼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추론하다가 알랭 드 보통 작가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우리가 잘못된 사람과 결혼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이 떠올랐다. 제목에 있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알랭 드 보통 작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밝힌다. 그 중 첫 번째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잘 모른다’이다. 나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신경과민을 깨닫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고 말하며 그는 모든 첫 데이트 때 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미쳐있나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쩐지 <결혼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약간씩 미쳐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오직 이들만 이럴까. 현실 세계의 나와 남편도 어딘가 미쳐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니콜과 찰리 부부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얽혀버린 서로의 미쳐있는 부분을 대화를 통해 알아봐 주지도 못하고, 그 결과 보살펴주지도 못했다.

찰리 역할의 배우 아담 드라이버와 니콜 역할의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보고 있으면 경이롭다. 어떤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그 긴 대사를 원테이크로 찍어 감정을 관객들에게 온전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변호사들과 함께 하는 이혼 재판 과정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이혼 사례를 각색하여 인스타 만화를 연재하고, 유튜브 영상에도 출연하여 결혼과 이혼에 대해 활발히 얘기한다. 현대에서 이혼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법적 절차와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진다.

연예인 빈지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도 일처럼, 커리어처럼 열심히 해야 된다. 결혼 생활에 최선을 다해서 여러 스토리를 써야 한다.” 결혼 생활이 저절로 알아서 잘 굴러갈거란 생각 대신 빈지노의 말처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이혼을 하게 되는 찰리와 니콜 부부를 보면 더 느껴진다. 이혼 이야기를 다루는 <결혼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결혼 생활을 해야 할까 더 고민이 깊어졌다.